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바퀴 아래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0
헤르만 헤세 지음, 김이섭 옮김 / 민음사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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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가 말하기를, 고전은 다 아는 내용이라고 생각하지만 읽을수록 새롭다고 하였다. 책을 다 읽고 인상깊었던 구절의 페이지를 적은 메모를 보면서, 해당 페이지에서 구절을 찾기 위해 그 페이지를 다시 읽게 되었는데 지난 번에는 무심결에 지나쳤던 부분이 이번에는 가장 마음에 와닿기도 하였다.

77 하지만 계산의 모든 결과가 일치한다고 하더라도 그 이상의 어떤 다른 의미는 생겨나지 않았다. 수학적인 학습과 강의는 마치 곧게 뻗어 있는 국도를 걷는 것과 다름없었다. 언제나 앞으로 나아가고, 어제까지도 이해하지 못했던 내용을 하루가 다르게 터득하기는 하지만, 일시에 드넓은 세계를 조망해 볼 수 있는 언덕에 오르지는 못했다.
77 아버지 기벤라트는 열심히 공부하는 아들을 자랑스럽게 지켜보았다. 자신들의 줄기에서 뻗어난 가지가 자신들이 막연하게 존경해 마지 않던 높은 영역에까지 치솟기를 바라는 속인들의 이상이 아버지의 우둔한 머릿속에서도 어렴풋이 살아 숨쉬고 있었다.
134 그는 잊을 수도 없고, 또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는 죄악과 태만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34 거기서 교장 선생을 앞세우고 모든 교사들이 죽은 힌딩어를 맞이했다. 만일 그가 살아 있었다면, 이러한 명예는 생각도 못할 일이었다. 선생들은 언제나 죽은 학생을 살아 있는 학생과는 전혀 다른 눈으로 바라본다. 잠시나마 돌이킬 수 없는 모든 삶과 젊음에 내재하는 소중한 가치를 가슴 깊이 되새겨보는 것이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소년의 가슴에 상처를 입히면서도.
146 그럼, 그래야지. 아무튼 지치지 않도록 해야 하네. 그렇지 않으면 수레바퀴 아래 깔리게 될지도 모르니까
207 더욱이 그녀는 한스가 옆에 있거나, 그가 수줍어한다고 해도 전혀 개의치 않을 사람이었다. 그래서 한스는 마음의 상처를 입고 당황한 나머지 수레바퀴에 치인 달팽이처럼 촉수를 움츠리고 껍질 속으로 기어들어가 버렸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짐짓 싫증난 사람처럼 보이려고 애를 써보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방금 누군가가 죽기라도 한 듯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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