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519
박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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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자신은 제 시를 두고 ˝머뭇머뭇거리다가 몇마디 늘어놓고 안녕히 계세요 하고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오늘의 문예비평, 2017 여름호) 같은 것이라고 한 적이 있는데 적절한 자평으로 보인다.

오랜만에 꽤 마음에 드는 시집

<장마- 태백에서 보내는 편지>

그곳의 아이들은
한번 울기 시작하면

제 몸통보다 더 큰
울음을 낸다고 했습니다

사내들은
아침부터 취해 있고

평상과 학교와
공장과 광장에도
빛이 내려

이어진 길마다
검다고도 했습니다

내가 처음 적은 답장에는
갱도에서 죽은 광부들의
이야기가 적혀 있었습니다

그들은 주로
질식사나 아사가 아니라
터져 나온 수맥에 익사를 합니다

하지만 나는 곧
그 종이를 구겨버리고는

이 글이 당신에게 닿을 때쯤이면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라고
시작하는 편지를 새로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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