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읽는 수학 - 수학으로 삶을 활기 있게
크리스티안 헤세 지음, 고은주 옮김 / 북카라반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줄평]
삶의 곳곳에 숨어있는 수학을 만나보는 신기한 경험. 낯설기만 했던 수학에 한 걸음 다가서는 기회.

[서평]
수학이라는 언어
생각은 언어의 영향을 받는다. 언어는 우리가 세상을 포착하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동서양의 언어 특성의 차이가 문화적 차이로 이어진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동양은 동사가 발달한 반면 서양은 명사가 발달하였는데, 이러한 언어 차이가 그들의 사고방식이나 일반적 행위패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따금씩 무언가에 호기심이 발동하는 경우 검색엔진을 돌리는데, 정보량이 아쉬운 경우 크롬을 켜고 구글 영문검색을 시작한다. 영어를 잘해서가 아니다. 우클릭 후 번역기능을 활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따금 맥락이 읽히지 않는 아쉬운 번역이 나타날 때면 참 아쉬운 생각이 든다. 내가 영어를 잘 한다면 더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을텐데. 더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을텐데. 더 많은 재미를 느낄 수 있을텐데.

그런데 수학은 어떨까? 수학이라는 언어에 익숙해진다는 사실은, 나아가 능통해진다는 사실은 나의 사고체계에 어떤 영향을 줄까? 어떤 이해를 줄까? 어떤 발견을 줄까? 어떤 재미를 줄까? 얼마 전 이러한 생각을 문득 하게 된 이후로, 나는 기회가 닿는대로 수학을 향해 다가서고자 하는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수학이라는 언어의 체화를 통해 나의 일상을 더욱 풍성하게 채워나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독서는 매우 즐거운 경험이었다. 일상의 수학을 발견하고, 수학에 대한 낯설음을 줄이며, 수학이 생각보다 많은 것들과 연결되어 있음을, 삶에 뗄 수 없는 존재임을 깨닫게 되었다.

195 오늘날 우리는 언어적 능력 하나만으로는 보통의 일상을 살아나갈 수 없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그동안 말보다 숫자가 많이 생겨났다. 이제 우리 사회에는 수에 대한 수준 높은 교육이 필요하다. 숫자, 데이터, 통계를 잘 다루고, 확률을 계산해 기회와 위기를 평가하는 능력, 적은 정보로 바른 결정을 내리는 능력을 더 많은 사람이 더 열심히 길러야 한다. 오늘날 학교에서는 가우스가 괴테보다 중요하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논란이 되는 문제의 진상을 밝혀내는 능력이다. 그래서 목적어를 문법에 맞게 잘 쓰는 능력보다는 데이터를 다루는 능력이 필요하다.

본문 구성
 이 책은 총 7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는데, 일상 생활에서부터 스포츠, 문학, 빠른 연산법, 통계를 활용한 탈세자 찾기, 도시의 택시 숫자 추정하기, 군중의 수를 세는 법,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끈 암호 해독 이야기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가 블로그에 올리던 내용을 다듬어 출판한 것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담백하고 간결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한 챕터의 양이 그리 많지 않기에, 제목 그대로 카페에서 여유가 남는대로 읽어나가기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만큼 쉽지만은 않았는데, 그런만큼 곱씹어 이해하는 뿌듯함도 느낄 수 있었다. 숫자를 보면 나도 모르게 작아지는, 수학에 어려움을 느끼는 나로서는 전체 내용의 70%가량을 이해할 수 있었는데, 언젠가 다시 찾아 읽으며 100%의 내용을 소화해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몬티홀 문제
이 책은 '몬티홀 문제'라는 유명한 수학문제를 담고 있다. 이 문제를 처음 들어본 것은 3~4년 전 쯤으로 기억한다. 그 때 이 문제와 해설을 읽고 이런 생각을 했다. '우와, 굉장하다. 그런데 무슨 소리지?' 그렇게 이해를 포기했다. 그런데 이번에 이 책 '카페에서 읽는 수학'을 읽으며 그 '몬티홀 문제'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이번 독서의 의미는 충분히 즐거웠던 것 같다. 그 내용을 나의 언어로 풀이해 본다.

'몬티홀 문제'는 다음과 같다. 퀴즈 쇼 출연자인 당신은 3개의 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고 그 뒤에 숨은 선물을 가질 수 있다. 문 뒤에는 고급 자동차 1대, 염소 2마리가 3개의 문에 랜덤하게 나눠져 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당신이 하나의 문을 고르면, 사회자가 남은 2개의 문 중 염소가 숨어있는 문을 골라서 연다. 이 때 당신에게 선택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원한다면 남아있는 다른 1개의 문으로 갈아탈 수 있다. 그렇다면 문을 바꾸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그대로 두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바꾸든 말든 차이가 없을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선택을 바꾸는 것이 좋다. 자동차를 얻을 확률은 선택을 바꿈으로써 (1/3)에서 (2/3)으로 상승한다. 이 문제가 유명한 것은 일반적인 '직관'과 수리적 계산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어차피 처음부터 자동차의 확률은 (1/3)이었는데 선택을 바꿈으로써 확률이 달라진다니 나도 처음에는 납득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 과정을 짚어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내가 처음 고른 문 뒤에는 염소A 또는 염소B 또는 자동차가 숨어있었을 것이다. 만약 염소A를 골랐을 경우 사회자가 염소B의 문을 열었을 것이고 남은 하나의 문 뒤에는 자동차가 있으니, 선택을 바꾸는 것이 좋다. / 염소B를 골랐을 경우 사회자가 염소A의 문을 열었을 것이고 남은 하나의 문 뒤에는 자동차가 있으니, 선택을 바꾸는 것이 좋다. / 자동차를 골랐을 경우 사회자가 염소A 또는 B의 문을 열 것이고 남은 하나의 문 뒤에도 염소가 있으니, 선택을 바꾸면 안된다. / 즉 선택을 바꾸는 것이 (2/3)의 확률로 자동차를 선사하는 것이다. 

안정적 결혼 생활과 수학
133 안정적인 결혼 생활을 예측하는 방정식은 흥미롭게도 수학자들이 간질 발작, 주식시장 붕괴, 지진 같이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일들의 변화 추이를 보여주는 재난이론 방정식과 비슷했다. ... 성공적인 결혼 생활을 위해서는 1번 부정적인 대화를 했다면 5번 이상은 긍정적인 대화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 부부 관계를 파괴하는 가장 큰 요인 4가지를 밝혀냈다. 즉, 상대방을 탓하는 것, 상대방을 업신여기는 발언, 자기 자신을 희생자로 묘사하는 것, 상대방과의 정서적 단절이었다. ... 반대로 안정적인 부부 관계를 보장하는 것은 서로 간의 존경, 상호 신뢰, 함께 웃는 것, 다정다감함이었다. ... 행복한 결혼 관계를 유지하는 부부는 각자 한 발자국씩 뒤로 물러서서 상대방의 감정을 반추했다. .... 싸움이 일어났을 때 싸움을 끝낼 수 있게 해주는 나의 묘책은, 앞에서 설명한 5:1의 비율을 가슴에 새기는 것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결혼 생활의 지속가능성을 수학적으로 분석한 부분이었다. 그리고 분석의 결과가 말하는 항목들은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는 내용들이었다. 보편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  그럼으로써 불행을 회피하고 행복에 다가설 수 있는 것이 수학이 가지는 유용함이라면, 삶의 가장 값진 경험 중 하나인 사랑에 그것을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사실 위에서 언급한 관계를 파괴하는 요인과 관계를 보장하는 요인들은 엄청나게 획기적인 항목은 아니다. 모두 흔하게 주변에서 권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것이 갖는 이론적 기반을 고려함으로써 그 무게감이 다르게 느껴졌다. 저자의 경우 1번의 부정적 대화에 5번의 긍정적 대화가 필요함을 가슴에 새겨뒀다고 한다. 나 역시 미래를 위해 잘 배워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인용]
19 매일 우리는 매우 많은 다양한 일을 경험하고 오만 것을 생각한다. 매초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하면, 하루 중 꺠어 있는 동안을 약 15시간으로 잡으면 60X60X15가지, 즉 약 5만 가지 사건이 하루에 일어난다. 넉넉히 잡아서, 한 달에 100만 가지 이상의 개별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그중 대부분은 주의를 끌지 못하고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만 어떤 일은 우연히 동시에 발생해서 우리를 당황스럽게 만들곤 한다.

77 이런 전력에 따르면 정말 불합리하게도 가장 실력이 뛰어난 자보다 오히려 가장 약한 자가 생존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우리는 강자의 월등한 능력도 많은 상황에서 현저한 약점이 될 수 있으며, 어떻게 강점이 약점이 될 수 있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