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육점 주인들의 노래클럽
루이스 어드리크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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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육점 주인들의 노래클럽> 제목이 호기심을 끌었다. 제목대로 미국에 정착한 정육점 주인들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소설에 나온다. 읽으면서 들어보고 싶었다. 아마도 씩씩한 멜로디지만 묘하게 고달픈 느낌이 배어 나는 노래가 아닐까 싶다.

굴곡진 역사에 휘말린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소설이다. 굵직한 역사적 사실이 몇 군데 나오지만 개인과 가족의 서사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 마지막에 이르면 예상치 못한 반전이 나오기도 해서 끝까지 눈을 뗄 수 없었다.

배경묘사와 음식에 대한 묘사가 훌륭하다. 진중한 문장은 단 하나도 허투로 읽으면 안 돼서 책장이 더디게 넘겨졌다. 벽돌책이기도 해서 오래 읽었다.

1차 세계대전에서 살아남은 독일인 '피델리스'는 전사한 동료의 약혼녀 '에바'를 찾아가서 결혼한다. 둘은 미국으로 이주한다. 아거스에 정착하여 독일 소시지를 만들며 아이들을 낳아 기르며 산다. 에바는 '델핀'이라는 서커스를 하는 여성과 친해진다. 이야기의 중심은 델핀과 그녀의 파트너 '시프리언'으로 넘어간다. 델핀에게는 알콜중독인 아버지와 친구가 있다. 이들은 살인사건에도 연루되기도 한다. 이 부분은 꼭 추리소설 같아서 읽는 재미가 더해졌다.

소설은 피델리스의 가족과 델핀이 자리잡은 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리고 있다. 이들이 겪는 일들은 일상적이지 않고 굴곡이 많다. 모든 캐릭터에는 엄청난 사연이 숨겨져 있고 얽혀있다. 이는 작위적이지 않고 현실적이다. 이민자들과 종족이 다른 민족들이 개척하는 삶은 험난하고 고달프기에.

에바가 죽고 델핀의 파트너 시프리언이 떠나고 피델리스는 델핀과 이어진다. 이 소설에서 남녀간의 사랑은 로맨틱한 사랑이라기 보다는 동지애에 가깝다. 살아남기 위한 결합 같다는 느낌도 든다.

이어서 피델리스의 아이들 중에 독일로 돌아간 아이들도 생기며 조금은 안정에 드나 싶었는데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 피델리스의 자녀들이 참전하게 되는데 기가 막힐 정도로 참전한 나라들을 대변한다.

역사적 사실, 개인과 민족의 정체성, 이에 따른 가치관이 깊이 심어진 소설이다.

뒤에 옮긴이의 말에 나온 멋진 구절을 옮겨본다.

...문학이 역사를 논평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역사에 속한 개개인을, 승자의 역사 이면의 진실을, 그 역사에 휘말린 개인을 통찰하는 것이라면, 어드리크는 그 역할을 너무도 멋지게 해내고 있다...p.581

*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서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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