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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절정이 너무 짧아서 아쉽다.
눈물 한방울이 흐르긴 했다.
나는 청소년소설을 좋아하는 것 같아.
(내 수준)
29 누구나 머릿속에 아몬드를 두 개 가지고 있다. 그것은 귀 뒤쪽에서 머리로 올라가는 깊숙한 어디께, 단단하게 박혀 있다. 크기도, 생긴 것도 딱 아몬드 같다. 복숭아씨를 닮았다고해서 ‘아미그달라‘ 라든지 ‘편도체‘라고 부르기도 한다. 외부에서 자극이 오면 아몬드에 빨간 불이 들어온다. 자극의 성질에 따라 당신은 공포를 자각하거나 기분 나쁨을 느끼고, 좋고 싫은 감정을 느끼는 거다. 그런데 내 머릿속의 아몬드는 어딘가가 고장 난 모양이다. 자극이 주어져도 빨간 불이 잘 안 들어온다. 그래서 나는 남들이 왜 웃는지 우는지 잘 모른다. 내겐 기쁨도 슬픔도 사랑도 두려움도 희미하다. 감정이라는 단어도, 공감이라는말도 내게는 그저 막연한 활자에 불과하다.
151 - 이상하게 이제 더 이상 그런 옛날 잡지 보기 싫다. 즐겁지 않아. 아름다운 것들이 시들어 가는 상상이 돼서, 너같은 새낀 영영 이해 못 하겠지만. - 브룩 실즈한테 흥미가 떨어졌다니, 너한테 도움이 될 다른 책을 추천해 줄 수는 있다. - 줘봐. 곤이가 싱겁게 대꾸했다. 나는 외국 작가가 쓴 『사랑의기술』을 추천해 줬다. 제목을 본 곤이는 묘한 미소를 짓고는 돌아갔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다시 찾아와서 이딴 개소리는 집어치우라고 역정을 내긴 했지만, 그래도 그렇게 의미 없는 추천은 아니었다.
154 - 그래. 의사들이 그렇대. 타고났대. 사이코패스,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들이 나를 놀릴 때 쓰던 대표적인 단어다. 엄마와 할멈은 길길이 뛰었지만 사실 나는 그 말에 어느 정도 동의했다. 나는 진짜 그런 건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죽여도 죄책감이든 혼돈이든 아무것도 못 느낄 테니까. 그렇게 타고났으니까. - 타고나? 그 말이 세상에서 제일 재수 없는 말이야. 곤이가 말했다.
189 -안녕. 어깨 너머로 목소리가 들렸다. 찬물이라도 맞은 듯, 안녕 한마디에 심장이 서늘해졌다. 도라였다. - 한번 와 봤어. 그래도 되지? - 아마 그럴걸. 이미 그랬고, 내가 답했다. - 손님이 주인에게 방문해도 되겠느냐고 묻는 경우는 별로 없으니까. 인기가 많아서 예약을 해야 하는 식당이라면 몰라도 보다시피 여긴 그런 곳은 아니니까. 말해 놓고 보니 인기 없는 가게라고 자백한 것 같아 실수인가 싶었다. 도라는 뭐가 우스운지 까르르 웃었다. 수백 개의 작은 얼음 조각이 바닥에 흩어지는 것 같은 웃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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