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세미나 - 체제 이행기의 사유와 성찰
김규항 지음 / 김영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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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말하자면 경제와 정치 쪽에는 아는 바가 별로 없다. 인문 쪽으로 관심이 많이 기울어 있어, 지금껏 경제 구조에 대한 책을 읽어볼 생각조차 못 했다. 이제서야 슬금슬금 내가 사는 세계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파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공부를 하겠다고 결심했다. 이번 달 도서 목록 중 『자본주의 세미나』를 택한 이유다.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그 본질을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마르크스의 『자본』을 통해 설명한다. 당연히 『자본』을 읽어본 적 없고, 교양 수준의 지식으로만 띄엄띄엄 알고 있는 나도 내용을 잘 따라갈 수 있었다. ‘시민을 위한 자본주의 세미나’라고 쓰여있는 만큼 최대한 쉽게 풀어 설명해 준다.



그중 <경기순환과 공황> 장을 재구성해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자본주의의 공황은 과잉생산에서 기인하며 구조적으로 되풀이된다. 자본이 축적 운동을 할 수 있는 이윤율을 유지하기 어려울 만큼 자본이 과잉되면, 거품이 터지듯 공황이 터진다. 공황은 자본주의 생산(과잉생산)의 모순을 드러내고 누적된 모순을 해소한다. 이때 생산 부문 간 균형 그리고 생산과 소비의 균형이 회복된다. 결과적으로 회복-호황-공황-불황 사이클이 반복된다. 역사적으로 산업혁명 이후 공황은 10여 년 주기로 계속되고 있다.



<노쇠한 자본주의> 장에는 자본주의가 인간을 해칠 뿐 아니라 심각한 생태기후 위기를 만들어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모든 개인이 탄소 배출을 줄인다고 해도 기후 위기를 막는 데 필요한 양의 고작 20퍼센트 남짓이라고 한다. (상당히 절망적이다.) 넋 놓고 아무 행동도 안 할 수는 없겠지만, 이는 우리가 사는 세상 그리고 경제구조에 확실히 변화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해결책은 간명하다며 저자는 생태주의를 언급한다. 무계획적 생산에서 계획적 생산으로 바뀌어야 한다고도 주장하는데, 필요성을 절감하고 의견에도 동의하지만 자본으로부터의 인간해방이 진짜 가능할까?라는 물음이 남는다. 지금으로서는 이미 실패한 사회주의가 아닌, 계획적 생산이 가능한 다른 체제를 상상하기 어렵다. 저자에 따르면 계획적 생산이 소수의 지배나 전체주의로 흐르지 않기 위해서는 민주적으로 통제하고 운영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을 가진 인민이 필요하다. 이 요소는 20세기 초 현실 사회주의 국가에 모두 결여되어 있었다. ‘새로운 사회는 현재의 사회 안에서 자라난다’(p.196.)는 문장을 통해 아득하지만 그래도 어떤 그림을 그려볼 수는 있을까, 하고 가만히 생각해 본다. 지금과 그때가 정말 많이 다를까. ‘유토피아는 없지만, 최소한의 사회는 있습니다(p.197.)’는 문장을 보고도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내가 살고 있는 땅에서 어떤 흐름으로 경제활동이 진행되는지 똑똑히 바라보고 어떤 사회를 상상해나가야 하는지 고민해 보게 해주는 책이었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한편 스스로에게 지나치게 성장과 ‘일잘러’ 추구 및 완벽에 대한 집착을 요구하는 건, 내 성격 문제 만이 아니라 사회 구조상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걸 이해하게 되기도 했다. 스스로를 계속해서 고양시키지 않으면 내 자리가 위태위태해지기 때문에, 스스로를 닦달하는 것이 옳은 가치관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구조상 현 사회는 모든 사람에게 이를 요구한다. 내 존재에 대한,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불안함도 여기에서 오겠구나 싶다.



큰 구조를 이야기하는 만큼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경제 분야 첫 번째 책으로 고르길 잘했다 :)!



+) 여담으로 저자 김규항씨는 어린이 교양지 『고래가 그랬어』를 창간했고, 발행인을 맡고 있다고 한다! 어렸을 때 도서관 가서 매달 읽었는데 신기하고 반가웠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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