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괜찮은 눈이 온다 - 나의 살던 골목에는 교유서가 산문 시리즈
한지혜 지음 / 교유서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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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수필을 자주 읽는 편은 아니었다. 수필을 좋아하지 않는다기 보다는 단순 호오의 문제로 완전한 허구 쪽을 더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상상력이 만들어낸 이야기라면 얼마든 편하게 읽을 수 있지만 수필이란 것은 어쩐지 좀 더 날 것의 느낌이 들기도 했고 마치 타인의 일기장을 들추어 보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이기도 했다.

 

그러니 수필은 꽤 오랜만에 읽는 것이었다. 그리고 찬찬히 작가의 이야기를 읽어보면서 작가와 내가 아주 다른 사람임에도 비슷하게 느낀 점들을 찾을 수 있었다. 문득 그것이 사람들이 영화나 소설 만화 등을 보는 이유 중 하나이지 않니지 않아 싶었다. 그리고 그것이 이해의 시작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경험이 누군가의 삶을 풍부하게 해주고 새로운 방향으로 인도해 준다면 그건 바로 자기 자신의 삶이지 타인의 삶은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진심으로 누군가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누군가를 위해 고민하고 있다면, 우리가 말할 수 있는 첫마디는 '나는 너를 모른다'여야 할 것이다.]

 

마침 책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

내가 남이기에 주저했던 이야기는 남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들면서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나 또한 작가만큼은 아니지만 결핍을 경험해 보았고 어렸을적부터 책을 많이 읽기도 했다. 창가 귀퉁이에서 강낭콩이니 고추 따위를 길러보기도 했다. 그리고 어쩌면 평범했을 좌절과 실패의 나날들을 겪기도 했다.

 

작가의 어린시절과 현재, 그리고 지금의 사회 등을 넘어드는 진솔한 이야기속에서 나는 나의 어린시절과 지금,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앞으로 더 나이들고 더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을 나에 대해서 말이다. 나는 그 때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선배와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에, 아직 삼십대였던 나는 다가올 내 나이 마흔을 생각했다. 그날이 오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여전히 남아 있을 내 꿈은 무엇인가, 그게 나이와는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니 그래도 조금 다를 것이다. 생각하고 설렜는데, 아직 뭘 이룬 것 같지는 않다.]

 

[우리의 삶은 더 나아지기보다 더 나빠지기가 쉬울 것이다. 나는 이제 섣불리 낙관하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꿈을 꾸었던, 최선을 다했던 순간의 어떤 기록은 버리지 않기록 한다. 나는 아직 나로서의 증명을 끝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에서 꿈은 대게 젊은 시절의 몫이고 요즘은 그것조차 허락되지 않다지만 그래도 꿈을 좇는 사람들은 많다. 소위 늦었다 싶은 나이에도 제가 찾는 길을 찾아가는 사람은 얼마나 많던가.

어디 하나 탁월하게 성공하지 않았지만 실패하지도 않았다. 나는 그것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아프고 괴롭고 불안하고 막막한가. 그렇다면 그것은 당신의 삶이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다. 도망치지 마라. 원래 희망은 아프다. 그래서 꽃이 피는 것이다.]

 

이 마지막 문장을 끝으로 책을 덮으며 막연한 불안감에 대해서 너무 깊게 절망하지 않기로 했다.

꽃이 피기 위해서는 아프다는 말이 진부한 듯 하지만 꽤 기껍게 다가왔기 때문일테다.

내 삶은 성장하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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