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전의 오늘
퉁퉁 부어오른 여자의 밑에 매달린 나는
의지할 데라곤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탯줄과,
쓰러진 어미의 따뜻한 가슴밖에 없던 짐승의 새끼였다.
44년 뒤에 나는,
4개의 번호를 누르면 열리는 현관문과
5개의 문자로 열리는 노트북과
6개의 번호를 기억하면 하루 세 끼를 살 수 있는 통장과
13개의 숫자로 나를 타인과 구분하는
주민등록증을 소유했다.
내게 속한 기다란 번호들에도 불구하고
믿을 수 있는 건 44년 전의 끈끈한 줄,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목소리.
미역국 먹으러 오라는 어머니의 전화를 물리치며,
친숙하나 성가신 애정을 뒤로 미루며
나는 다시 갓난아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