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휘둘리지 않는 개인이 되는가
홍대선 지음 / 푸른숲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철학이라니. 이 무슨 한가한 이야기인가. 먹고살기도 바빠 죽겠는데 그런 사치를 부릴 여유가 어디 있는가. 실용적이지 않을거라면 재미라도 있든가. 지루하고 현학적이고 쓸모없는 말장난. 그런게 철학 아닌가?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철학이 필요한 순간을 만나기 전까지. 삶의 의미를 잃고 자신에 대한 믿음을 완전하게 잃어버린 순간, 희망이 절망이 되고 신뢰가 혐오가 되고 의미가 허무가 되어버린 순간, 철학이 삶으로 찾아들었다. 그리고 물었다. "너는 누구인가? 그래서 어떻게 살 것인가?"

5 저는 제 자신을 치유하고 싶어서 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삶의 고민과 혼란 속에서 헤매다 보니 어느새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 같은 원론적인 질문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도망치려 해도 피할 수 없으니 질문에 똑바로 마주설 수밖에 없었지요.

이 책 <어떻게 휘둘리지 않는 개인이 되는가>는 6명의 철학자를 다룬 철학 이야기다. '개인'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철학자들의 생애와 사상을 담백하게 담았다. 그러나 '철학'이라는 단어가 주는 보편적 느낌과 다르게 전혀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았다. 이 책에 담긴 철학은 '삶'과 맞닿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첫째, '철학자들의 삶'과 맞닿아 있다. 저자는 "철학은 철학자 개인의 경험에 붙인 각주"라고 말한다. 각 챕터는 철학자들의 사상을 풀어내면서도 그들 개인이 왜 그러한 사상을 정립할수밖에 없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서 그렇게 할 수 있었는지의 삶을 담고 있다. 철학자의 이론과 개념을 넘어 철학자라는 개인과 그들의 삶을 만났을 때, 머리로 암기해오던 철학은 공감과 이해를 타고 마음으로 전해졌다. 

둘째, '저자의 삶'과 맞닿아 있다. 저자는 자신을 치유하고 싶어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책을 쓰는 과정이 진심으로 즐거웠으며 생각을 나눈다는 사실에 마음이 설렌다고 한다. '개인의 발견'이라는 일관된 흐름을 타고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저자의 설렘과 기쁨이 진심으로 전해졌다. 그래서인지 읽는 내내, 책의 이야기에 온전하게 빠져들어 몰입할 수 있었다.

셋째, '나의 삶'과 맞닿아 있다.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방황하는 과정에서, 무엇보다 선결되어야 할 것은 나 스스로 '주체적 개인'으로 우뚝 서는 것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하지만 과거의 실패와 미래의 불안은 의심과 회의감이라는 불안의 씨앗을 계속해서 던져댔다. 허나 나만 그런것이 아니었다. 위대한 철학자들은 삶의 고통을 치열하게 극복해내는 과정에서 철학이라는 꽃을 피워냈다. 누구도 강제한 적 없는, 스스로의 의지의 결과물이었다. 위대한 영웅들의 치열한 삶의 기록은 오늘의 현실을 극복해나갈 나에게도 깊은 위로와 용기를 건냈다.  

넷째,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다. 무엇하나 확신할 수 없는 시대다. 모두가 믿고 신봉하는 절대진리는 무너진지 오래이며 선의를 이용하여 배후의 영리를 취하려는 위선마저 판을친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휘둘리지 않는 개인이 되어야 한다. 진정한 자신을 찾고 중심을 갖춘 개인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하는 분들께 영감과 지혜를 주는 의미있는 독서의 시간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휘둘리지 않는 개인이 되는가. 6인의 철학자들이 자신을 조각해간 여정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중심을 갖춘 '나 자신'으로 거듭날 수 있다면, 책의 제목처럼 '휘둘리지 않는 개인'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정보와 주장이 난무하는 요즘같은 시대에 휘둘리지 않는 개인이 되는 것은 정말이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삶은 비로소 거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수많은 신화 속 영웅의 여정은 '나 자신'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필연적으로 담고있기 때문이다. 고맙게도 위대한 철학자들이 든든한 어깨를 내어주었다. 다음은 그 어깨를 밟고 올라설 우리의 몫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