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어 그만둔 것 - 애써서 하는 일은 오래가지 않으니까, 한수희·김혼비·이유미·신예희 미니 에세이 수록
이치다 노리코 지음, 황미숙 옮김 / 드렁큰에디터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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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되고 나서 계속 읽어 봐야지..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읽어 봤다! 역시나 이번에도 전자책으로.

저자가 여성 잡지, 생활 잡지 쪽에서 일을 오래 했다고 알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문체가 편안하다. 번역의 힘도 있겠지만 번역하기 전에도 이런 편안한 느낌이 아니었을까 싶다.

저자는 오십이라는 나이에 접어들면서 삶을 좀 더 가볍게 만들기 위해 그만둔 크고 작은 습관들에 대해서 일, 관계, 일상,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네 가지 주제로 정리했다. 부제처럼 애써서 하는 일은 오래가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하나씩 불필요한 습관들을 정리해나가며 느낀 자신의 생각들을 담담하게 얘기하고 있다. 사실 50대가 하는 이야기라 30대인 나에게는 100% 다 공감이 되는 건 아니었고 한 60% 정도만 공감이 됐는데, 그런데도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을 수 있었던 건 오랫동안 생활 잡지 쪽에서 에세이를 써왔던 작가의 노련함 덕분이 아닐까 싶다. 편안한 문체가 갖고 있는 힘이란.. 처음에는 좀 지루한가 싶었는데 읽으면서 점점 아, 이 사람은 이렇구나, 나도 나이가 들면 이렇게 될까? 이런 상상을 하면서 찬찬히 읽게 된다. 일본 특유의 감성도 느껴지는데 크게 나쁘지 않았고 오히려 편안해서 좋았다.

책 중간중간에 국내 작가 네 명의 미니 에세이도 수록 되어 있는데 솔직히 크게 인상적인 에세이는 없었지만, 튀지 않고 이 책이랑 잘 녹아드는 점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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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나서 시작하기'를 백지로 돌려보자 인생을 마주하는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알지 못하지만 한걸음 내딛기 위해서는 몇 갈래의 길 중에서 '여기!'하고 하나를 선택해야만 해요.

그런데 이것이 실은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그 길이 정말 맞는지, 혹시 틀리진 않았는지 모르니까요. 그럼에도 자신을 믿고 정한 쪽으로 발을 내딛는 거지요. 그것은 틀릴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인정하고, 최악의 상황을 각오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틀렸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으로 불안하고 무섭지요. 그렇지만 '모른다'며 계속 멈춰 있기만 한다면 영원히 알 수 없습니다. 즉, 맞는지 틀린지 판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한발 내딛어보는 것뿐이에요. 이 사실을 깨닫기까지 꽤나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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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조건이 갖춰졌을 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지요. 일이 잘 풀리지 않아도, 집에서 밥을 짓고 무조림을 만들어 맛있게 먹을 수 있으면 행복하고, 부모님이 건강하게 지내시는 것만으로도 행복이라는 것을요. 주말에 햇볕에 말려 까슬까슬해진 이불을 덮고 잘 수 있으면 '아~ 진짜 행복해' 하고 느끼고, 내가 낸 책이나 잡지를 읽고 힘을 얻었다는 독자가 있으면 너무나도 행복합니다. 뭐지? 행복이란 여기저기 넘쳐나고 있는 것이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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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끝이 있다고 느끼기 시작한 인생 후반에 들어서서야 비로소 못하는 것을 어떻게든 해보려고 애쓰기보다는 가볍게 내려놓는 편이 훨씬 편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못하는 일'을 그만둬보면 내 안의 힘을 통째로 '할 수 있는 일'에 쓸 수 있어요. 그러면 할 수 있는 일의 정밀도가 높아져서 더 잘하게 되지요.

그것이 바로 제가 찾아낸, 저를 더 효율적으로 쓰는 좋은 방법입니다.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연료에 불이 붙으면 더 편하게, 더 멀리까지 기분 좋게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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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기쁨 - 책 읽고 싶어지는 책
김겨울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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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처럼 독서의 기쁨에 관해 이야기 하는 책.

유튜브 하는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고 영상도 잠깐 본 게 다라서 저자에 대한 사전 정보는 거의 없이 책을 읽었는데, 읽는 내내 정말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게 느껴져서 재밌게 읽었다. 정말 책을, 독서를 사랑하는 분이구나 싶고 공감가는 내용도 많았고. 중고등학생 때 일본소설을 많이 읽었다는 점, 종이책을 더 좋아하고 낭독을 좋아한다는 점에서 공감이 많이 갔는데,

저자가 나랑 비슷한 연배인가? 싶어서 프로필을 검색해보니 역시 나랑 비슷한 연배였다. 딱 그때쯤에 일본소설이 유행이라 서점에 가면 일본소설 책이 많았고 나도 그때 일본소설을 엄청 많이 읽었던 기억이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에쿠니 가오리, 요시모토 바나나 등 그 시절에 책 좀 읽어 봤다는 사람들은 이 작가들의 책 한두권쯤은 다들 읽어 보지 않았을까? 난 사실 저 작가들의 책 보다는 온다 리쿠의 책을 엄청 좋아했었다. 지금은 온다 리쿠의 책도, 소설 책도 안 읽은지 10년은 넘은 것 같네. 그때는 소설 책을 참 좋아했고 많이 읽었었는데, 지금은 소설책도 읽지 않고 좋아하는 것도 크게 없는 재미없는 어른이 되어 버렸네.🥲

이 책의 저자 김겨울씨는 책을 정말정말 사랑하고 독서 자체를 하나의 유희로 즐기는 사람이지만, 사실 난 아직까지는 독서 자체를 유희로 즐기기 보다는 정보를 얻어가는 목적성에 초점을 두고 독서를 하는 것 같다. 중고등학생 때는 나도 독서를 하나의 유희로 즐겼던 것 같지만 한 10년 정도 거의 독서를 하지 않는 시기를 보내다 보니 독서를 하는 행위 자체가 너무 낯설게 느껴져서 책을 더 멀리하게 됐던 것 같다. 그러다 최근에 다시 독서를 시작하면서 서서히 다시 독서에 재미를 느껴가고 있는 단계에 있는 것 같은데, 그래도 아직까지는 정보를 얻어가는 것에 더 초점을 두고 책을 고르고 독서를 하는 것 같다.

쓰다 보니 주절주절 두서 없이 썼는데, 아무튼 이 책 재밌다. 난 재밌는 책은 낭독을 하는데 이 책은 거의 절반을 낭독을 하면서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김겨울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겼는데, 저자의 다른 책도 읽어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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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추상적인 설명이지만, 책마다 난이도와 요구하는 바가 모두 달라 하나로 꿰어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한 시간에 책 한 권을 독파하겠다거나 올해 500권의 책을 읽겠다거나 하는 목표보다는, '매일 읽겠다'는 목표가 여러분을 더욱 충실한 독자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페이지라도, 한 챕터라도, 매일 읽는 것이 활자와 친해지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손 닿는 곳마다 책을 두고 비는 시간마다 잠깐씩 읽는 꾸준함이 정말로 여러분을 '바꿀' 것이다.

책에 인생의 진리 같은 것은 들어있지 않다. 대신 책은 사유를 확장시키고, 자신이 진리라고 주장하는 여러 의견들을 검토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 문학 작품을 읽을 때는 충분히 빠져들어서 읽고, 교양서를 읽을 때는 흥미를 가지고 정보를 받아들이되 의심을 거두지 않는 독서가 여러분을 아주 오래된 이 책벌레들의 세계로 인도할 것이다. 책을 탐식하고, 미식하고, 그래서 한 마리 벌레가 되더라도 오랫동안 두고 사랑할 인간의 정신이 늘 같은 자리에 있으니, 부디 여러분,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마시고, 호기심을 잃거든 책이 선사한 회한과 우울의 바다에 빠져보시고, 그게 질리거든 즐거움의 바다에 빠져, 그렇게 오며 가며 오래도록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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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이 희미하다. 십대 시절은 특히 그렇다. 죽도록 공부하거나 죽도록 공부하느라 사람들을 대하는 게 어색했던 기억뿐이다. 그래서 나의 기억이 활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건 비유가 아니다. 인생의 어떤 시기를 기억할 때 나는 책을 떠올린다. 힘들어질 줄도 모르고 즐거이 읽은 책. 힘들었던 나를 붙잡았던 책. 힘듦을 잊게 했던 책. 힘듦을 극복하게 해준 책.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허무로 다시 힘들어하는 나에게 새로운 의미를 보여준 책. 책을 읽을 때만큼은 현실을 잊을 수 있었다. 그래서 십대의 나는 책을 읽고 현실을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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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정신은 책으로만 보존될 수 있다. 이것은 낡은 생각인지도 모른다. 영상의 시대에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시대에 뒤처진 인간이라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언어를 습득하기 시작하는 3세부터의 기억이 대부분 언어로 보존되고, 가장 효율적으로 정보를 기록하고 전달하는 매체가 언어인 이상, 나는 여전히 언어가 인간의 정신을 실어나르는 가장 오래되고 정제된 수레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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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이거나, 외롭거나, 고독하거나 - 어느 날 찾아온 외로움에 대처하는 법
소리타 가쓰히코 지음, 이유라 옮김 / 시그마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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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생기는 고독, 상처, 불안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서 간단하게 제시하는 책. 184P라 가볍게 읽기 좋다. 책이 얇은 만큼 그 원인과 해결책을 가볍게, 빨리 알고 싶은 사람이 읽기 좋은 듯.

근데 고독을 다룬 책 중에서는 개인적으로는 이 책보다 '언택트 시대 : 일상을 버티게 해주는 고독의 힘'이 더 이해하기 쉽고 좋았다. 아무래도 정신건강에 대한 책이다 보니 좀 더 설명을 덧붙이는 편이 더 이해가 되고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은데, 그런 면에서는 좀 아쉬운 책.

인지행동요법은 마음을 짓누르는 부정적인 생각을 바꾸고 해결책을 행동으로 옮겨 몸과 마음에 변화를 가져오는 치료법인데, 이 책은 이런 인지행동요법을 바탕으로 고독, 상처, 외로움에 대처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현실적인 방법들도 있고 뻔하거나 좀 뜬구름 잡는 소리도 있고..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는 것이 더 나으니까 일단 가볍게 시작해보는 책으로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해결방법들을 실천해보다가 좀 더 그 원인에 대해서 깊게 알고 싶으면 다른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P 25

특정 그룹이나 조직에서 나만 겉돈다거나 다른 구성원이 나를 만만하게 보고 함부로 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항상 함께 붙어 다녔는데, 휴일 모임에 나만 초대받지 못하고 나를 빼고 다른 사람들끼리만 공유하는 이야깃거리가 있는 것 같다면 사실 나는 따돌림당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다 보니 인간관계가 힘들고 외로운 수준을 넘어 자신이 비참하고 부끄럽게 느껴진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넌 매력이 없어. 넌 누구도 쳐다보지 않는 존재야' 라고 낙인이 찍힌 듯한 기분이 들지요. 누구라도 자신이 무가치하게 느껴지는 것은 괴롭고 자존심이 상하는 일입니다. 이것이 바로 거절에 대한 불안에서 오는 고독의 본질입니다.


P 36

내 인생 설계에 대해 나를 대신해 전문적으로 생각하고 이끌어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 사람만 따라 하면 평생 문제없다'라고 보장된 역할 모델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우리는 사회에 나간 이후 더욱 공부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대다수가 좌절을 경험하지요. 그리고 어떤 결과가 나오든 자신의 책임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실패에 대한 불안을 가볍게 하는 첫걸음은 각오를 다지는 것입니다.


P 123

타인에게 인정받는 것도 필요하지만 앞으로는 타인의 인정에서 삶의 이유를 찾지 않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스스로 자신을 평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바로 '자기인정'입니다. 나만의 기준을 가지고 나를 평가합니다. 고독을 즐긴다는 것은 내가 나를 평가하며 살아감을 의미합니다. 다만 평가 기준을 너무 높게 잡지 않습니다. 60점이면 충분합니다. 타인에게 나쁜 평가를 받아도 우울한데, 자신에게 나쁜 평가를 받으면 훨씬 더 우울하겠지요. 어떤 상황이든 나는 나를 응원해야 합니다. 타인으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을지 모르니까요. 이렇게 하면 훨씬 나답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타인의 평가를 너무 신경 쓰지 말고 타인에게 미움받을 것을 지나치게 두려워하지 않도록 합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고독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합니다.


P 159

이해력이 부족한 남편에게 악의는 없다

정신과 의사로서 여러분이 알아주셨으면 하는 것은 남성을 상대할 때는 탓하기보다 추켜세우는 편이 몇 배나 효과적이라는 사실입니다. (남성에게 유리한 말을 하는 것 같아 죄송하지만, 이렇게 해야 부부간의 스트레스를 확실히 줄일 수 있습니다) 남성을 탓해봤자 오히려 발끈할 것이 뼌합니다. 남편이 욕실 청소를 할 때면 "역시 당신이 청소하면 달라!", 요리를 할 때면 "이렇게 맛있는 요리를 만들다니, 정말이지 당신은 천재야!" 하는 식으로 뭐든 좋으니 일단 칭찬을 합니다.

-> 이 책에서 제시하는 해결책 중에 이해가 안 되는 부분 중 하나. 읽으면서 저렇게까지 하면서 남자를 만나야 되나? 결혼생활을 유지해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급 피곤해짐. 다 큰 성인을 왜 아이처럼 어르고 달래가면서 그 관계를 유지해야 되는 걸까? 그런 관계가 과연 건강한 관계일까? 저렇게까지 해서 관계를 유지해야 되는 여자는 안 피곤한가? 근데 결혼생활을 유지하길 원하는 여자라면 저렇게까지 해야 되는 걸까?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어서 도대체 결혼 뭘까? 이런 질문까지 하게 됨-.,-


남성에게 허용되는 응석은 30% 까지다

남성은 자신의 성향에서 어리광을 부리는 아이의 비율을 줄여야 합니다. 이제까지 어른 30%, 아이 70%인 채 살아왔다면 이 비율을 뒤집도록 합니다. 그리고 어른스러워진 40%만큼 여성을 대할 때도 어른스럽게 호위합니다. 무거운 짐을 들어주거나, 앞서 가서 문을 열어주거나, 식탁에 앉기 전 의자를 빼주는 등의 일이지요. 일단 실천하몀ㄴ 그 효과를 몸소 느끼게 될 것입니다.

-> 이어서 나오는 부분. 읽으면서 저자의 나이가 궁금해졌다.(57년생이시네) 저기도 여기처럼 인간관계에서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할 덕목이 없는 사람들이 많나 보다. 결혼하자마자 다 큰 어른을 키워야 된다니.. 너무 끔찍한데 그래도 결혼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판단되니까 하는 거겠지? 일본도 혼인률, 출산률이 꾸준히 떨어지고 있는 거로 아는데 그 이유를 잘 알겠다. 이웃나라의 모습을 보고 반면교사 삼을 생각은 안 하고 똑같은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는 한국 사회의 모습도 이 부분을 읽으면서 자꾸 생각났음.


P 179

고독을 즐기며 살아가기 위한 열 가지 방법

1. 이것만 있으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단정하기 않기

2. 스스로 약점을 지우지 않기

3. 시작도 하기 전에 실패를 예측하지 않기

4. 동조압력과 싸우지 않기

5. 나를 너무 숨기지 않기

6. 해야만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기

7. 일일이 흑백을 따지지 않기

8. 일방적으로 나를 탓하지 않기

9. 나를 정당하게 평가하기

10. 과거보다 미래 우선하기

-> 개인적으로 3, 5, 10이 공감이 갔고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작도 하기 전에 실패를 예측하면서 부정적인 생각을 파고 들거나, 타인이 나를 평가하는 것이 두려워서 내 모습을 자꾸 숨기거나, 과거에 실수했던 것들에 대해서 파고들면서 미래를 그리지 못한다거나. 내가 꼭 고쳐야 할 부분들. 이런 책들을 읽으면서 계속 고쳐야지 고쳐야지 생각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까먹고 또 습관처럼 저런 행동들을 하게 되는데, 올해는 꼭 고쳐야지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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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을 헤매고, 해내고 - 오늘을 포기하지 않는 우리들의 이야기
임현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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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임현주 아나운서가 13년 동안 방송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경험하고 느꼈던 것들, 그리고 sns와 클럽하우스에서 했던 상담과 여러 이야기들을 묶어서 담은 책이다. 일하는 여자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생각이 궁금해서 찾던 중에 발견해서 읽게 됐는데 후회없는 선택이었다.

취준생 시절의 어설픈 모습부터 시작해서 노련한 직장인이 되어서의 경험과 고민들, 어려움을 극복하며 단단하게 성장하는 모습들까지 솔직하게 담겨 있다. 사회생활을 해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면서 읽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도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고 어려움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모습을 담고 있어서 좋았다. 대외적인 이미지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읽으면서 섬세하면서도 단단한 내면을 가지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담고 싶고 마음에 새기고 싶은 문장들이 많았지만 블로그에 너무 많이 담으면 좀 그러니까.. 추리고 추려서 옮겨 쓴 게 저 정도다.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임현주 아나운서 개인의 성장기를 읽은 것 같은 느낌도 드는데, 아무튼 지루한 부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올초부터 좋은 책을 읽어서 기분이 좋다. 앞으로도 작가로써 꾸준히 책을 써주셨으면 좋겠다.

살다 보면 많은 행복이 넘치게 밀려오는 때도 있고 썰물처럼 한꺼번에 빠져나가기도 한다. 언젠가 주연이 되기도 하고 다시 조연이 되기도 한다. 나도 매번 그 둘의 언저리에서 기웃거린다. 어떤 순간에 있든 얼마나 더 자주 웃고, 내 곁의 사람들과 얼마나 많은 사랑을 나누는가가 내 안의 평온함을 결정하는 데 더 중요하다. 물론 그것만으론 살 수 없지만, 언제나 그것이 없으면 행복은 요원한 것이 됐다. 고뇌만 있는 삶도, 행복만 있는 삶도 없다. 그러니 삶을 송두리째 바꿀 대단한 일을 기대하기보다, 고뇌와 행복 속에서 매 순간을 더 한껏 느끼고 나누고 사랑하며 살아야겠단 생각을 한다.



주연의 삶도, 조연의 삶도 이미 완성형이다.

그리고 바다는 돌고 돈다.

얼마 전 아빠와 한강 산책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산책로를 따라 세잎클로버가 빽빽하게 올라와 있는 게 보였다. 아빠는 며칠 전부터 이 길을 지날 때마다 네잎클로버를 찾으려 해보는데 아무리 찾아도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내가 찾아볼게요, 아빠." 네잎클로버를 찾으려고 무릎을 쪼그리고 앉는데, 단번에 내 앞에 네잎클로버가 보였다. "찾았다!" 아빠가 놀라면서 웃었다.



"아무리 찾으려고 해도 안 보이더니 딸은 단번에 찾았네! 그러고 보면 각자 자기 몫의 행운이 있는 거야."



아, 그 말은 곱씹을수록 멋진 말이었다. 각자 자기 몫의 행복이라니. 네잎클로버는 그러니까 ‘그냥‘ 내게 찾아온 행운이었다. 노력과 무관하게 찾아온 내 행운이었던 것이다.


만약 내 주변의 사람들이 자꾸 부탁을 하고 요구를 많이 해온다면, 지금보다 말을 아끼고 과도한 친절함을 줄이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나는 상대가 지루하지 않게 대화를 적극 리드하는 성향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말이 많아지면 어쩔 수 없이 속내가 투명하게 보이기 마련이다. 나 스스로는 솔직해서 좋다고 생각했지만 상대에게 내 생각을 훤히 보여주는 것이 늘 득이 되는 건 아님을 알게 됐다. 상대방에게 ‘파악하기 쉬운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면 ‘이용하거나 부탁하기 쉬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게, 애석하게도 부정하기 힘든 현실이다. 쉽게 범접하기 힘든 느낌을 주는 사람을 떠올려보자. 말은 간결하게, 감정 표현은 명료하게, 표정은 크게 갖지 않는다는 특징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시간과 감정은 귀한 것이니까, 아무에게나 내어주지 말자.

잠시 고요의 시간을 지나면서 달리 보게 되고 이해하게 되는 것들이 생겼다. 무례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원하는 것을 알지 못하거나, 해소하지 못하거나, 적극적으로 선택하며 살아갈 자신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다름을 받아들일 마음도, 달라질 용기도 부족하다는 것을. 상대의 꼬인 마음과 상황까지 내가 어떻게 풀어줄 수 있을까. 그러니까 그들의 불만을 모두 귀담아 들을 필요가 없고, 일일이 대응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 내가 통제할 것과 아닌 것을 구분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감정을 아낄 수 있다.


그러니, 얼마간은 버텨야 한다. 단번에 되지 않더라도 차근차근 기회를 확장해나가는 것도 방법이다. 당장 큰 무대가 아니더라도, 내가 원하는 일이 딱 들어맞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인정을 쌓아가야 한다. 증명이 모여 성장한 사람은 탄탄하다. 어설프게 일하지 않는다. 지금의 기회를 소중하게 사용할 줄 안다. 온몸이 구석구석 쓰러지지 않을 힘이 단단히 근육처럼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포기는 한순간이지만, 오랫동안 후회와 아쉬움이 남을 겁니다."



달리기를 하면서 어플 속 코치가 해준 말이었다. 걷는 것보다 느려도 좋으니 어쨌든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뭐라도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 내내 썼다 지웠다 시간만 보낸 날도, 딴 짓을 하면서 회피하던 날들도, 결국 잘 쓰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잠시 멈추거나 걷고 있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계속 쓰기 위한 시간이었던 것이다. 꼭 해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어떻게든 포기하지 않고 일단 완주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괜찮다.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잘한 것이다. 하나를 완결하고 나면 보이는 것들이 생긴다. 조용한 분투 같은 시간들이 쌓여 그다음은 더 잘할 수 있게 된다. 어제의 자책을 극복하고, 우리는 오늘도 완결을 위해 울퉁불퉁한 길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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