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을 좋아했던 터라 작가와 같이 추리하듯 주인공(탐정)에 몰입하거나 화자(왓슨)에
관찰력을 총 동원하며 빼먹는 힌트는 없는지, 복선 하나하나 놓치지 않게 챙겨 기억하면서 읽곤했다.
그러다가 한 번 호되게 당한 뒤 멀리하게 되었다.
나중보니 화자가 범인... 알리바이도 시간 약간 어긋난것 이외에는 계속 탐정을 돕는 입장이였기에,
배신감(?) 이 정말 대단하였다.
이 소설도 한 사람의 뒤틀리고 힘든 과거에 본인의 기억의 왜곡과 포장하려는 의도가 다른 등장인물들과
얽히면서 복잡하게 진행된다.
절대 악이 없기에 절대 선에 의한 카타르시스는 없지만 어떤 행동을 하나 하는데에도 오랜 기간의 기억과
가치관이 중첩되어 이루어져서 등장인물들의 정신세계를 들여다 보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예측이 좀 어렵다고나 할까? 내용이 어려운 것은 아닌듯한데, 내가 추측하는 대로의 의식 흐름이 대부분 틀려서
몇 번이고 되돌아가 다시 읽고 다시 읽는 것을 반복하였다.
수많은 갈등이 일순간 풀리는 것은 역시 영화같은 일인가보다. 지극히 현실적인 듯한 소설이기에
약간의 갈등해소와 희망을 보이며 살짝 긴장의 끈을 풀어주는 정도로 끝을 맺는다.
책 말미에서 평론가 박인성님의 더 난해한 해설이 그나마 어지러운 의식의 흐름들을 약간 정리해주는 듯하다.
같은 듯 다른 사람들이, 다른 듯 같은 행동을 같이 하며 서로를 이해해가지만 또 각자의 뜻대로만 되지는 않는,
실제 인간사의 모습을 축약해서 담아놓은 듯한 모습에 내 모습은 과연 누구의 어느정도에 해당하는 부분일까
생각을 계속하게 되는 소설이였다.
그렇게 무시무시하고 공포스런 내용보다는, 작가의 빠른,밀도 높은 호흡으로 과격하게 진행되는 부분도 없이
조용하고 그러기에 더욱 흡입력있게 빠져들며 조용히 음침한 분위기에 젖어가며 읽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