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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하고 게으르게
문소영 지음 / 민음사 / 2019년 6월
평점 :
첫장부터 쭉 읽다가 깊이 공감한 구절을 발견했다. 바로 '게으름의 아름다움은 따근한 사워와 포근 푹신 베개 쿠션과 함께 완성되기 때문에.' (25p) 그렇지. 그리고 원래 이불 밖은 위험한 법이니까요. 작가님.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읽기 시작했고, 단숨에 마지막 장을 덮었다. 끝까지 읽고 나서 좀 아쉬웠다. 조금 더 읽고 싶었다. 사회의 통념에 대한 문소영 작가의 생각들이 내 마음을 콕콕 찔렀기 때문이다. 글 사이에 자리잡은 그림과 사진들도 그 사유의 일부분으로써 잘 자리잡고 있었고.
🏷내가 생각하는 "꽃핀다."의 의미는 유명해지는 것보다도 자기 분야에서 스스로 인정할 만큼 독창적이거나, 새로운 경지의 뭔가를 이뤄서 극소수보다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키거나 생각을 전환시키고, 장기적으로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13
특히 2부 불편하게,의 글들이 오래 남을 것 같다. 요즘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프로불편러'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 우리 스스로를 위하여 우리는 불편해야하며, 내가 가진 것들에 의해 겪지 않는 타인의 불편함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말해야한다는 거, 그렇게 한다면 이 사회는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불편해지는 것이다. 그 불편함을 겉으로 끌어내야 한다. 3부 엉뚱하게는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고. 사랑을 거절할 권리도 있지! 맞다! 하며 읽은 '사랑을 거절할 권리도 있소이다'도 좋았다. 폭력과 협박 비스무리한 것으로 압박해서 얻어낸 관계가 행복할지 의문이니까. 원하지 않는 관계를 맺느니 평생 혼자살 수도 있지.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여성을 벗어나서. 통쾌한 기분이 들었다.
🏷그냥 다 같이 나대고 다 같이 잘난 척하면 안 될까? 서로의 나댐. 서로의 잘난 척을 관용하면서 '나도 잘나고 너도 잘났어.', '아, 나 특이해. 어, 너도 특이해.'의 마인드로 산다면 우리 사회는 훨씬 열려 있고 다양하고 여유로운 사회가 되지 않을까? /166
그리고 문소영 작가의 글은 내게 유쾌함, 통쾌함,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비좁았던 문을 열고 더 넓은 곳으로 향하게 하는 힘을 지닌 글. 조금 늦어도 괜찮아. 조금 게으르면 어때? 그래도 우리는 살아가고 있고, 삶을 일궈내고 있다고 말해준다. 사회, 예술, 인문 분야를 통틀어 다루면서 그의 즐거움과 씁쓸함을 말하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독자가 공감하게 만드는 그녀의 글이 멋지게 빛난다.
🏷기억되는 것, 그건 결국 사심 없는 사랑만이 받을 수 있는 사랑의 보답인지도 모른다. /275
서로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허례의식은 없애고 그 본질만 보는 것. 산다는 건 힘들고 불편한 일 투성이니까, 우리라도 서로에게 부담을 주지 말자고 토닥여주는 것 같았다. 이 책을 읽고 나는 무엇이 변했을까. 조금이라도 변한 나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