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음의 미학 - 도스또예프스끼의 간질병과 예술혼
김진국 지음 / 시간여행 / 2017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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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병든 시대를 헤쳐나간, 거룩한 병자의 이야기 / 병든 시대를 살아가는, 이 시대의 거룩할 병자들을 위한 이야기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1.세상을 구원하는 힘이 '아름다움'과 '어리석음'에 있다는 말에 동의하는 분들께
2.병든 시대를 헤쳐나갈 수 있는 '예술'의 힘을 믿는 분들께
3.절망스러운 마음이나 이 세상이 과연 살 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심을 품고있는 분들께
4.위대한 문호 도스또예프스키의 창작의 원천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있는 분들꼐
5.도스또예프스키의 위대한 작품들이 태어난 배경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분들께

[이 책의 특징]
1.풍부한 이야기
'소설가'로서 도스또예프스키의 이야기는 물론 기대하고 계실 것입니다. 그의 유명작들이 빈번하게 인용되며 작품세계들을 짚어봅니다. 그러나 이 책은 그의 작품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도스또예프스키의 삶을 돌아봅니다. 병든 시대를 헤쳐나간 거룩한 병자로서, 그가 세상을 마주한 방식을 그려냅니다. 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간질'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며, 인간으로서 삶의 여정, 영향을 미친 사건들, 아내와의 이야기, 작품 너머의 개인적 가치관들도 짚어봅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도스또예프스키가 살아온 19세기아 별반 다르지 않은 우리 시대를 짚어보고, 또 하나의 병든 시대를 살아내고 있는 현대인들을 돌아봅니다. 깊고 넓고 풍부한 이야기는, 충분히 저의 사유세계를 확장시켜 주었습니다.

2.생각의 기회
4 "그런데 요즘 정신병을 앓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당신도 나도, 그리고 모든 사람이 다 정신병을 앓고 있고 또 그런 예는 얼마든지 있잖아요?"
도스또예프스키의 《까리마조프 씨네 형제들》에 등장하는 대화입니다. 이것이 비단 19세기 러시아의 사회 분위기이기만 할까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는, 19세기 러시아보다 얼마나 '건강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요? 도스또예프스키의 소설들은 시대의 부조리를 꿰뚫어보는 예민한 감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매일의 사회면마다 새로운 라스꼴리니꼬프가 등장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무엇을 꿰뚫어 볼 수 있을까요? 어떤 부조리를 감지하며 어떤 희망을 발견하며, 어떻게 그 불씨를 호호 불어갈 수 있을까요? 이 책의 독서는 저에게 그러한 새롭고 넓은 생각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3.살아가는 힘
참으로 팍팍하고 힘든 세상입니다. 위로와 응원의 도움이, 의지와 열정의 원천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혼돈의 시대였던 19세기 러시아의 부조리를 온몸으로 부딪힌 한 위대한 작가는 '아름다운 삶'을 찾기 위한 위대한 고행으로 스스로를 이끌었습니다. 글쓰기라는 놀이를 통해 병든 시대를 거뜬히 헤쳐 나왔습니다. 그가 남겨준 '어리석음'과 '아름다움'의 영감은, 병든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값진 의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평]
31 도스또예프스끼 소설에 담긴 이야기는 대개 칙칙하고 어둡고 슬프다. "아주 빈번히, 눈에 띄지 않게, 거의 비밀스럽게 빼쩨르부르그의 무거운 하늘 아래서, 거대한 도서의 어둡고 감추어진 골목길에서, 어지럽게 소용돌이치는 삶, 둔중한 이기주의, 서로 충돌하는 이해관계, 음울한 방종, 비밀스런 범죄의 한 가운데서, 이 모든 무의미하고 비정상적인 삶으로 가득 찬 끔찍한 지옥 한가운데서 벌어지는 음울하고 괴로운 이야기"들이다
그의 소설의 주인공들은 왜 그럴까요? 그들이 안고 있는 병증과 슬픔과 무거움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도스또예프스키는 그들의 삶과 독백과 대화를 통해서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요? 또한 그 모든 예술적 창조의 과정은 도스또예프스키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를 주었을까요?

이 책은 위대한 문호 도스또예프스키의 삶을 다룹니다. 그의 삶과 그의 작품을 오가며 그가 병든 세상에 던지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는지 더듬어갑니다. 또한 병든 시대의 병자로서 그에게 글쓰기는 과연어떠한 의미였을지 짚어봅니다. 

도스또예프스키에게 글쓰기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었습니다. 혼돈과 부조리에 가득찬, 19세기 러시아라는 병든 사회를 헤쳐나가기 위한 놀이였습니다. 천상의 행복으로 나아가기 위한 힘찬 실천이었습니다. 시대의 위선과 오만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가치와 의미를 찾아나선 바보성자였습니다.

우리 시대는 어떤가요? 작년에는 서울 중심가의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한 여성이 이유없이 살해당했습니다. 어느 교수는 연구원을 착취하며 인격을 짓밟으며 심지어 인분까지 먹였다고 합니다. 세 모녀는 집세와 공과금을 남기고 세상을 등졌고, 한쪽에서는 전관예우를 등에 업은 법조인들이 거액을 벌어들입니다. 불과 얼마 전에는 한 여중생이 친한 친구를 따라갔다가 친구의 아버지에게 죽임을 당했으며, 아파트 외벽 공사를 하던 인부가 이유없이 추락했습니다. 

308 그런 어리석은 병자가 남긴 절망의 기록 속에도 삶의 의지를 다지게 만드는 몇 구절이 숨어있다. "삶을 향한 갈망을 이길 만한 그런 절망"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삶의 모든 1분이, 삶의 모든 순간이 인간에겐 축복"이 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 "인간이라는 존재의 율법 자체"라는 것.

참으로 부조리한 사회입니다. 못지않게 양극화된 사회입니다. 못지않게 힘든 세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을 살아내며 희망을 찾아가는 보통의 사람들에게 이 책의 독서는, 의미있는 치유와 축복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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