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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밤인 세계
하지은 지음 / 황금가지 / 2022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서글프고, 잔혹하고, 아름다운 이야기.
얼음나무 숲을 읽고 사랑에 빠졌고, 언제나 밤인 세계에서 뿌리를 내렸다. 이제 다음 작품을 묵묵히 기다리는 나무가 될테지.
첫 페이지를 연 순간, 아, 나는 이 소설 속에서 한참 헤맬거라 확신했다. 밤, 어둠, 악마, 그리고 태어난 샴쌍둥이의 이야기라니. 어떻게 빠지지 않을 수 있나. 실제로 밤을 새다시피 읽었다.
집착, 광기, 애증, 나와 너의 파괴,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어쩌면 서로에게 구원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사랑했기에, 진실을 알게 된 순간엔 그저 분노와 살의 뿐이었지만, 그 끝에는 결국 서로에게 절실히 내밀던 손의 온기 뿐이었으니. '악'에 잠식되었어도 누군가 끊임없이 나를 붙잡아주고, 길을 찾아 함께 걸어준다는 '희망'도. - 길을 잃어도 괜찮아, 잘못된 길을 가도 괜찮아, 함께 갈테니.
그러니 에녹, 부디 행복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