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클베리 핀의 모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
마크 트웨인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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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허클베리핀의 모험'을 아끼고 사랑한다. 그러나 민음사의 번역본을 읽을 때마다 거슬리는 게 있다. 지금이 2014년이고, 민음사에서 이 책이 나온 것 1998년이니까 번역된 지가 17년 정도 지난 책인데, 전혀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고친 게 있기는  있다. 그건 내용이 아니고 표지다.

 

이 책에 나오는 흑인 노예 짐의 이야기를 번역한 부분을(24쪽) 일부 소개하겠다.

"어이- 누구냥께? 어디 있는 거여? 분명히 무슨 소리가 나기는 났는디 말이여. 옳지, 어떻게 할낀지 알았지라우. 이렇게 하면 되겄제. 내 여기 주저앉아서 다시 한번 그 소릴 들을 때꺼정 귀를 기울이고 있을 거구먼"

나는 이 작품을 번역하면서 번역자가 미국에서 차별의 대명사인 흑인(작품에서의 신분은 노예)의 말투를 왜 이런 말투로 번역할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다.

 

나는 문학의 위대성을 믿는다.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인류애와 인간의 심성에 뿌리 내리고 있는 선한 양심과 사랑을 표현하는데 문학만큼 아름답고 힘있는 매체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그 작품을 번역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본다. 번역은 어느 문자를 다른 문자로 바꾸고 치환하는 기계적인 작업과는 다르다. 작품 번역을 고유의 창작활동이라고 인정하더라도 사회에서 가장 하층에 있던 흑인 노예의 말투를 번역함에 있어서 어느 특정 지역의 말투를 사용한다면 그리고 그 번역을 읽는 사람이 불쾌감을 느끼고, 또 어느 지역을 비하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면 그 번역은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나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번역자와 출판사에 정식으로 요구하고자 한다. 민음사의 "허클베리핀의 모험"은 번역에 문제가 있으니 바꿔주기 바란다. 흑인 노예의 말투를 경상도 말투, 제주도 말투, 강원도 말투, 함경도 말투 등등 어떤 말투로 번역을 하더라고 항의를 면치 못할 것이다. 그럴 때는 차라리 표준어로 쓰되 무식한 느낌이 나도록 문체를 바꾸면 될 것이다. 아니라면 굳이 흑인들의 말투를 한국의 어느 지방의 말투로 치환할 수 있다는 생각자체를 버려야 하지 않겠는가?

 

2011년으로 기억되는데, 그 해는 마크트웨인 100주기가 되는 해였다. 미국의 한 출판사가 이 해를 기념해서 마크트웨인의 대표작들을 묶으면서 소설 속에 나오는 인종차별적 용어들을 모두 바꾸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예를 들면 "허클베리핀..."에는 흑인을 멸시하는 '검둥이(nigger)'라는 말이 219차례 나온다고 한다. 이걸 모두 '노예'로 바꾸는 식이다. 인디언을 낮춰 부르는 인전(Injun)은 인디언(Indian)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1982년에 미국 버지니아주 한 중학교는 "허클베리핀..."을 인종차별적 쓰레기라며 도서관 반입을 금지한 사실도 있다.

 

시대는 변하고 가치관도 변한다. 100년이 지난 작품에 나오는 단어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작가의 동의를 구할 수 없다는 핑게를(작가가 죽었으니 어쩔수 없다는 등) 대지하지 않고 과감하게 단어를 바꾸는 출판사의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 김욱동 선생의 번역본이 다시 새롭게 단장을 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내용까지 새롭게 태어나는 날은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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