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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인터뷰
이재은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9년 11월
평점 :
2015 중앙신인문학상
2019 심훈문학상 당선작이 수록된 이재은 소설가의 첫 소설집
새로운 발화법과 진지한 사유.
비 인터뷰에 실린 단편 소설들은 "나 여기 있어"라고 전달하려는
작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있다.
그리고 소설집 비 인터뷰가 가지는 키워드들은 어떤 것들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공감, 소통, 이해 라는 키워드가 떠오른다.
그러나 공감, 소통, 이해 보다 '듣다'라는 단어가 이 책과 더 가까운 단어이다.
구석구석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섣부르게 위로하거나, 위안을 주기 이전에
공감, 소통, 이해 보다도 들여다보고 듣는 일에 함께 집중해볼 수 있는 책이다.
문학작품에 익숙하지 않은터라 이 작품을 읽으며 한 번에 흠뻑 빠져들기는 힘들었다.
문장도 익숙치 않고, 소설 속 주인공들의 삶의 배경을 단번에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실패와 엇갈림을 아이러니의 형식으로 끌어안는 소설"
독립영화들을 보는 느낌이다.
독립영화를 자주 접하지 않기 때문에 처음부터 영화속에 깊게 빠져 몰입하고 메세지와 스토리를
쉽게 파악하지 못하는 편인데, 영화의 장면들과 인물들 개개인에 대하여 잔상이 남아
자꾸 생각하게 되고 곱씹게 된다.
이 책이 그렇다.
이 책에 첫번 째로 수록된 소설 팔로우를 읽을 때, 우치의 이야기가 바로 시작된다.
우치는 명품조연이며, 트위터리안이다. 은은한 셀럽 우치가 한 프로그램에 출연을 맡게 되었는데
장작앞에 10시간 가량 앉아 있는 이야기 이다. 실시간으로 댓글이 올라온다.
댓글이 하나하나 나오다가, 소설은 어느 한 댓글에 초첨을 맞추어
장작앞에 앉은 우치에게 다 풀어놓듯 이야기를 내어놓는다.
이 책에 대하여 깊게 생각해 보기가 힘들었는데, 수록된 소설들을 읽을수록
이 책의 흐름과 여백 / 작가의 문장과 호흡에 익숙해지면서 책이 더 잘 읽혔다.
무엇보다도,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여다 보고 들어보는 일에 점점 더 익숙하게 되었다.
비 인터뷰는 어떤 사람들의 작은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작가 이재은이 대학 소식지, 인터넷신문사, 객원기자 활동을 하면서
인터뷰라는 것을 질리게 하던 때에
청년기획자, 독립영화감독, 통신노동자, 시민단체활동가 등 등을 만나며
개별적 존재감에 탄복하고 이후 소설을 엮은 것이 바로 비 인터뷰 소설집이다.
9개의 단 편 소설 속에 등장하는 각각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본인이 아니라면 결코 쓸 수 없을 것만 같은데 작가는 어떻게 이리도
그들의 시점을 잘 이해하고 글을 썼을까? 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다름아니라 작가의 인터뷰 경험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을 보고
이 책을 다시 이해하게 되었다.
작가의 말 중 "작가가 된다는 것은 '어떤 작품을 쓰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그렇게 나는 어떤 사람이되고 싶다.'"라고 서술되어 있다.
작가님과 이 책의 배경, 그리고 위의 문구를 읽고나니 이 책에 대하여 비로소
아하~ 그런 책이구나. 하고 생각하며 다시 아홉 단편 소설들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나 자신의 작은 순간들도 한 번 떠올려 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