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59 시후미와 함께 있으면 언제나 그렇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 요리를 먹는다. 토오루는 머리 꼭대기에서부터 발끝까지 이탈리아 요리로 가득 차 버린다. 머리카락 한올 한올까지. 양의 문제가 아니라 순도의 문제였다.
예를 들어 음악을 듣는다. 토오루의 온몸은 음악으로 가득 차고, 다른 일은 전혀 생각할 수 없게 된다.
"연주, 참 좋았어."
시후미가 말하고, 그 순간 토오루는 깨닫는다. 이것은 피아니스트의 힘이 아니라 시후미의 힘이다, 라고. 자신은 시후미가 하는 대로 흘러갈 뿐이라고.
147 "좋았겠다, 토오루는 그 시절의 코우지 곁에 있을 수 있어서."
토오루는 대답이 막혔다.
"좋았겠다."
유리는 또 한 번 말했다.
268 언제나 아름답고 어른스러워 보이는 시후미의, 불현듯 비치는 안쓰러운 표정. 동요를 감추기 위해 일부러 똑부러지게 말할 때의 순간적인 망설임. 그런 것들을 떠올리며 토오루는 빙그레 미소 짓는다.
287 "아니."
라고 대답했다.
"아니, 걱정 안 돼."
라고. 그것은 특별한 순간이었다. 두 사람 사이에 틀림없이 공범자인 듯한 교감이 통했다. 빛이 날 만큼 진하고 달콤한, 애정과 신뢰와 공감의 순간이었다.
문이 닫히고 택시는 달리기 시작했다. 토오루는 좌석에 기대어 눈을 감고 숨을 들이마셨다. 세상은, 더할 나위 없이 멋진 곳이었다.
298 요즘 들어 내내 그렇지만, 오늘도 빛이 날만큼 행복했다. 시후미의 말을 빌리면 그것은,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기 때문`이었다.
318 키미코는 외톨이다.
남편이 있는 여자인데도 코우지는 확신을 가지고 그렇게 느낀다. 지금껏 깨닫지 못한 자신에게 어처구니가 없다. 코우지와 만나고 있는 그 어떤 순간에도, 키미코는 외톨이였다.
339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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