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 -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윤동주 지음 / 문예춘추사 / 201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윤동주(1917.12.30 - 1945.2.16)

아명: `해처럼 빛나라`는 뜻의 `해환`
일본 유학 중 조선의 독립과 민족문화의 수호를 선동했다는 죄목으로 송몽규 등과 함께 후쿠오카 형무소로 이감되어 그 후 1년 뒤인 1945년 2월 16일 원인 불명의 사인으로 29세의 생을 마감

후배로서 진작에 읽어봐야 했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그의 생애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교과서에서 봤던 시들은 더욱 반가웠다. 그는 사계절 중 유독 가을에 많은 생각을 하고 시를 썼던 것 같다.

33 돌아와 보는 밤

세상으로부터 돌아오듯이
이제 내 좁은 방에 돌아와 불을 끄옵니다.
불을 켜 두는 것은 너무나 괴로운 일이옵니다.
그것은 낮의 연장(延長)이옵기에ㅡ
 
 
이제 창(窓)을 열어 공기를 바꾸어 들여야 할텐데
밖을 가만히 내다보아야
방 안과 같이 어두워 꼭 세상 같은데
비를 맞고 오던 길이
그대로 비 속에 젖어 있사옵니다.
 
 
하루의 울분을 씻을 바 없어
가만히 눈을 감으면
마음 속으로 흐르는 소리,
이제, 사상(思想)이
능금처럼 저절로 익어 가옵니다.

34 병원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 젊은 여자가 흰 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여자를 찾아오는 이, 나비 한 마리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 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 된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화단에서 금잔화 한 포기를 따 가슴에 꽂고 병실 안으로 사라진다. 나는 그 여자의 건강이― 아니 내 건강도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며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