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초진화론 - 반도체 민주화 시대의 대응 전략
구로다 다다히로 지음, 박정규 옮김 / 북스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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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다 다다히로 교수는 도쿄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도시바 연구원과 게이오대, 버클리대 교수를 거쳐 현재는 됴코대학교 대학원의 교수이자 반도체 연구센터인 d.lab의 소장 겸 기술연구조합 RaaS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저자는 반도체 산업전문가이면서 연구자이지만 일본 반도체 산업의 저변확대와 부활을 위해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연구물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는 대중서적을 펴낸 듯 하다.


이 책은 이런 빠른 변화의 반도체 산업에서 일본의 지향점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책의 초반부터 일관되게 차세대 반도체 기술에 대한 역량을 집중적으로 키워나가야 함을 강조한다. 바로 미세화기술, 저전력, 3D 집적, AI반도체에 대한 투자이다. 또 빠른 속도로 칩을 설계하고 제작할 수 있는 애자일 개발 방식을 강조하는데, 이를 구현하기 위해 기업 간, 국가 간 많은 협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저자는 반도체 민주화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반도체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애플이나 테슬라와 같이 반도체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기업들 뿐만 아니라 개인들이 반도체 개발에 참여하고 칩을 만들 수 있게 해서 많은 혁신을 발생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한 때 전 세계의 반도체 산업을 주도했지만 지금은 다소 뒤처져 있는 일본의 반도체 산업을 부활시킬 수 있는 전략이다.


산업구조나 인구구조의 변화는 일본이 우리나라의 앞선 거울이라는 얘기가 있다. 일본에 생기는 변화는 우리나라에게 다가올 모습이니 교훈 삼아 우리나라도 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만 전반적인 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같은 부분은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앞서 있지 않나 싶다. 지금도 일본에서는 도장을 파주는 장인들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계약서를 쓸 때 도장을 많이 사용한다는 점에서 아직 전반적인 변화를 주고 있지는 못한 것 같다.


한편 반도체 산업의 세계 정세는 급격히 변하고 있다. 기업 간은 물론이고 미국, 일본, 중국, 대만, 유럽 등 국가 간의 경계를 초월한 협력과 경쟁이 긴박하게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이에 반도체 산업은 소수의 기업이나 국가가 주도하기 어려워졌으며 일본은 반도체 분야에서 주로 미국-대만과 손을 잡고 협력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우리나라보다 뒤처져 있다고는 하나 일본의 저력은 무섭다. 오랜 우방국인 미국과 손잡은 일본이 마음먹고 세계반도체 시장을 공략한다면 또 어떤 상황이 펼쳐질 지 예측할 수 없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분야에서 세계 1~2위를 달리는 우리나라지만 일본의 반도체 산업계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지 그 전략을 엿보고 대비를 해야하는 시점이 오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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