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규제할 수 없다 - 패권국가로 가는 규제혁신
구태언 지음 / 클라우드나인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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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을 위해 서울 상공을 찾은 아이언맨. 작전을 위해 필요한 빅데이터를 수집하던 토니 스타크의 헬멧 스크린에 갑자기 팝업창이 나타난다. "개인정보 처리방침에 동의하시겠습니까?" 필수영역에 체크하고, 마케팅정보 제공은 체크를 해제하고 확인 버튼을 누른다. 그러나 머지 않아 새로운 동의가 필요하다. 계속해서 버튼을 누르며 아무것도 하지 못하던 아이언맨은 이내 추락하고 만다. 규제 때문에 새로운 시도와 성장의 가능성을 제약받는, 우리나라 IT업계의 현실을 풍자한 이야기다.

이 책 <미래는 규제할 수 없다>는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하는 우리나라의 규제현실을 짚어보는 책이다. 미국, 중국, 유럽 등 각 나라에서는 새로운 시대의 패권을 쟁취하기 위해서 IT기업과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규제혁신'이다. 안정적 기반이 취약한 기업들이 과감하게 새로운 시장으로 뛰어들 수 있도록 위험과 진입장벽을 낮추는 규제의 철폐다. 이러한 우호적 환경 속에서 우버, 에어비엔비, 위워크등의 기업들이 눈부시게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규제의 측면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매우 불리한 환경에 있다. 각종 규제들이 새로운 도전을 막고 있으며, 심지어 새로운 규제가 이미 시작된 도전을 가로막기도 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우리 기업들은 참신한 아이템을 먼저 발견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기회를 놓쳤으며, 규제현실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그러한 아쉬움이 계속될 것이다.

가장 놀라웠던 이야기는 국내 온라인 중고차 거래 플랫폼 '헤이딜러'의 사례였다. 개인이 중고차를 거래할 때 전국의 중고차 딜러들로부터 비교 견적을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가격의 투명성과 합리성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기업이다. 창업 초기 인기를 끌며 매출을 높여가던 이 기업은, 예상치 못한 위기에 맞닥뜨리게 된다. 위기감을 느낀 오프라인 중고차 거래업자들이 지역구 국회의원들을 움직여 자동차관리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온라인 중고차 사업자에게 오프라인 사업자와 같은 자격기준을 요구도록 만든 것이다. 바로 1,000평 규모의 주차장과 100평 이상의 경비실 등 각종 시설과 인력이 그것이다. 이를 갖출 자금력이 부족했던 헤이딜러는 폐업을 선언했지만 이 사실이 알려지며 여론의 역풍이 불었고 결국 규제는 철페되었다고 한다.

책에는 해외의 스타트업 성공 사례와 국내의 현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공유경제, 핀테크와 금융혁명, 디지털 화폐와 블록체인, 미래의 법률이슈 등 4차산업혁명 및 법률이슈와 관련된 광범위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국가는 개인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규제가 과도하여 기업의 혁신과 성장을 저해한다면 결국 기회의 상실속에 피해를 보는 것 또한 개인이며 국민이다. 해외의 기업들이 국가의 지원이라는 날개를 달고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보면 더더욱 그렇다. 현실은 규제할 수 있을지 몰라도 미래는 규제할 수 없다. 우리 공동체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지혜로운 절충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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