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살짝 기운다
나태주 지음, 로아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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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안 사실: 나태주 시인이 남성이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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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집은 처음 읽어보았는데
아름다웠으나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내 마음에 꼭 드는 시인을 언젠가 찾고 말테다.

168 <터미널 식당>

인천종합버스터미널 지하층
터미널 식당
운전기사며 노동자며 뜨내기들
아무나 찾아들어 백반이든 국수든
차려놓은 음식 제 손으로 양껏
퍼서 먹는 집
얼굴 모르는 사람끼리도
서로 자리를 권하며 양보하며
밥을 먹는 집
고향 말씨 하나만으로도
고향 사람이라고 챙겨주고
같은 버스 타고 왔다고 동행이라고
마음 써주는 사람들
아 여기에 내가 그동안 잊고 살았던
사람 사는 세상이 남아있었구나
정말로 건강하고 사람다운 사람들
여기에 모두 모여 밥을 먹고 있었구나
나도 그 집에서 국수
양껏 먹고 오천 원 내고 나오면서
밥 먹은 배보다도
마음의 배가 더 불러
만나는 사람마다 실없이
웃음 지어 보이곤 했던 것이다.

208 <자전거 타고 하늘나라>

이 세상 그만 살고 오라고
하나님 부르시면
자전거 타고 하늘나라 가겠네
쓰다 만 시 메모지 주머니에 넣고

개울 건너 고개 넘어
가다가 힘이 부치면
쓰다가 만 시 다시 꺼내 쓰면서
쉬엄쉬엄 찾아가겠네

그날에 아이여
내가 사랑했던 아이여
나를 위해 울지 말고
고운 손들어 흔들어다오

노래라도 고운 노래 불러다오
꽃 속에 또 하나 꽃이 되고
신록 속에 또 하나 신록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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