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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사의 두건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3
엘리스 피터스 지음, 현준만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평점 :
이 소설은 캐드펠 시리즈 3번째 작품이다.
벌써 2번이나 가독성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3번째 소설에서도 마찬가지로 가독성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말로 하기 보다는 보여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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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가독성 이야기를 꺼냈었는지 이해되지 않는가?
솔직히 말해서 가독성 있게 편집 좀 해서 페이지 좀 두껍게 내거나, (상)(하) 이렇게 두권으로 나눠서 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아... 다음권은 그냥 책을 펼치고 싶지 않은 기분이다.
이런 가독성의 문제점을 뒤로 하고도 캐드펠 시리즈 3탄 수도사의 두건을 읽게 만드는 재미란?
세계관을 둘 수 있다.
해외 소설이라고 한다면 주로 일본쪽 소설을 접하다 보니, 최근 번안 소설은 현대적 배경에 현대와 조금도 낯설지 않은 그런 일상적인 세계관과 많았다.
뭐, 이세계물의 경우에도 중세 시대를 표방하지만 정작 말투나 소설 배경은 현대나 다름없는 게 대세였다.
그래서 소설만이 줄 수 있는 독특한 무엇인가가 없었다.
그런 점에서 캐드펠 시리즈는 소설 자체적으로 반세기 전에 쓰였고 영미권 언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면서 주로 쓰이는 독특한 번역어투가 책에 살아있다.
영미권 언어가 시대에 따라 변해왔고 일부 작가들은 이 변화를 소설의 시대에 맞춰 구사하기도 하고 그것을 다시 한국어로 번안했을때의 번역을 독특한 번역어투라고 하는지도 모른다.
쉽게 말해 표준어가 아닌 사투리가 쓰였고 그것을 읽는 이로 하여금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것을 단점이라 한다면 할 수있지만, 달리 말하자면 개성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독특한 문체는 현대가 아닌 캐드펠 수사가 살아가는 시대가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와 다른 시대라는 것을 보다 잘 느끼게 해주고 친밀하게 다가오게 만들어 준다.
기존의 추리소설물은 형사물에 가깝다.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을 해결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종결한다. 그리고 새로운 사건이 발생한다.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 같지만 실은 사건과 사건은 독립적이다.
등장인물만 같을 뿐, 별 개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과 같다고 할까?
하지만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독립적이다라는 진행형이다.
이번 책에서는 수도사의 투구(투구꽃)이라는 독을 이용한 범행이 벌어진다. 그리고 오늘날의 추리 소설이라면 범인을 잡는 것으로 모든 사건은 마무리 되겠지만...
캐드펠 수사의 이야기는 범인을 잡아도 이야기가 끝이 나지 않는다.
게임과는 달리 현실은,
추리를 풀고 범인을 밝혀내고 붙잡는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 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그 뒤로 계속 살아가게 된다.
이런 느낌이 캐드펠 수사 시리즈에서 고스란히 장점으로 발휘된다.
중세를 살아가는 어느 한 수도사의 삶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다양한 사건과 그것을 마주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캐드펠 이라는 사람의 이야기.
가독성 문제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이고, 캐릭터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자, 컨셉 플레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캐드펠 수사 시리즈에 입문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캐드펠이라는 캐릭터가 당신의 맘에 든다면,
21편의 이야기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