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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선인장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사사키 아츠코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호텔 선인장`이라는 이름의 아파트에 사는 숫자 2, 오이, 모자의 이야기
따뜻하고 귀여운 소설
50 여하튼, 난처한 쪽은 모자입니다. 돌아갈 차비는 없었고, 그렇다고 조깅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할 수 없이 2는, 모자를 쓰고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하면 한 사람 몫의 요금으로 둘이 함께 돌아올 수 있으니 말입니다. 107 하늘도 잔뜩 찌푸린 어느 토요일, 오이는 돌연 우울증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뭘 해도 신나지 않고, 겁나고, 활력이 생기지 않는 때가 인생에서 있기 마련입니다. 그날 오이는 일터로 나갔지만, 일을 하면서도 통 재미가 없었습니다. "무슨 일 있어?" 염려가 된 점장이 그렇게 물어올 지경이었습니다. "아니, 아무 일도 없습니다. 그저, 뭐랄까, 세상이 갑자기 텅 빈 달걀껍질이 돼버린 것만 같아서." 오이가 대답합니다. 달걀은 흰자와 노른자가 있기 때문에 맛있고, 아름답고, 즐거운 것입니다. "텅 빈 달걀껍질? 뭐야, 그게." 점장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시인일세 그려."하고 말합니다.
시인. 그 때문이었나, 라고 오이는 생각합니다. 이제야 앞뒤가 맞는 것 같습니다. 활기찬 시인은 본 적이 없으니까 말이죠. `큰일이다. 난, 시인이 되고 만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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