잘 가, 안녕 보림 창작 그림책
김동수 글.그림 / 보림 / 2016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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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걸린 날로 만나본 김동수 작가의 새 그림책 잘 가, 안녕이 나왔다.

감기 걸린 날이 오리털점퍼를 선물로 받은 아이가 오리털점퍼를 만든다고 털을 빼앗긴 오리들의 입장에 공감하고 교감하는 듯 했다면, 이번 책 잘 가, 안녕는 혼자 사는 할머니가 로드킬 당한 동물들의 입장에서 교감하며 그들의 마지막 길을 편안히 배웅한다는 이야기이다.

 

가끔 도로에서 자동차에 치여 죽은 동물들을 볼 때마다 가졌던 여러 가지 생각들을 오랫동안 머릿속에만 가지고 있다가 그림책으로 펼쳐보였다는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역시 작가는 다르구나!’란 생각을 했다. 오리털점퍼에 털을 빼앗긴 오리와 살던 터전에서 자동차에 치어 죽게 된 야생동물의 입장에서 생각해봤다는 것이 상당히 신선하면서 높이 사고 싶은 관점이다.


 

. 강아지가 트럭에 치여 죽었습니다.”


그림책을 펼치자마자 보이는 장면이다.

마음이 준비되기도 전에 한 대 호되게 맞는 기분이었다.

늘 다니던 길에서 갑자기 !’ 트럭에 치인 강아지마냥...

이것이 작가가 노린 효과였을지는 모르겠지만 어린이를 겨냥한 그림책이란 점을 고려해보면 충격적이다. 

곧이어 범상치 않는 모습의 할머니가 등장해 강아지의 주검을 거둬 집으로 간다.

할머니의 집에는 강아지 말고도 죽은 동물들이 많이 누워있다.


어라? 이 할머니 뭐지?’ 

 

섬뜩하게 다가왔던 느낌과 달리,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할머니가 교통사고로 훼손된 동물들의 주검을 실과 바늘, 빗질 등을 이용해 정성스럽게 복구한다. 그들에게 두런두런 말도 걸어가면서 마지막에 이불을 덮어 잘 자라고 재우는 할머니의 모습은 마치 곁에서 오래 키우던 반려동물을 대하듯 인격적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곧 숙연해진다.

개인적으로 이 그림책의 하이라이트를 꼽자면,

모든 복구 작업을 마친 할머니가 동물들과 한방 한 자리에서 나란히 누워 잠을 자는 장면이다. 이만큼 최상급의 예우가 있을까싶다.

 

새벽이 되자, 할머니는 집 앞에서 꺾은 꽃 몇 송이를 리어카에 싣고 동물들과 함께 나루터에 간다.

그리고 예쁘게 꾸민 조각배에 동물들을 눕히고 떠나보낸다. “잘 가. 안녕!” 손 흔들며..

 

처음엔 로드킬 당한 동물들이 안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할머니가 약간 엽기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할머니가 왜 그랬을까?’에 생각이 미치자, 마음이 먹먹해졌다.

 

갑작스럽게 사고로 길에서 쓸쓸히 삶을 마감해야 했던 동물들을 위로하는 할머니의 마음 이면에는 멀지 않은 할머니의 마지막 인생길 역시 누군가로부터 이렇게 따뜻하게 배웅 받고 싶어서가 아닐까싶다. 이런 생각이 들자 세상에 쓸쓸히 죽어가는 사람들이 없길 바라게 된다.

 

나의 7살 아들은 이 책을 두 번 보았다. 한 번은 혼자서, 두 번째는 엄마가 읽어준다고 해서.

엄마가 읽어준다고 하니 신나게 자신이 전에 읽었던 것을 종알종알 이야기 하며 함께보았는데,

다시 한 번 더 보자고 하니 본인은 너무 슬퍼서 더 이상은 못 보겠다고 한다.

반복해서 즐겨 볼 수는 없을 지라도, 이 책이 살면서 번 정도는 생각해봤으면 하는 주제와 소재를 담고 있어 소중하다.

 

누구나 한 번 이상씩은 보았을 로드킬 동물을 눈 한번 질끈 감고 안쓰러워하고 불쌍하게 여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남녀노소  모두가 볼 수 있도록 그림책을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내준 작가의 용기있는 도전에 감사하다.

이 책을 읽고 나눌 토론의 주제는 로드킬, 생명존중, 독거노인, 삶과 죽음, 장례 등등 무궁무진함으로 모든 연령대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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