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 계속 쓰려는 사람을 위한 48가지 이야기
은유 지음 / 김영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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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멈춘 건 작년 9월, 대학원에 입학하면서부터다. 다들 석사 첫 학기가 가장 힘든 시기라고 입을 모아 말하는데, 그만큼 어떤 때보다도 밀도 높은 일상에 적응하느라 정신없었다. 내 기준 잘 쓴 글은 생각이 깔끔하게 정돈된 글이다. 이런 글을 쓰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방식은 여러 가지다. 생각이 무르익기까지 기다릴 때가 있고, 무작정 노트북 앞에 앉아 무엇이든 써보면서 생각을 정리할 때가 있다. 어찌 되었든 생각할 시간을 따로 마련하고 애써 고민해야 하는 건 매한가지다. 하지만 나는 일과를 해치우면 하루가 끝나는 식의 생활을 했기에 글을 쓸 시간을 마련하기 어려웠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도 버거운 때였다.

그 후로 남은 건 짧은 기록뿐이었다. 2022년 한 해 동안 읽은 책 목록을 정리하면서도 한편의 글이 아닌 기록으로 남겼다는 게 자꾸만 아쉬웠다.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들을 부지런히 글로 남겨 둘걸. 모든 책은 내 몸을 뚫고 지나가며 나의 일부를 이룰 것이라고 믿으면서도 아쉬움을 떨치기 어려웠다. 이 마음은 어디서 왔을까. 

매주 책을 읽고 글을 쓰던 시기가 있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간절함이 나를 계속 읽고 쓰게 했다. 당시에는 쓰던 도중 뒤로 드러누울 만큼 괴로워하며 글을 썼는데 재밌게도 그 글들이 마음이 가장 힘들었던 지난 하반기에 큰 힘이 되어주었다. 읽다 보면 그때의 내가 지금보다 더 성숙한 사람인 것 같았다. 글 속에는 모르는 분야를 기꺼이 탐구하여 나의 세계를 넓히는 일에 기뻐하는 내가 있었다. 무심코 지나쳤던 사람들의 삶을 한 번 더 살펴보려는 마음, 환경을 지키려는 마음이 있었다. 은유 작가도 말했듯 내가 쓴 대로만 살아도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 많은 고통과 기쁨에 연루된 사람으로 살고 싶다.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싶다는 뜻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 사랑받는 사람의 얼굴을 갖고 싶다. (나만 사랑하면 쓸쓸하므로 쌍방향을 원한다).

p.17.

사람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는 사람, 타인의 삶을 속단하지 않으며 조금 더 넉넉한 마음과 다정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이 되기를 꿈꾼다. 이 마음은 매주 글을 쓰던 그때나 지금이나 동일하다. 일상과 마음에 여유가 생긴 지금, 글을 쓸 시간을 따로 떼어두어야겠다는 다짐이 섰다. 내 글이 형편없다는 생각이 들 때에도 무작정 써야겠다. 독자를 염두에 두고 글을 써야 하지만 그보다 먼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쓴다는 마음’을 회복하고 싶다.

여러 책 중에서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를 선택한 건 여전히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있기 때문이었다. 천천히 읽을 심산으로 아르바이트 출근길에 챙겨갔는데 그날로 다 읽었다. 내가 했던 고민의 목록 중 상당수가 책 속에 그대로 있었다. 글을 계속 쓰려는 사람들을 향한 실질적인 조언부터 따뜻한 위로까지, 글쓰기 상담소라는 제목에 걸맞게 48가지의 다양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인용구 덕에 알게 되는 좋은 책들은 덤이다. 여러 다짐과 도전을 하기 좋은 새해 첫 달에 이 책을 만나서 다행이다. 덕분에 산뜻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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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좋았던 구절들.

🏷 배달 노동자를 인터뷰한 책을 읽고 나면 건물 승강기에서 만난 배달 노동자를 이전과는 다른 눈길로 보게 된다. 어떤 대상을 표면적인 존재가 아닌 입체적인 인격으로 보는 감각이 시민 의식이다. p.16.

🏷 작가에게 쓸 거리가 많은 건 바람직한 일입니다. 그러니 용기를 잃지 마시고요. 곁길로 새면 다시 돌아오면 된다는 여행자의 마음으로 오늘도 글 한 편 쓰시길 바랍니다. p.133.

🏷 좋은 비유는 역시 오랜 관찰에서 나온다는걸요. 한 사물과 현상을 오래 응시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내가 본 것, 한 것, 경험한 것이 숙성되어 때를 만나 자연스럽게 문장으로 터져나오도록요. p.170.

🏷 글쓰기는 이제 끝내야 하나 계속 써야 하나 영원히 헤매는 일 같습니다. 저는 주로 기권하는 심정으로 글을 마쳐요. 이만하면 됐다는 확신보다는 더는 못 하겠다는 몸의 신호를 따르죠. 오래 앉아 있어 허리가 너무 아프거나, 똑같은 글을 너무 여러 번 봐서 토가 나올 것 같을 때 “더는 못 고쳐.” 하면서 그냥 누워버립니다. 하하. 다른 일도 해야 하니까 더 이상 붙들고 있을 수 없고요. 이렇게 물리적 한계 상황까지 끈질기게 내 글을 붙들어보는 것. 과연 완성한 것인지, 내가 질문하고 내가 대답하는 이 외롭고 불확실한 과정을 견디는 것. 이것이 글 한 편을 완성하는 노하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 <블랙스완>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완벽함은 집착만으로 안 돼. 놓을 줄도 알아야 돼. 너를 가로막는 건 너 자신밖에 없어.” 

pp. 204-205.

🏷 우리가 왜 읽고 쓰는지, 근원적인 물음으로 되돌아가 답을 찾아보면 잘 살기 위해서입니다.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지키면서 살고 싶은 마음이죠. 그러니 인간다운 삶을 방해하는 구조와 요소를 보게 하는 책이 좋은 책이겠고, 그 책을 읽은 사람이 자기 삶의 서사까지 보태어 책의 좋음을 글로 증명한다면 믿을 만한 책 리뷰라고 생각합니다. p.229.

🏷 여러분도 글쓰기를 우선으로 하여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며 일상을 재편해보세요. 그렇게 써나갈 때 시간의 학대받는 노예로 살지 않고, 내 삶의 주인이 되는 방법을 글쓰기가 알려줄 것입니다. p.261.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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