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사람들은 숫자에 강합니다 - 모든 것이 데이터로 쌓이는 시대, 숫자와 팩트에 강한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나카오 류이치로 지음, 이정현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한 무리의 외국인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걸어옵니다.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합니다. "제발, 나한테 말 시키지 마라..." 그렇게 오랜 시간 영어를 공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어로 대화를 해야하는 상황은 저에게 늘 불안과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영어로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머리에서 쥐부터 나기 시작했죠. 그런 저의 오래된 영어불안이 달라질 수 있었던 것은 넷플릭스를 활용한 섀도잉을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닌 좋아하는 '영화'를 통한 '소통'을 한다고 생각하니 영어를 향한 태도가 뿌리부터 달라지기 시작했죠. "그렇구나.. '기호'가 아닌 '언어'구나. '시험문제'가 아닌 '소통'을 돕는 값진 보물이었구나." 영어공부가 즐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영어를 썩 잘하는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반사적인 불안이나 이질감을 해소한 것 하나만으로도 기존의 영어실력을 훨씬 잘 발휘하게 되었고 전보다 빠른 속도로 실력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영어를 바라보는 '태도'를 바꾼 것은 눈 앞의 '시험점수'를 획득하는 것을 넘어, 더 넓은 세계를 이해하고 더 많은 사람에 감응함으로써 경험의 반경을 넓혀나가야겠다는 의지와 기대감마저 갖게 만들었습니다. 하나의 '언어'를 배움으로써 하나의 '세계'를 삶으로 들여올 수 있음을 깨닫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렇게 영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진짜 배우고 싶었던 '언어'는 따로 있습니다. 영어만큼 오래 배웠지만 영어보다 더욱 두려운 언어, 바로 '숫자'입니다. 문과 출신에 점수를 맞춰 진학한 경영학과에서도 숫자는 늘 저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회계를 공부할 때는 대변과 차변의 유기적 연결이 종합적으로 파악되지 않아서 애를 먹었죠. 그래서 늘 눈 앞의 시험문제를 풀기 위해 기계적으로 암기했고, 응용문제를 푼다거나 배운것을 일상에 적용한다는 것은 시도조차 못할 일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수학적 능력을 활용하는 영역에서는 늘 움츠러들었고, 저의 역량을 발휘하여 즐겁게 도전하지 못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삶의 반경이 좁아졌죠. 일상에서 누릴 수 있었던 성장과 기쁨의 기회도 줄어들었을겁니다. 그랬던 제가 최근 숫자를 다루는 능력을 키우고 싶다는 의지가 강력하게 끓어오르게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주식을 시작한 것입니다. 혹자는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헤어진 애인을 잊고 싶으면 주식을 시작해라. 원금 회복할 생각에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헤어진 애인이 없던 저에게는 다른 방식으로 속이 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떠나간 돈이 마치 헤어진 애인처럼 느껴졌던 것입니다. 씨젠과 함께 떠나간, 알테오젠과 함께 떠나간, kodex 200선물인버스2x와 함께 떠나간 저의 소중한 돈이 말입니다. 그래서 다짐했습니다. 숫자와, 수치와, 도표와, 차트와 친해져야겠다고. 그래서 그들을 해석하게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겠다고. 저의 오래된 숫자 공포증을 이겨내고 새로운 역량을 발휘하며 훌륭한 개미투자자가 되고싶다고.

<일 잘하는 사람들은 숫자에 강합니다>를 집어들면서 기대한 것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숫자와 친근해지는 것. 둘째, 일상의 업무능력을 향상시키는 것. 셋째, 재테크에 활용할 수 있는 경제지표 관련 수치해석능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사실 원래는 이런식으로 서평을 시작하지 않습니다. 저자의 관점에서 쓰여진 책의 구성과 흐름부터 소개하죠. 하지만 이 책을 빠르게 일독하고 난 뒤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독서의 목표를 또렷하게 구체화한 뒤 책을 읽기 시작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겠다는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책에서 소개된 '가설사고'를 체화한 덕분입니다. 결과에서 출발하여 역순으로 거슬러 생각해오는 '가설사고' 입니다. 물론 누구나 나름의 목표를 갖고 독서를 시작합니다. 저도 쭉 그래왔고요. 하지만 그것을 얼마나 또렷하고 선명하게 구체화하느냐에 따라 독서의 과정과 결과는 어마어마하게 달라진다는 것이 제가 이번 독서에서 얻은 배움입니다. 목표를 정해두고 독서하면 시점이 좁하지고 사고가 편협해지는 것 아닌가 우려하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경험한 바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목표의 설정과 동시에 '메타인지'가 각성되며 "내가 이것을 배웠구나"를 넘어"내가 목표하지 않은 이것도 배워야겠다"까지 생각이 확장됩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책'을 읽을때는 '각성감'이 유지됐지만 그렇지 않은경우 의식이 흐려지고 속도가 느려지는 것이 큰 아쉬움이었거든요. 하지만 책의 목표와 챕터의 목표를 정해두고 읽기 시작한 이번 독서에서는, 제가 불편하고 어렵게 여기는 소재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각성감과 몰입도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의 서평도 '저자의 관점'을 일방적으로 따라가기보다는 '저의 독서목표'를 중심으로 전개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저의 관점'으로 해석한 '책의 관점'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만큼 이 책의 독서가 저의 사고체계와 독서관에 가져다 준 변화는 제법 컸습니다. '독서법'관련 책이 아니라 '숫자'에 관한 책이 독서관을 변화게 했다는 것, 이 또한 독서의 예측불가능한 즐거움인인 것 같습니다.  

책에 관해 간단하게 소개하겠습니다. '숫자'라는 '비즈니스 언어'를 체득함으로써 업무능력을 키우고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 책입니다. 비지니스 언어로서 숫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본적 사고방식을 제안하며, 비지니스에서 숫자를 활용하여 성과를 내기 위한 구체적 도구와 전략을 알려줍니다. 책의 전반에 걸쳐서 샌상성, 데이터 분석, 돈 센스, 리더십, 숫자 사고의 힘을 키우는 일곱가지 프레임을 배울 수 있습니다. 현업에 종사하는 비즈니스맨이라면 업무능력의 향상을 위해서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숫자와 친해짐으로써 일상의 생산성을 키우고 재테크감각을 키우기를 기대하는 분들께도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저의 경우 '숫자'로 사고함으로써 의식과 사고가 선명하고 깨끗해지는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목표를 숫자로서 부분명히하니 그 과정에서 본질적이고 중요한 것에 집중하게 되는 느낌이 개운했습니다. 저의 경우 생각이 너무 많은것이 큰 단점이거든요. 그래서 어느순간 생각이 삼천포로 빠지고 한참을 헤메다 돌아오는 바람에 생산성과 능률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목표를 분명히 해보자고 이따금 다짐을 해봤는데 큰 효과를 보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숫자'로 사고하고 목표에 숫자를 명시한다는 미묘한 차이가 '결과'와 그것을 바라보는 '의식의 선명도'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영어'에 대한 관점을 바꾼 뒤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해봐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것 처럼, '숫자의 세계'를 일상으로 가져옴으로써 단조로운 일상을 훨씬 풍요롭고 선명하게 만들어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도움이 됐던 것은 '생산성'과 관련된 '1장-단순하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비밀'이었습니다. 자꾸만 떠오르는 딴생각으로 인해 복잡하고 비효율적으로 일하던 저에게 가장 솔깃한 주제였죠. 생산성을 위해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은 세 가지입니다. '인수분해', 'ROI 사고', '가설사고'가 그것입니다. 첫째, '인수분해'는 업무를 작은 부분으로 쪼개는 것입니다. '마감일'에 맞춰 막연히 채워가는 것이 아닌, 세부 영역별 소요시간을 계산하여 함께 고려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를 '공수관리'라 표현합니다. 이를통해 부분별 진척도를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우선순위를 고려하여 업무일정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 어려운 과제 앞에서 그 크기와 무게에 압도되며 회피하게 되는 성향이 있는데요, 이처럼 작은 부분으로 쪼개어 큰 그림을 그리면서 진행일정을 구체화하고나니 결국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조금씩 생겨나며 즉각적으로 시작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처럼 큰 일을 앞두고 불안이 커지며 회피하는 성향을 가진 분들께 '인수분해'는 상당히 유용한 도구가 될 것 같습니다. 둘째는 'ROI사고' 입니다. ROI는 Return on Investment의 약자입니다. 분자가 Return이고 분모가 Investment죠. 요즘 물건을 살 때 흔히 '가성비'를 따지죠? ROI는 투자 대비 성과를 의미합니다. 분모의 투자를 최소화하고 분자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것, 그것이 ROI사고의 지향점입니다. 저의 경우 생각이 많은 성향이 더하여 지나치가 사전조사나 고민에 큰 에너지를 쏟는 경향이 있습니다. 완벽주의와도 비슷한 맥락인데요,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점검하고 걱정하느라 즉각적으로 시작을 하지 못합니다. 그렇게 나쁘지 않은 성과를 내더라도 고민과 준비와 걱정에 큰 에너지를 소모했기 때문에 그다지 기쁘지가 않더라고요. 생산성 자체도 문제입니다. 하나의 완벽한 결과를 준비하기 위해 막대한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시간에 적당한 서너개의 결과를 가볍게 달성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일 텐데 말입니다. 편협한 관점에 갇혀있을 때는 그게 잘 안보이더라고요. 고민과 걱정의 무게에 압도되기도 했었고요. 그래서 앞으로는 ROI의 태도를 굳건히 지켜가려고 합니다. 근심과 걱정과 고민의 크기가 지나치게 커질수록 성과의 의미도 퇴색될 수 있음을, 나 역시 기쁨과 행복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음을 기억하면서 말입니다. 셋째는 '가설사고'입니다.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자료분석을 통해 구체적 가설을 세우고 단계적 검증을 통해 중요한 것부터 실천해나가는 것입니다. 저의 경우 생산성이 떨어지던 이유 중 하나가 '무질서'였습니다. 명확한 계획없이 잡히는대로 중구난방으로 일을 해나가다보니 딴 생각도 많고 몰입도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결과부터 생각하는 '가설사고'를 적용하니 그 과정과 결과가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가설을 세우기 위해서는 목표를 또렷이 해야합니다. 가설을 세우려면 단계적 절차를 수립해야하죠. 그것을 검증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모든 프로세스가 가시적으로 나타납니다. 내가 무엇을 향해 가고 있고 어디까지 왔으며 얼마나 더 가야하는지 알고싶지 않아도 알게되죠. 자연스럽게 집중력도 향상되고 그 과정도 재미있어졌습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세 가지 도구인 '인수분해', 'ROI사고', '가설사고' 세 가지 만큼은 당분간 곁에 지니며 꾸준히 체득해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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