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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스파이 폴리팩스 부인 ㅣ 스토리콜렉터 34
도로시 길먼 지음, 송섬별 옮김 / 북로드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패럴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혀를 내밀어 바짝 말라 갈라진 입술을 적셨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총을 들어 폴리팩스 부인의 가슴을 겨누었다,
"거기가 제일 나은가?"
부인은 호기심 어린 말투로 물었다,
"머리를 쏘는 게 더 빠르지 않아?"
"제발요, 할머니"
패럴은 권총을 든 손을 덜덜 떨었다,
"아무 말씀도 하지 마세요, 제발요" / 309p
삶의 끝에 서 있음에도 폴리팩스 할머니의 태연스런 말에 웃음이 터진다, 할머니 죽음 앞에서도 끝까지 이러는거 아니에요, 라고 패럴의 마음도 이러했겠지? 이 장면과 함께 악랄한 페르디도 대장 앞에서 능청스럽게 위기를 넘기는 장면을 좋아한다, 애들 다 키우고 남편은 잃고 병 수발 등 갖가지 고생을 했던, 나이를 먹을만큼 먹은 노인네라서 최악의 상황에서도 무덤덤 받아들일수 있었던걸까,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인물, 교과서와 TV에서 접했던 중국의 마오쩌둥이 자신의 권력을 강화시키던 그 시대의 이야기라서 007시리즈나 미션임파서블처럼 최신식 무기나 현란한 장면이 없는 아날로그적인 스파이 이야기다, 역사에 별 관심이 없는 학생들이 이 책을 읽었다면 이질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마오쩌둥 이름이 나오길래 언제적 얘기야 했다가, '100세 노인'처럼 유년기를 거쳐 성인이 되고 할아버지가 된 여러 시대의 이야기가 펼쳐지는건가 짐작했는데, 그냥 그 시대 이야기이다,
폴리팩스 할머니는 의사의 "오래전부터 꼭 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못 하신 일은 없습니까?"라는 물음에 스파이가 되고 싶었던 때를 떠올린다, 그리고 바로 행동에 옮기게 되는데 CIA에 가서는 스파이가 되고 싶다며 도와줄수 있는게 없느냐고 묻는다, 체구가 작고 포동포동한 몸매에 머리카락은 하얗고 거침없는 말투로 내뱉는 할머니를 보고 CIA 직원은 입이 떡 벌어진다, 그리고 얼떨결에 스파이가 되어 멕시코 시티에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호기심 많은 할머니인지라 그 호기심 때문에 듣도 보도 못한 곳에 감금을 당하게 된다,
인생이란 원래 이런 거 아니겠습니까?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무엇을 선택하든 알 수 없는 것에 도박을 거는 일이지요, 그리고 선택의 자유가 있으니 우리가 인간인 거고요, 우리에겐 미래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보기에 인생이란 지도와 다를 바 없는 것 같습니다, 방향도 경로도 끊임없이 선택해야 하니까요, / 352p
감금 당한채로 죽어선 안된다며 감금 동기(?) 패럴과 함께 탈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래서 성공하기 힘들 것 같은 탈출을 기어이 해내고 멋지게 (연장선상의) 다른 현장에서 활약할줄 알았는데 ㅋㅋ 냄새나는 염소떼와 함께 엉기적 걸어야 했고, 롤스로이스를 타고 추격전을 벌이고, 통나무를 타고 강을 건너려는 위기에 또 위기가 닥치면서, 마치 미드 프리즌 브레이크를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된다, 한마디로 스파이로 시작해서 프리즌 브레이크로 끝난다고나 할까,ㅋㅋ;;
뜻밖에 스파이가 된 폴리팩스 할머니의 여정이 이것이 다 인건가? 좀 아쉽다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이 책은 <폴리팩스 부인 시리즈>의 첫번째 책이더라, 북로드에서 몇권까지 시리즈가 발행될지는 모르지만 저자 도로시 길먼이 일흔일곱 살이 될 때까지 열 네 권의 시리즈를 썼다고 한다, 회를 거듭할수록 폴리팩스 할머니가 고양이에서 스라소니로 점점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