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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홍구와 함께 걷다 - 평화의 눈길로 돌아본 한국 현대사
한홍구 지음 / 검둥소 / 2009년 11월
평점 :
한홍구 선생님의 책 대한민국사를 읽은 후 많이도 분노하고, 또 많이도 슬퍼했었던 기억이 있다. 국사는 고등학교 때도 정말 관심 있는 분야였고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도 냈던 과목이었다. 그러나 그다지 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교과서대로, 선생님 말씀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했던 '착한' 학생이었기에 교과서에서 잘 다뤄지지 않는 근현대사 쪽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홍구 선생님의 책을 읽으면서 내가 알아온 역사의 깊이는 정말 수면만큼 얇구나 하고 부끄러워할 수 밖에 없었다. 자라나는 학생들에게는 조선시대, 고려시대...이런 옛 역사보다 현재의 삶에 더 관련이 깊은 근현대사에 대한 공부가 더 시급할텐데 왜 이러한 공부는 학생들이 쉽게 할 수 없는 것인지...
그리고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한홍구 선생님의 책이라 더 손이 갔고,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며, 깊이 공감하며 책에 빠져들 수 있었다. 사실 읽은지는 몇 달이 지났고, 벌써 몇 번이나 읽었지만 읽을 때마다 감동이 달라 섣불리 서평을 쓰기도 어려웠다. 그만큼 좋은 책이었다.
이 책은 서울 근교의 근현대사가 숨쉬고 있는 장소를 한홍구 선생님이 직접 다니시면서 적으신 글모음이다. 위안부 할머니들, 맥아더 장군 동상, 서대문 형무소 등등...지방에 살고 있는 내가 눈으로만 봤던 곳, 직접 찾아가 봤던 곳 등이 한홍구 선생님의 눈과 입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보여주고 있었다. 아마도 서울에 살고 있었다면 내가 받은 감동과는 좀 더 다른 감동을 자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늘 보던 곳을 알고 보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또 얼마나 슬플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을테니 말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6학년 아이들을 가르치기 전 이 책을 접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교과서에서는 한 두 줄로 나타나는 수박 겉핥기식 근현대사가 우리 주변에서 생명력을 가지고 파닥파닥 살아있을 수 있는지 알려줄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가진 것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피와 땀으로 이뤄졌는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또 어떠한 노력을 해야하는지도 아울러 생각하게 된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근현대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생겨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