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달리 멍멍타로 보름달문고 106
은소홀 지음, 김수영 그림 / 문학동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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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좋은 작품이란


좋은 작품이란 글의 울림에 반응한 독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만든다는 것이겠지요. 그것은 작가에게도, 독자에게도 참 감사한 일일 겁니다.


전 반응했으니 시작해보겠습니다.




1. 나의 20년 전으로 - '나는 그때 그 개를 보며 왜 울었을까'라는 의문


 이 책을 다 읽어갈 무렵, 약 20년 전에 봤던 일본 영화 <마리모 - 우리 개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 이야기를 먼저 해보자면, 당시 나는 개를 키우지 않았고, 개를 사랑한 적이나 어떠한 교감을 나눈 적 역시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감정이 울렁이는 것이 이상했다.


 나에게서 어떻게 이런 감정이 드는 거지? 아무런 추억도 없는 동물의 이야기일 뿐인데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픈 거지?


 그때는 그 이유를 전혀 알지 못했다. 감정의 이름을 찾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자꾸만 눈에 들어오던 이 책, 『남달리 멍멍타로』를 읽고 나자 그때의 감정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저 사랑이었다.




2. 사랑한다고 해서 정말 상대를 위한 것일까


 이 책은 개와 사람의 사랑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사랑을 말하기에는 조금은 독특한 소재를 선택하기도 하였다. 달리네 여인들에게는 신비한 능력을 주었고, 잘못하면 큰 이슈가 될 수 있는 '복제견'을 사용한 점이 그러하다.


 하지만 왜 딱히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은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건 바로 주제에 내포된 힘과 이야기의 진행 때문이었다. 작가는 흔히 말하는 어그로 끄는 방향으로는 절대 틀어지지 않게끔 꽉 붙잡는 능력을 놀라우리만큼 멋지게 보여주었다. 여기서 조금만 어긋났다면, 아, 정말 위험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말하는 사랑은 마냥 따뜻하고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작가는 나를(또는 우리를) 달리로도, 제인으로도, 때로는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로도 만들어주면서 각각의 인물에 나를 비춰볼 수 있게 해주었다.


 나는 누구의 이야기도 듣기 싫고 스스로에게 갇히는 선택을 하는 달리의 모습을 보며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일일이 설명할 수도, 들어줄 여유도 없는 묘한 불안 속에서, 오히려 귀를 닫아버림으로써 침착한 척 가장하는 그 역설적인 표현 방식이 좋았다.


 제인일 때도 마찬가지다. 달리의 입장에서는 제인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일 테지만, 제인의 입장에서 보면 달리를 그냥 내버려둘 수 없는 그 마음도 이해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랑하는 존재가 이상해졌는데 어떻게 모른 척을 할 수가 있는가.


 심지어 내 아내는 조금만 기분이 달라져도 전부 티가 나는 사람이다. 해결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유는 알아야 하고, 들어줘야 하고, 그렇게 굳어져만 가는 마음을 어떻게든 풀어줘야 했던 순간들이 문득 생각났다.


 마지막으로 부모인 입장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는 건 마음 아프기도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모두가 이해되기도 했다. 나는 제인의 아빠처럼 아이 모르게 아이를 위한다며 무언가를 숨기거나 바꾼 적이 있다. 생각해보면 지금도 아이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어떻게든 작전을 수행하려고 한다. 굳이 아이들에게 오픈했다가 아파하는 모습을 볼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출발점은 모두가 같은 사랑인데 하나같이 다른 방식이고, 그래서 누구 하나를 쉽게 탓하기도 어려운 게 아닌가 싶다.


 한편, 사랑받고 싶으면서도 상대의 마음은 들으려 하지 않는 모습, 나를 위한 선택을 하면서도 그것을 상대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습들을 보니 갑자기 불편한 질문 하나도 떠올랐다.


 사랑한다고 해서, 내가 하는 모든 일이 정말 상대를 위하는 일일까.


 여기서 '복제견'이라는 소재가 다시금 다가왔다. 사랑하는 존재를 잃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너무나 이해할 수 있다. 나라도 그럴 것 같다. 그런데 그 마음을 끝까지 밀어붙이면 다른 질문이 생긴다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 존재가 다시 내 곁에 살아가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그 존재를 잃지 않는 것일까.


 사랑은 상대를 위한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내가 원하는 사랑의 모습으로 상대를 붙잡으려는 마음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이 책을 읽으며 그 경계가 생각보다 모호하다는 것을 느꼈다.




3. 읽고 난 다음 날, 아들과 함께 영화 <컨택트>를 보다


 책을 다 읽고 후기를 남겨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바로 그다음 날, 우리 집 여자들은 모두 하츄핑 영화를 보러 떠나버렸다. 집에 남겨진 나와 초등학교 저학년 아들은 영화 <컨택트(2016)>를 선택하여 보게 됐다. (*어릴 적에 본 '콘택트(1997)'의 리메이크 영화인 줄 알고 골랐는데, 알고 보니 아예 다른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한 영화였다. 덕분에 아들에게는 조금 어려운 영화가 되어버렸다.)


 외계인과 소통하는 이 범상치 않은 영화를 보는데, 전날 읽었던 『남달리 멍멍타로』가 생각났다. 처음에는 단순히 비슷한 이야기가 떠오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를 계속 보고 있으니 조금 다른 지점에서 두 이야기가 만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스포)


 <컨택트>에서 주인공인 루이스는 외계인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에게 다가올 미래를 알게 된다. 사랑하게 될 사람과의 만남도, 그 사랑이 가져올 행복도, 그리고 결국 찾아올 너무나 아픈 이별까지도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끝을 알고 있다면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그런데 루이스는 이미 알게 된 그 삶을 다시 선택한다.


 그 장면을 보면서 전날 『남달리 멍멍타로』를 읽으며 품었던 질문이 다시 떠올랐다.


 사랑하는 존재를 잃게 될 것을 이미 알고 있다면, 그래도 그 사랑을 선택할 수 있을까.


 우리는 보통 사랑하는 존재를 잃고 싶지 않아서 어떻게든 붙잡으려 한다. 그래서 복제라는 선택까지도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루이스의 선택은 그 반대편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특정 시점에 찾아올 이별을 알고 있음에도, 그 시간을 없애는 대신 그 사랑이 존재했던 삶 자체를 선택하는 것.


 어쩌면 사랑한다는 것은 잃지 않는 방법을 찾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일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런 영화와 책을 이틀 사이에 모두 볼 수 있다는 것이 행운이라고 느낀다. 그것도 아들과 함께라니. 아들은 영화가 끝나자 좋았다고 했다. 어쩌면 우리보다 사랑을 잘 아는 녀석일지도 모른다.




4. 다시, 20년 전으로


 이렇듯 『남달리 멍멍타로』는 내게 그저 개에 관한 이야기로 남지만은 않았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사랑 때문에 상처받고, 때로는 사랑한다는 이유로 상대를 붙잡으려 하는 평범한 우리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다시 20년 전의 <마리모 - 우리 개 이야기>를 생각한다. 그때의 나는 개를 키워본 적도 없었고, 개와 어떤 추억을 나눈 적도 없었다. 그런데도 왜 그렇게 슬펐는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사랑하는 마음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나는 그때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사랑하는 것을 잃는 것이 두려웠고, 그럼에도 사랑하는 이야기에 마음이 움직였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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