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가 주목한 융의 재발견 - 정신분석의 창시자로 페르소나 개념을 만든 심리학 3대 거장
칼 구스타프 융.캘빈 S. 홀 지음, 이현성 옮김 / 스타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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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대세는 '프로이트'인가 싶더니 어느새 '아들러'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미움받을 용기>의 인기를 계기로 아들러 심리학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게 되었다. 아무래도 '관계'에서 피로감을 느낀 사람들에게 "그래도, 미움 받아도 괜찮아"라는 위로의 메세지를 전달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요즘 '융'이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에 발매된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 타이틀이 MAP OF THE SOUL : PERSONA 라고 한다. BTS의 음악에 융의 사상이 모티브를 제공했기 때문에 BTS를 좋아하는 국내외의 팬들에게 '융' 또한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왜 사람들은 BTS에 열광할까? 물론 멋진 외모가 한 몫을 했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들이 전하는 메세지로부터 위로와 용기를 받았다고 말한다. 힘들고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의 사람들에게 필요한 진정성 있는 메세지를 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 역시 BTS의 몇몇 노래를 들어본 바 있고 멋진 퍼포먼스와 사색과 성찰이 담긴 가사에 호감을 느낀적이 있다.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것이 바로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세지였다. '관계'도 중요하고 '사회생활'도 중요하며 '성취'나 '물질'도 역시 중요하다. 하지만 그 모든것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삶의 정답은 정해져 있으며 오로지 그 길로만 따라가는 것이 유일한 성공처럼 여겨지는 사회에서 '자신'이 존재할 자리가 있을까? "역사는 반복되지 않는다. 각성하지 않은 대중의 타성이 반복될 뿐이다." 융의 말이다. BTS덕분에 주목을 받았지만 그 어느때보다 '융'이 필요한 시대다. 자신의 내면 깊숙히 숨겨진 어둡고 음침한 모습조차도 품어안고, 타인의 그러한 일면까지도 수용하며, 자신과 타인과 사회의 모순을 극복하고 한 걸음 전진할 수 있는 것. 이 책 <BTS가 주목한 융의 재발견>을 읽고 내가 품어본 희망이다.

책 <BTS가 주목한 융의 재발견>은 융의 사상을 간결하게 풀어낸 해석서다. 저자인 '캘빈 S. 홀'은 캘리포니아 대학교, 오리건 대학교, 웨스턴리저브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를 역임한 심리학 박사다. 책은 크게 2부로 나눠지는데 '1부-융의 심리학 해설', '2부-나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융의 사상을 구성하는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융 심리학의 의의'를 끝으로 챕터를 마무리한다. 인격, 개성화, 의식, 무의식, 집단무의식, 그림자, 페르소나, 콤플렉스, 아니무스, 아니마 등의 키워드가 등장한다. 낯설고 어색한 것이 사실이었지만, 앞서의 설명이 뒷부분의 이해를 뒷받침하는 단계적 구성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융의 사상을 훑어나갈 수 있었다. 2부에서는 융의 일생을 자전적 표현 방식으로 서술한다. 위대한 심리학자로서의 융이 아닌, 방황과 혼란으로 가득했던 어린시절의 내적 갈등이 내밀하게 표현되어 있다. '위대한 학자로서' 융의 사상을 바라볼때와는 달리, '방황하던 한 인간으로서' 융의 사상을 바라보기 시작하니 '교과서의 난해한 이야기'를 넘어 '삶의 이야기'로 한결 친숙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융의 사상을 이해하고 삶에 적용하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1부까지만 읽고난 뒤 "다 읽었다"라고 생각했는데, 2부를 읽고난 뒤에 더욱 큰 보람을 느꼈다. 특별한 주해나 주석이 달린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1부에서 배운 개념의 이해가 한결 깊어진 느낌이었다. '학문'을 대하는 태도와 '삶'을 대하는 태도라는 관점의 전환이 인식의 깊이를 더욱 밀도있게 만들어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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