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끝이 있습니다
요로 다케시 지음, 장현주 옮김 / 경향미디어 / 2017년 12월
평점 :
품절


[멀리서 읽기]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무엇을 지향할 것인가, 무엇을 회피할 것인가, 과거를 곱씹을 것인가, 미래를 지향할 것인가, 과정을 중시할 것인가, 결과를 중시할 것인가 등 무엇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지금 여기'의 선택이 달라진다. 선택이 달라지며 삶의 작은 줄기가 달라지고, 장기적으로 커다란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사소한 선택이 사소하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선택의 결과를 '분명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 이전과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마도 그렇다고 말할 것이다. 그렇다면 삶에서 마주하는 순간들의 무게를 짚어보는 것, 그럼으로써 우리가 지나온 인생의 변곡점들을 돌아보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 과정에서 나를 이해하고, 세상을 이해하고, 앞으로의 삶을 지혜롭게 살아가기 위한 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 '누구나 끝이 있습니다'는 한 사람의 인생론을 담고 있다. 평생을 살아오며 다듬은 삶의 철학과, 자신의 인생에 영향을 미쳤던 중요한 사건들을 사회적 맥락과 함께 짚어본다. 저자인 '요로 다케시'는 1937년생으로 평생을 해부학자로 살아왔으며 현재는 도쿄대 명예교수 직함으로 저술과 강연을 이어오고 있다. 『바보의 벽』, 『신체를 보는 법』, 『유뇌론』 등 다양한 책을 저술한 작가이기도 하며,  『바보의 벽』 같은 경우, 일본에서 400만부가 넘게 팔리기도 했다. 이 책에는 전쟁 후의 사회상을 경험한 세대로서, 해부학자로서, 교수로서, 무엇보다도 요로 다케시 본인으로서 경험한 삶과 사색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148 아무리 '옳은' 목적으로 행한 것이라도 일종의 '양심의 가책'이 결여된 사회운동을 나는 의심합니다. 의심하는 것이 버릇이 됐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원리주의란 뭔가를 절대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것입니다.

148 문제는 '자신이 옳은가?'가 아닙니다. '그것이 정말로 옳은가?'입니다. 그것을 추구하는 것이 학문입니다. 그 일이야말로 발 '당연한 것'입니다.

150 내 연구는 진심이었습니다. 그래서 연구실에서 쫓겨났을 때 진심으로 화를 냈습니다. ... 몰려온 학생들도 실은 나 정도로 진심은 아니었을 테니까요. 설마 내가 '진심으로'연구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는 학생들도 생각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당시 내가 진심이었기 때문에 아직도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진정한 행위가 '폭력으로' 부서져 버렸으니까요.


책을 덮고 난 뒤 가장 기억에 남은 키워드는 '순수'와 '진심'이었다. 저자는 도쿄대 교수로 있을 때 전공투 문제와 관련하여 연구실에서 쫓겨났던 이야기를 자주 떠올린다. 그리고 분개한다. 아마 저자가 월급을 받기위해서 교수직을 수행했더라면 그렇게까지 화를 내지 않았을 것이다. 저자의 말 그대로 그는 연구에 대해서 진심이었다. 순수한 행위가 폭력에 의해서 방해받았을 때 진심의 분노를 경험한 것이다.

154 나는 순수행동주의자입니다. ... '순수행동'이란 그 자체에 의미가 존재하는 행동을 말합니다. 그것을 평가하는 것이 순수행동주의자입니다. 나의 곤충 채집이 그렇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도, 권력을 위해서도, 무엇을 위해서도 아닙니다. ... 오직 순수행동만 하는 사람은 어린아이입니다. 어린아이는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개의치 않고 천진난만하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합니다. ... 그래서 대학에서 연구하는 사람은 세상에 나오면 어딘지 어린아이 같은 부분이 있습니다.

삶을 대하는 저자의 태도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 구절이었다. 순수하고 여리고 진실한 학자가 전하는 삶의 내밀한 고백을 마주하며 나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한 사람이 경험한 삶의 고비들을 들어보며, 내 삶에 영향을 미쳤던 사건들을 짚어보게 되었다. 한 사람의 신념과 철학을 만나보며, 내가 수립한 내면의가치체계는 진정으로 타당한지 돌아보게 되었다. 삶을 만남으로써 삶을 돌아보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다.

[인용]
62 이미 해 버린 이상, 그 결과가 좋은 쪽으로 향하도록 나머지 인생을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요? 이미 끝난 일에 대해서는 투덜대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95 시간이 흐르면 세상은 변합니다. 그뿐입니다. 그럼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이것이 내 관심사였습니다. 학문이란 언제, 어디서라도 변하지 않는 것, 그것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옛날 사람들인 진리라고 불렀습니다.

160 '대학이란 무엇인가?', '연구란 무엇인가?' 그 해답은 그것을 평생을 바쳐 추구하는 것입니다.

166 '정말로 옳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에 대한 답은 공식적으로 나와서는 안 됩니다. 그런 대답이 정부에서 나오면, 그것만큼 섬뜩한 것은 없을 테니까요.

209 생각하는 것이든 몸을 움직이는 것이든 과정을 분석하여 그 각각을 훈련하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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