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수업 - 나를 돌보는 게 서툰 어른을 위한
오카다 다카시 지음, 이정환 옮김 / 푸른숲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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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고통을 넘어 행복을 향하여
마음의 문제로 아픔을 겪는 사람들이 많은 시대다. 나 역시 단단하지만은 못한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서 나름의 번민과 배움의 시간을 거쳐오며, 무엇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지, 무엇이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는지를 나름의 방식으로 탐구해왔다. 그런데 앎의 범위가 확장될수록 행복과 고통이 꼭 이분법적으로 구별되는 것은 아니라는 믿음이 짙어져갔다. 황홀한 행복의 시간이 돌이킬 수 없는 추억속의 과거가 되어 집착과 후회를 낳으며, 버틸 수 없을것만 같던 고통의 시간속에서 의미를 발견함으로써 스스로를 고양시키기도 한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현상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다. 

모든것은 마음에 달렸다. 굳이 원효대사 빙의하여 해골바가지에 든 물을 직접 마셔보지 않더라도 우리는 마음과 태도의 중요성을 익히 잘 알고 있다. 문제는 한가지. 그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목이 말라 물을 갈구하는 있는 와중에 누군가 다짜고짜 '물이 반밖에 남지 않은게 아니라, 반이나 남았다고 생각해보렴'이라고 말한다면, 반밖에 남지 않았던 짜증이 반이나 남게 되는 경험을 하게될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삶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다. 문제는 어떻게 그것을 가꿔나갈 것인가이다. 결과를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을 알아야할까?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들'일 것이다. 삶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를 파악하고 가꿔나간다면, 우리는 고통으로부터 행복을 향해 한결 경쾌하게 발걸음을 옮겨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애착, 삶의 원동력
이 책 '애착수업'은 '애착'을 다루는 책이다. 애착은 삶의 원동력이며 애착을 잃는 것은 삶의 의미를 잃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애착은 대인관계뿐 아니라 인간의 생존이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탱하는 뿌리와 같은 구조라고 강조한다. 한편으로 우울, 불안, 긴장, 의존증, 섭식장애, 감정 기복,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불륜, 가정폭력, 등교 거부, 은둔형 외톨이, 발달장애 등 다양한 문제들이 '불안정한 애착'에 의해 유발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곧 불안정한 애착를 안정화시킴으로써 다양한 마음의 문제들을 개선하는 것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나아가 안정된 애착을 통해 삶의 원동력과 삶의 의미를 획득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애착, 회복의 열쇠
그렇다면 애착이란 무엇이고, 불안정한 애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무엇이며, 애착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것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문제의식이다.
5 사전에서는 애착의 뜻을 '몹시 사랑하거나 끌리어 떨어지지 아니함, 또는 그런 마음'이라고 설명한다. 애착은 생애 초기에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생겨난다. 이 시기에 어머니와 애착을 잘 형성해 안정감을 느끼면, 성장하면서 다양한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 안정된 애착은 불안을 잠재우고 대인관계에서 기쁨을 느끼게 해 오래도록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저자는 아동병원 정신의학과에서 20년 넘게 임상의로 근무하며 회복이 불가능할 것 같던 아이들이 극적으로 회복되는 사례들을 발견했고, 그 핵심이 '불안정한 애착'을 치료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어린시절 큰 상처를 받아 애착이 불안정한 아이들, 혹은 그 상태로 자라난 성인들이 안고 있는 마음의 문제를, 애착의 치료를 통해 뒤늦게나마 풀어낼 수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이러한 치료법을 '애착 기반 접근법'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애착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이론적 발전과정을 짚어보며, 상처받은 애착을 안정시키기 위한 구체적 방법들을 다룬다. 특히 '안전기지' 개념을 적극 활용하며, 애착이 불안정한 '당사자'뿐만 아니라 마음의 불안을 겪는 주변인을 돕기위한 '조력자'에게 도움이 될만한 태도와 지침들을 담았다.

애착의 안정을 위한 '안전기지'
136 나만의 안전기지가 있다는 것은 무슨 일이 생겨도 의지할 수 있는 대상,  
어떤 경우에도 나를 지켜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뜻이다.

애착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핵심은 '안전기지'를 갖는 것이다. 어린시절, 불안과 아픔에 펑펑 울다가도 누군가 다가와서 꼭 안아줬을 때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던 경험을 해본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성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꼭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않더라도, 누군가가 나의 목소리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주고 이해해주는것만으로도 큰 위안과 용기를 얻고는 한다. 안전기지는 이처럼 나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여줌으로써 충전의 휴식을 제공하는 누군가를 말한다. 기본적으로 부모나 가까운 사람이 안전기지가 되어줄 수 있지만 의사나 상담사의 도움을 받을수도 있다. 관건은 함부로 판단하거나 단정짓지 않고 '지속적으로', '진지한' 태도로 상대방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는 것이다. 안전기지에서의 휴식은 생리학적으로 옥시토신 분비를 활성화시켜 불안과 스트레스에 대한 대응능력을 높여줌으로써 활력이나 면역력을 강화한다. 또한 기본적인 안도감과 타인에 대한 신뢰, 스트레스 내성이나 부정적 인지를 개선해 대인관계나 사회 적응을 도울 수 있다.

너와 나, '우리'의 안전기지
저자는 애착을 안정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마인드풀니스, MBT, 멘탈라이징 등 다양한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한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말은 다음의 구절이었다.
267 결국 안전기지는, 손이 닿지 않는 먼 곳이 아닌 자신의 주변이나 자기 안에서 찾아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안전기지가 되어주려고 노력하다 보면 본인 역시 안전기지를 얻을 수 있다.
오늘을 살아가는 누구라도 무수한 관계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그 관계의 깊이는 점점 형식적이고 표면적인 형태로 변해가는 것 같다. 인간관계의 주요 가치는 '자신을 지키는 것'이 되어가는 것 같다. 나의 삶을 돌아본다. 너무나도 고마웠던 선의와 호의들을 떠올려본다.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태도 속에서 잡지 못했던 아쉬운 손길들을 기억해본다. 나의 삶을 함께 만들어준 소중한 사람들과, 한 번 뿐인 일상의 순간들을 함께하는 고마운 사람들과, 안전기지의 포근함을 나누며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한다. 
 
[인용]
30 의학 모델에서 치료가 필요한 환자라고 판정받는 아이는 질병의 근본 원인을 가진 것이 아니라 자신이 느끼는 여러 감정을 증상으로 표현할 뿐이다. 정말 치료가 필요한 대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질병을 유발하는 존재이거나 때로는 다정한 표정으로 환자를 보호하는 부모, 또는 주 양육자인 경우도 있다.

37 치카 씨는 다른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기분 나쁜 태도를 보이면 어쩔 줄 몰라 당황했다. ... 타인을 신뢰하지 않았고 관계에서 안정을 느낄 줄 몰랐으며, 모든 일을 끊임없이 나쁜 방향으로만 생각했다.

41 치카 씨는 버림받는 데 지나치게 예민해진 나머지 타인의 반응에 과도하게 신경 쓰며 불안해하고, 누군가 과거의 상처를 건드리면 불안해지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애착은 대인관계에서 안정을 느끼는 밑바탕인데 애착이 불안정하니 불안과 우울이 심해지고, 버림받는 데 예민해지고 쉽게 상처받다 보니 모든 관계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74 아이는 위험을 느낄 떄만 어머니 품 안에서 안정을 찾고, 위험이 사라지면 어머니에게서 벗어났다. 어머니라는 안전기지가 존재하기 떄문에 아이는 '놀이'라는 탐색을 마음 놓고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87 자신을 돌아보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실제로 발생한 사건과 자신의 감정 또는 추측이라는 2차 반응을 구별할 수 있다. 그러니 속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에 휩쓸리거나 발목을 잡히지 않는다.

106 증상은 몸이 도와달라는 신호인데, 이를 방치하고 체념해버리면 몸이 보내는 간절한 신호를 무시하는 셈이나 다름없다.

110 조건 없는 사랑을 받지 못하고 언제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지 몰라 늘 불안에 떠는 습관이 몸에 밴 것이다. 이처럼 상대방의 표정에 민감하고 상대방이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으면 어쩌나 불안해하는 성향을 불안형 애착이라고 한다.

194 회피형은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어 상대방에게 진심으로 애착을 느끼는 상황을 두려워한다. 그렇게 되면 상대방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잃을 것을 두려워하고, 정말로 잃게 되면 상처를 받게 된다. 이것은 반드시 피해야 하는 최악의 사태다.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1. 애착불안(애착하는 대상이 자신을 받아들이는지 여부를 늘 생각하는 사람이 느끼는 불안)을 경험하는 분들께
2.대인관계에서 문제를 겪는 분들께. 특히 타인의 반응에 과도하게 신경쓰며 불안을 느끼는 분들께
3.우울, 불안, 긴장, 의존증, 섭식장애, 감정 기복,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불륜, 가정폭력, 등교 거부, 은둔형 외톨이, 발달장애 등 다양한 문제들의 '숨은 원인'에 대한 견해를 만나보고자 하는 분들께
4.마음의 문제를 겪는 주변인에게 힘을 주기를 원하는 분들께. 사랑하는 사람의 '안전기지'가 되어주기 위해 필요한 태도들을 배우고자 하는 분들께
5.마음이 건강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 부모로서 가져야 할 애착에 대한 배움을 기대하는 분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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