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관한 75가지 질문 - 묻고 답하며 이해하는 뇌과학
윤은영 지음 / 학지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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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호기심은 불현듯 불타올랐다. 삶의 방향성을 잃고 정체성이 흔들리며 '나'에 대한 의문이 깊어지던 무렵, 문득 '뇌'가 알고 싶어졌다. '나'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 중 적어도 '뇌'만큼은 빠트려서는 안 될 것 같았다. '뇌'의 이해는, '나'의 이해를 향한 도약으로 나아가기 위한 든든한 지렛대 되어줄 것 같은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뇌를 배워보기로 했다. 문제는 어디서부터 시작하느냐였다. 적어도 내가 뭘 모르는지를 알면 그걸 배우면 된다. 하지만 자기가 뭘 모르는지조차 모르는 뇌바보에게 뇌의 이해는 정말이지 막연한 일이었다. 지금은 나름의 과정을 거쳐 대략적인 '지식의 연결망'을 만들어낸 덕분에 즐겁게 호기심을 채워나가고 있지만 최초의 배움은 정말이지 어렵고 막막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뇌를 처음으로 만나고 배워나가는 과정에서 이 책을 만났더라면 한결 수월했겠다." 75개의 질문들이 최소한 '내가 뭘 모르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줄테니 말이다. 이 책을 읽어나가는 과정에서 형성될 '지식의 준거점'들이 '지적 확장의 경계'를 넓혀줄테니 말이다.

뇌, 인생을 담는 그릇

19 뇌는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앎과 정서를 처리하는 곳이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형성된 우리의 삶, 즉 인생을 담는 곳이다. 결국 뇌는 우리의 인생을 담는 그릇이다.

이 책 '뇌에 관한 75가지 질문'은 뇌에 관한 입문서다. 일반적으로 대중들이 궁금해할만한 뇌에 대한 호기심들을 주의력, 기억력, 감각과 지각 등 12개의 주제 아래 풍성하게 담아냈다. 질답의 형식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킴으로써 독서의 흥미를 높였고 질문별 3페이지 가량의 분량이 읽는 부담을 낮췄다. 저자가 직접 그렸다는 일러스트가 직관적 이해를 돕는다. 저자의 전작은 '뇌를 변화시키는 학습법'이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학습에 관련된 팁들이 종종 등장했다. 뇌와 학습에 관심을 갖고있는 사람으로써 공부의 꿀팁을 발견하는 소소한 재미가 좋았다. '뇌'에 대한 대중적 흥미가 높아지는 시대다. 뇌에 대해 배우고 싶었지만 '너무 어렵지 않을까' 하는 부담감에 주저하던 분들에게, 유익하고 흥미로운 독서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인상적이었던 두 개의 주제를 간단하게 짚어본다. 바로 '뇌가소성', 그리고 '주의'다.

뇌가소성: '평생' 변화하는 뇌

49 결국 뇌가소성으로 인해 뇌에서는 신경 연결이 수정되어 기능적인 재편성이 일어나기도 하며,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이러한 가소성은 어린이나 성인뿐만 아니라 노인에게도 일어난다.

67 아이들은 뛰어놀면서 사회를 배우고 세상을 배우고 자신을 알아 간다. 그리고 놀이를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 유아기부터 자신을 표현하고 조절하는 능력은 성인이 되어서도 영향을 미친다.

책에 따르면 뇌는 평생에 걸쳐 변한다. 보통 뇌는 성인이 되며 성장을 멈춘다는 것이 일반적 상식이다. 하지만 음악가의 뇌가 다른 사람들과 기능적·구조적 차이를 보이듯이, 운동선수의 뇌가 전운동 영역에서 발달을 보이듯이, 뇌는 경험과 환경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해간다. 따라서 우리의 노력에 따라 뇌는 더욱 건강해질 수 있고, 건강한 뇌를 가진 우리 역시 더더욱 건강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뇌를 잘 가꾸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할 일은 뭘까? 저자는 운동을 포함한 다양한 경험을 권한다. 연구에 따르면 1년간 에어로빅식 걷기를 수행한 그룹은 해마의 볼륨이 2% 증가했다고 한다. 한편 저자는 조기교육 역시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다양한 경험과 놀이를 통해 지식과 행동이 연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동안의 내가 지향해온 위험회피적 태도를 돌아보며, 한결 과감하고 풍성한 경험을 지향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주의력: 선택하고 지속하기

125 우리의 뇌는 주의를 선택적으로 기울이고 주의를 기울인 쪽 정보를 더 잘 받아들인다. 무턱대고 아무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면 에너지만 낭비하고 처맇야 할 정보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135 특히 주의력을 높이는 일은 본인의 의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본인이 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되면, 즉 동기화가 높아지면 주의 기능은 빠르게 향상될 수 있다.

나는 꽤나 산만한 성향을 갖고 있다. 그래서 '주의'를 다룬 part5를 더욱 꼼꼼하게 읽어나갔다. 당장 집중해서 처리해야 할 일이 있는데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때가 있다. 과거의 후회, 미래의 불안, 인근의 소음이나 눈 앞의 거슬리는 것들, 냄새, 신체적인 불편함, 재미있어 보이는 다른 것들. 수많은 자극들 속에서 내가 원하는 한가지 목표를 향해 자유롭게 주의를 집중할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말이다. 그런데 저자에 따르면 우리는 이러한 능력을 분명하게 갖추고 있다. 바로 '선택주의력'이다. 시끄러운 칵테일파티에서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이유는 불필요한 자극을 걸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선택한 일에 지속적으로 주의를 유지할 수 있는 '지속주의력' 역시 중요하다. 이것이 부족한 아이들은 책상에 오래 앉아 있지만 딴생각만 하며 학습성과를 높이기 어렵다. 그렇다면 주의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저자는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하는데 그 중 일부가 '분산학습'과 '동기화'다. 한꺼번에 몰아서 공부하기보다는 분할해서 반복적으로 학습하기, 그리고 '하고 싶은 마음'을 가짐으로써 작업에 대한 동기화를 끌어올리기를 권한다.

나 역시 '흥미'와 '좋아함'에 따라 주의력의 기복이 큰편이다. 조금만 마음을 열고 '호기심'을 가져본다면 굳이 좋아하지 못할 학문도 없는데 지레 겁을 먹고 스트레스를 받고는 했던 것 같다. 앞으로의 학습은 '호의적 주의 기울이기'를 통해 적극적으로 배움의 대상과 '동기화'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나와 뇌, 성장의 선순환을 기대하며

책은 이 외에도 기억, 메타인지, 감각, 뉴로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의 풍성한 질문들을 담고 있다. 75개의 질문들에 대한 해답은 이미 또 다른 질문과 호기심의 씨앗들을 품게했다. 이 질문들은 뇌가 만들어낸 것을까, 내가 만들어낸 것일까? 뇌는 나를 움직이고 나는 뇌를 돌본다. 뇌에 대한 배움의 확장을 앞으로도 이어가겠다고 다짐하며, 뇌와 내가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의 놀이를 적극적으로 경험해나갈 앞으로의 삶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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