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엄마 김 현 정
수화기 너머로
언니가 내 안부를 묻는다 "별일 없지?" 묻는데, 목소리가 이상하다. "나, 아퍼" 이윽고 어린애처럼 엉엉 운다. 어렸을 적 엄마 대신해 꽁꽁 언 손 녹여가며 밥하던 초등학생 엄마가 운다. 빡빡 쌀 씻는게 재밌어 보여 나도 한 번 해 보자고 떼쓰던 철부지 동생은 울먹이며
그저 언니의 울음을
주머니에 담을 뿐이다.
飛 翔
김 현 정
딱히 기대한 건 아니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참담한 나머니 그만 쪼그라 들고 만다
누군가의 지나가는 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뭔가는 있겠지.
잠시 희망을 품었던 나의 어리석음을 안고
아무도 모르게 땅 속으로 꺼지고 싶었다.
일부러 반항부터 하고 보자는 애처럼
한동안 내 마음과 반대로 반대로
한없이 흘려 보냈다.
우연찮게 분갈이 한 화분에서
잡초인지 뭔지 태생을 알 수 없는
식물이 흙을 뚫고 솟아 오르는 것을
목격한 순간.
마음 한 구석이 심하게 꿈틀댄다.
꿈을 향해 비상하는 새처럼.
한껏 부풀어 오르는 기분
이대로 날아갈 것만 같다
까다로운 엄마
지하 상가를 지나고 있었다.
신발가게 앞.
엄마가 힐끔 보더니 고르기 시작했다.
갑자기 골라 드리고 싶었다.
시원해 보이는 파란색 바탕에
크리스탈 보석이 반짝이는 구두를 들어 보였다.
예쁘긴 한데 너무 튀어 부담스러워.
가운데 꽃모양 술이 있는 검정 구두.
으이그, 굽이 그렇게 높으면 불편해.
이건요 ?
이야, 디자인 괜찮다.
다 좋은데 굽이 너무 낮구나.
야, 우리 엄마 진짜 까다롭다!
싸다고 막 사면 나중에 후회해.
그냥 가자.
돌아서는 엄마와 달리
내 뒤통수는
왜이리 따가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