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보다 더 불안한 사람들
대니얼 키팅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대범하다고 표현한다. 예상치 못한 난관을 경험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냉철하게 문제상황을 극복하며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이다. 반면 변수가 나타나기가 무섭게 불안해지는 사람들도 있다. 문제가 발생하기도 전에 미리부터 겁을 집어먹거나, 작은 위험신호에 과도하게 위협을 느끼며 상황을 왜곡하기도 한다. 물론 불안에 '적정기준'이 있는것은 아니다. 불안을 과소평가하여 안전관리를 소흘히 한 나머지 상해를 입을수도 있고, 같은맥락에서 과도한 불안함이 아주 아주 미세한 사고의 가능성마저 조심하게 만들어 안전을 극대화할수도 있다. 문제는 불안 너머에 존재하는 '스트레스 대응능력의 부재'다. 그것이 생애 전반에 걸쳐 삶의 전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작은 스트레스에도 휘청거리는 사람
작은 스트레스도 견뎌내지 못하는 사람. 그래서 쉽게 감정의 기복이 일어나며 공격성이나 분노를 내보이는 사람. 그런 사람이 안정적인 인간관계를 유지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작은 스트레스도 견뎌내지 못하는 사람. 그래서 학습에 집중하지 못하고 주의를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무난한 학교생활을 통해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고 안정적으로 직업기반을 갖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작은 스트레스도 견뎌내지 못하는 사람. 그래서 주위 사람들의 작은 반응을 포함한 삶에서 마주치는 온갖 것들에게서 위협감을 느끼고 불안정한 신체반응을 지속적으로 경험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건강한 몸으로 안정적이며 주체적인 삶을 이끌어간다는 것은 매우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이처럼 '스트레스 대응능력'은 개인의 삶에서 지속적으로 강력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생애 초기의 스트레스가 유발하는, 후성유전적 변화
25 위협적인 상황이 닥치면 스트레스 시스템이 작동하지만 위협이 사라지면 스트레스 시스템은 작동을 멈춰야 한다. 이때 스트레스 시스템에 작동을 멈추라고 지시하는 역할을 맡은 핵심 유전자가 있는데, 이 유전자에 '메틸화'라는 후성유전적 변화가 일어나면 그 유전자의 작동이 멈춰버린다. 그 결과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멈추지 않고 분부되어 스트레스 조절장애가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 유달리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을 만들어내는 강력한 변수는 무엇일까? 저자는 과학적 근거와 사례를 바탕으로, '생애 초기의 스트레스'를 제시한다. 엄마의 임신기간동안 강력한 스트레스를 경험했거나, 출생 후 1년 안에 아이가 강력한 스트레스를 경험할 경우 이러한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레스 자체는 지극이 정상적인 몸의 반응이다. 당면한 위협에 대하여 싸우거나 도망칠 수 있도록 신체를 준비시키는 몸의 준비태세다. 이는 진화과정에서 인간종의 생존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문제는 스트레스 반응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경우다. 위협이 사라진다면 스트레스 반응도 멈추고 몸과 마음이 휴식과 회복의 기간을 가져야 할텐데, 이러한 스트레스 반응이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저자는 이처럼 스트레스 반응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강력한 요인으로, '생애 초기의 스트레스'를 제시하는 것이다. 연약한 아이가 세상과 마주치면서부터 경험하는 강력한 스트레스는, 몸에 이러한 신호를 남긴다. "세상은 위험하다. 그러니 늘 경계태세를 유지하여야 한다." 그 결과 스트레스 반응을 조절하는 유전자에 후성유전적 변화가 후천적으로 일어나며, 스트레스에 취약한 일생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불안한 성인을 위한 처방, 마음챙김
185 그러므로 그 결과를 솔직하고 명료하게 직시한다면 자신에게 가장 이로운 것을 염두에 두고 스스로 행동을 조절할 수 있다. 주의를 기울이고, 의도와 지혜로운 자기 의식에 맞게 행동하는 것, 이것이 바로 마음챙김의 정수다.

어떻게 보면 매우 절망적이며 불편한 이야기일 수 있다. 삶의 방향이 상애 초기에 완전히 결정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삶에 대한 우리의 자유와 선택권은 이미 오래전에 상실한 것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유소년기, 청소년기, 성인기에 '불안한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는 문제 상황들을 짚어보며, 문제를 개선하고 극복할 수 있는 대응전략 또한 함께 제시한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방법이 바로 성인기의 처방으로 제시된 '마음챙김'이었다. 자신의 성장과정을 냉정하게 돌이켜본다면 무엇이 이로웠고 또 무엇이 해로웠는지를 분명하게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스로 안다. 하지만 관성적 패턴에 의해서 자신을 해롭게 하는 행위를 습관적으로 행하고는 한다. 마음챙김은 이러한 패턴으로부터 분리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내면의 자극과 반응이 행동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순수한 알아차림'으로 자각하고 그것을 의식적으로 다루는 힘을 갖출 수 있다.

불안한 나의 안전기지, 마음챙김
187 마음챙김을 통해 충동이 아닌 의식에 힘입어 선택하는 습관을 들이고, 의지가 되는 인간관계를 맺어간다면 충동적이거나 파괴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고백컨대 나 역시 이 책에서 말하는 '불안한 사람'에 가깝다. 일어나지 않은 일을 과도하게 걱정하고, 그것들 때문에 주의가 흐트러지며 일상의 학습과 생산성, 능률에 큰 지장을 받고는 했다. 하지만 마음챙김을 시작한 이후로 많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스트레스와 불안에 속박되지 않고 그것으로부터 한 걸음 떨어져, 좀 더 객관적으로 상황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럼으로써 3자적 관점에서 감정적 동요 없이 상황을 명료하게 인식하며, '지금 여기'의 개선방향을 모색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이 나에게 기쁨을 주고 무엇이 나에게 고통을 주는지를 실시간으로 알아차리며, 보다 현명한 선택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늘 이렇게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것은 아니다. 자극의 강도에 따라, 상황의 중요성에 따라, 신체적 컨디션에 따라 불안감에 압도되어 스트레스의 늪에 빠지고마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번 독서를 통해 내 몸의 반응과 대응전략을 체계적으로 배워본 만큼, 앞으로는 좀 더 선명한 알아차림으로, 지혜롭게 스트레스를 다룰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불안한 우리의 용기를 위하여
이 책에서는 스트레스와 관련된 문제들을 다뤘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각자의 사정으로 자신만의 취약점을 갖고 있다. 또한 우리는 태생부터 완벽한 사람들보다 자신만의 한계를 극복한 도전자들에게 매력을 느끼며, 그들의 스토리에 빠져든다. 비록 태생부터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일지라도, 자신만의 여정으로 그것을 극복해낸다면 그 누구보다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나를 죽이지 못한 모든 고통은 결국 나를 더 강하게 만들 것이라는 니체의 말처럼 말이다. 쫄보에 겁쟁이로 살아온 나는 나의 오래된 역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 역시 생애 초기의 스트레스로 인해서 지금의 불안을 갖게 된 것일까?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다.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부모를 원망할 이유는 없다. 누구는 날때부터 부모였는가? 당시의 육아는 당시로서는 최선의 육아였을 것이다. 누구나 실수하고 실패하며 배우고 성장하는 법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나처럼, 우리처럼 말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여기'에서부터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시작하기로 했다. 나와 일상을 공유하는 고마운 사람들과 진심어린 관계를 맺으며, 마음챙김을 비롯한 저자의 제안들을 몸으로 실천하면서 말이다. 이 글을 읽고 있을 모든 쫄보 여러분들께도 용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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