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이게 뭔지 알아?"
제이가 방 한가운데 세워놓은 거울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몰라."
"악마를 잡는 장치야. 일종의 덫이지."
"악마를 잡는다고?"
"책에서 읽었어. 이렇게 해놓으면 악마가 거울 사이를 지나다닐 수 있게 돼. 이 거울에서 나와서 저 거울로 건너가는 거야. 바로 그 순간에 저 거울을 천으로 가리면 악마가 미처 넘어가지 못하고 여기 남게 되는 거야. 그때 붙잡는 거지."
263 그녀가 가져다준 딸기를 먹으며 제이는 정신없이 축구경기에 빠져들었다. 그것을 보며 여자는 갑자기 자기 몸이 붕 떠오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항우울제를 과용했을 때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달랐다. 엄지발가락 끝에 있는 구멍으로 누군가가 행복감이라는 이름의 가스를 주입하고 있는 것 같았다. 처음 보는 소년이 들어와 그녀가 차려주는 음식을 먹으면서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축구경기를 보고 있다는 사실이 왜 이렇게 놀라운 기쁨을 주는 것일까. 그러나 높이 오르는 것은 동시에 불안이기도 했다. 풍선에 바람이 빠지면 중력이 그녀를 끌어내려 저 단단한 세상에 내동댕이칠 것이 분명했다. 일 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