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죽음과 함께 사라지는가 - 달라이 라마와 유전자의 생명토론
아리 아이젠.융드룽 콘촉 지음, 김아림 옮김 / 영림카디널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1+1=2" 너무나 당연한 수식이다. 하지만 혹자는 말한다. "1+1=귀요미"라고. 심지어 "3+3=귀요미, 귀, 귀, 귀요미" 라고. 하나와 하나가 만나서 둘이 된다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가 만들어진다면, 심지어 그것이 귀엽기까지 하다면 분명히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일 것이다. 물론 위의 이야기는 철지난 애교에 불과하지만 이처럼 재미난 일이 세계에서, 우리 몸에서, 우리 뇌에서 벌어지고 있다. 바로, '창발성'의 세계다.

58 어떤 사물이 결합해서 부분의 합 이상이 되는 경우에 우리는 '창발성'을 가진다고 말한다. 두뇌는 여러 세포들의 합일 뿐이지만, 세포들이 제대로 된 방식으로 한데 합쳐지면 마음이 창발한다.

두 개의 수소 원자에 하나의 산소 원자가 결합하면 개별적 원소의 특성을 뛰어넘는 '물'이라는 물질이 탄생한다. 생명의 근원이라 불리우는 귀한 존재다. 우리 몸은 어떤가? 개별적 세포 60조개가 모여서 생명력과 의식을 가진 한 사람의 인간을 만들어낸다.  두뇌에서 이뤄진 개별적 신경세포의 결합이 '마음'이라는 신비한 무한의 세계를 창조해낸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세포란 어떤 의미일까? 우리에게 의식이 있다면, 세포에도 의식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세포'에 연민과 관심을 보여아 하는가?

48 세포는 공空 개념과 비슷하다. 공이란 아직은 아무것도 없지만 가능성이 많은 상태를 말한다. ... 우리는 이 공이라는 개념을 명상에 활용해 애착도, 욕망도 없는 텅 빈 가능성만이 여러분에게 이로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실재를 생각할 때 여러분은 자동으로 욕망이나 애착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내가 가진 세포의 개념도 마찬가지다. 세포는 새로움과 혁신을 위한 가능성이다. 그리고 세포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세포라는 생물학적 개념이 불교의 공개념과 만난다. 이 책 '우리는 죽음과 함께 사라지는가'의 탐구 여정을 보여주는 일부분이다. 이 책의 첫 번째 저자인 '아리 아이젠'은 미국 에모리 대학교 생물학 교수다. 그리고 두 번째 저자인 '융드룽 콘촉'은 에모리 대학교에서 과학을 공부한 바 있는 티베트 출신의 승려다. 생물학자와 승려는 달라이 라마의 주선으로 '에모리-티베트' 프로젝트의 핵심멤버로 의기투합한다. 바로 인도 다람살라에서 티베트 승려들에게 생물학을 가르치는 프로젝트다. 이 책은 그 과정을 담은 '생물학'과 '불교'의 만남의 기록이다.

23 달라이 라마는 우리 프로젝트가 티베트 불교의 이론과 실제를 현대 과학과 결합시키기를 바랐다. 특히 그는 현대 신경과학을 마음과 몸에 대한 고대의 지식과 결합해 오늘날의 세계가 겪고 있는 고통과 곤란을 덜었으면 했다. ... 우리는 같은 정보라도 관점을 바꿔 접근하면 그 정보를 탐구하고 확장하는 방식이 극적으로 바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종교와 과학. 언뜻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보일지 모른다. 과학자는 종교를 비합리적이라며 멀리할 것 같고, 종교인들은 과학에 어긋나는 신념을 포기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에서 보여진 두 저자의, 그리고 과학을 배워 나가는 승려들의 태도는 전혀 그렇지 않다. '열린마음'과 '호기심'으로 세상을 탐구해나갈 뿐이다. 때로는 지나치게 순수하여 엉뚱하면서도, 때로는 직관적이고 날카로운 통찰의 질문을 던지는 모습은, '순수한 어린 아이'의 배움을 떠올리게 한다. 때로는 생물학의 관점으로, 때로는 불교의 관점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전환의 경험은, '나의 관점은 얼마나 열려있는가'에 대한 성찰의 물음을 던지게 만들었다.

347 현재라는 순간에 계속 주의를 집중하고 그에 따라 나타나는 내적인 현실을 지켜보다 보면, 특정한 패턴의 생각과 걱정, 감정이 자주 반복된다는 사실을 눈치 챌 것입니다. ... 그것들을 판단하거나, 그것들에 반응하거나, 그것들의 정체를 알고자 하는 대신 단지 기록해 두었다고 저절로 가라앉아 우리 마음속 고요한 곳으로 되돌아가도록 합시다.

면역계와 신경계, 균총의 '균형'에 대한 생물학적 중요성, 여기에 명상이 힘을 보탤 수 있다는 발견은 이 책이 가진 매력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낸 파트였다. 염증에 대항하는 면역계·신경계·균총의 균형이 가져다주는 신체적 건강, 그리고 명상을 통한 내면세계의 균형이 가져다주는 정신적 건강은 정말이지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 몸과 마음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다시금 확신하게 되었다.

188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이는 불교와 현대 과학의 핵심 화두이다. 우리 모두는 이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처럼 보인다.

이 외에도 책에는 윤회와 이타주의, 공감과 연민, 후성유전학 등 종교와 과학의 흥미로운 만남들이 담겨 있다. 우리는 왜 탐구하는가? 그에 앞서, 우리는 도대체 누구일까?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대관절 우리는 '누구'로서 '무엇'을 탐구하는 것일까? 우리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사실은 우리를 당혹스럽게 하지만, 그 말은 우리를 누구로도 한계짓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과학자든 종교인이든 어느 누구든 말이다. 열린 마음과 호기심으로 자신을 한계짓지 않으며 나와 세상에 대한 탐구를 지속해나갈 것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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