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을 헤매고, 해내고 - 오늘을 포기하지 않는 우리들의 이야기
임현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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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임현주 아나운서가 13년 동안 방송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경험하고 느꼈던 것들, 그리고 sns와 클럽하우스에서 했던 상담과 여러 이야기들을 묶어서 담은 책이다. 일하는 여자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생각이 궁금해서 찾던 중에 발견해서 읽게 됐는데 후회없는 선택이었다.

취준생 시절의 어설픈 모습부터 시작해서 노련한 직장인이 되어서의 경험과 고민들, 어려움을 극복하며 단단하게 성장하는 모습들까지 솔직하게 담겨 있다. 사회생활을 해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면서 읽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도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고 어려움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모습을 담고 있어서 좋았다. 대외적인 이미지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읽으면서 섬세하면서도 단단한 내면을 가지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담고 싶고 마음에 새기고 싶은 문장들이 많았지만 블로그에 너무 많이 담으면 좀 그러니까.. 추리고 추려서 옮겨 쓴 게 저 정도다.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임현주 아나운서 개인의 성장기를 읽은 것 같은 느낌도 드는데, 아무튼 지루한 부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올초부터 좋은 책을 읽어서 기분이 좋다. 앞으로도 작가로써 꾸준히 책을 써주셨으면 좋겠다.

살다 보면 많은 행복이 넘치게 밀려오는 때도 있고 썰물처럼 한꺼번에 빠져나가기도 한다. 언젠가 주연이 되기도 하고 다시 조연이 되기도 한다. 나도 매번 그 둘의 언저리에서 기웃거린다. 어떤 순간에 있든 얼마나 더 자주 웃고, 내 곁의 사람들과 얼마나 많은 사랑을 나누는가가 내 안의 평온함을 결정하는 데 더 중요하다. 물론 그것만으론 살 수 없지만, 언제나 그것이 없으면 행복은 요원한 것이 됐다. 고뇌만 있는 삶도, 행복만 있는 삶도 없다. 그러니 삶을 송두리째 바꿀 대단한 일을 기대하기보다, 고뇌와 행복 속에서 매 순간을 더 한껏 느끼고 나누고 사랑하며 살아야겠단 생각을 한다.



주연의 삶도, 조연의 삶도 이미 완성형이다.

그리고 바다는 돌고 돈다.

얼마 전 아빠와 한강 산책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산책로를 따라 세잎클로버가 빽빽하게 올라와 있는 게 보였다. 아빠는 며칠 전부터 이 길을 지날 때마다 네잎클로버를 찾으려 해보는데 아무리 찾아도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내가 찾아볼게요, 아빠." 네잎클로버를 찾으려고 무릎을 쪼그리고 앉는데, 단번에 내 앞에 네잎클로버가 보였다. "찾았다!" 아빠가 놀라면서 웃었다.



"아무리 찾으려고 해도 안 보이더니 딸은 단번에 찾았네! 그러고 보면 각자 자기 몫의 행운이 있는 거야."



아, 그 말은 곱씹을수록 멋진 말이었다. 각자 자기 몫의 행복이라니. 네잎클로버는 그러니까 ‘그냥‘ 내게 찾아온 행운이었다. 노력과 무관하게 찾아온 내 행운이었던 것이다.


만약 내 주변의 사람들이 자꾸 부탁을 하고 요구를 많이 해온다면, 지금보다 말을 아끼고 과도한 친절함을 줄이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나는 상대가 지루하지 않게 대화를 적극 리드하는 성향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말이 많아지면 어쩔 수 없이 속내가 투명하게 보이기 마련이다. 나 스스로는 솔직해서 좋다고 생각했지만 상대에게 내 생각을 훤히 보여주는 것이 늘 득이 되는 건 아님을 알게 됐다. 상대방에게 ‘파악하기 쉬운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면 ‘이용하거나 부탁하기 쉬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게, 애석하게도 부정하기 힘든 현실이다. 쉽게 범접하기 힘든 느낌을 주는 사람을 떠올려보자. 말은 간결하게, 감정 표현은 명료하게, 표정은 크게 갖지 않는다는 특징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시간과 감정은 귀한 것이니까, 아무에게나 내어주지 말자.

잠시 고요의 시간을 지나면서 달리 보게 되고 이해하게 되는 것들이 생겼다. 무례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원하는 것을 알지 못하거나, 해소하지 못하거나, 적극적으로 선택하며 살아갈 자신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다름을 받아들일 마음도, 달라질 용기도 부족하다는 것을. 상대의 꼬인 마음과 상황까지 내가 어떻게 풀어줄 수 있을까. 그러니까 그들의 불만을 모두 귀담아 들을 필요가 없고, 일일이 대응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 내가 통제할 것과 아닌 것을 구분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감정을 아낄 수 있다.


그러니, 얼마간은 버텨야 한다. 단번에 되지 않더라도 차근차근 기회를 확장해나가는 것도 방법이다. 당장 큰 무대가 아니더라도, 내가 원하는 일이 딱 들어맞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인정을 쌓아가야 한다. 증명이 모여 성장한 사람은 탄탄하다. 어설프게 일하지 않는다. 지금의 기회를 소중하게 사용할 줄 안다. 온몸이 구석구석 쓰러지지 않을 힘이 단단히 근육처럼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포기는 한순간이지만, 오랫동안 후회와 아쉬움이 남을 겁니다."



달리기를 하면서 어플 속 코치가 해준 말이었다. 걷는 것보다 느려도 좋으니 어쨌든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뭐라도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 내내 썼다 지웠다 시간만 보낸 날도, 딴 짓을 하면서 회피하던 날들도, 결국 잘 쓰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잠시 멈추거나 걷고 있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계속 쓰기 위한 시간이었던 것이다. 꼭 해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어떻게든 포기하지 않고 일단 완주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괜찮다.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잘한 것이다. 하나를 완결하고 나면 보이는 것들이 생긴다. 조용한 분투 같은 시간들이 쌓여 그다음은 더 잘할 수 있게 된다. 어제의 자책을 극복하고, 우리는 오늘도 완결을 위해 울퉁불퉁한 길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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