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도망쳤다! 미래의 고전 19
백은영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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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도망치다니..
제목도 그렇고 집이 날아가는 그림도 그렇고, 이건 무슨 내용일까 싶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책을 펼쳤는데, 펼쳐든 순간부터 그냥 쭈-욱 읽게 되었다.  길 위의 집이라는 다소 생소한 소재로 판타지로 재미있게 풀어내는 작가의 입담 때문이었을까?
’약간 두껍네’ 생각했지만 흥미로운 내용 때문에 나도 모르게 그냥 술술 읽어내려가게 되었다.^^

맛있는 소스로 유명해진 아름드리 떡집의 떡꼬치를 먹기 위해 원호와 재민이는 줄을 서서 기다렸다. 그러다가 범수와 중학생 패거리들을 만나게 된다. 범수와 중학생 형들은 아이들을 괴롭히고 때리는 아이들이었고, 원호를 노리고 있었다. 원호와 재민이는 그런 범수네 패거리들을 피하려고 도망치다가 이상한 집을 보게 된다. 재민이는 이상한 집에 들어가서 나오질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는 사이 집이 도망쳤다. 집이 움직여서 가버린 것이다.

도움을 구하려고 들어간 아름드리 떡집에서 원호랑 범수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길 위의 집이 있다는 것, 그리고 아름드리 떡집도 그런 집 중의 하나라는 것, 그리고 이들은 일정한 길을 통과하면서 다닌다는 것을 말이다. 아름드리 떡집의 배꽃 아줌마는 재민이를 찾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 같이 길을 나선다. 서쪽 길로 달아난 그 유령의 집을 찾아서 말이다.

길 위의 유목민들과 함께 집을 찾아나선 아이들,  그 유목민들은 우리들을 붙박이족이라고 한단다. 붙박이족은 생각도 붙박이여서 우리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배꽃 아줌마가 말하는 대상이 바로 나인가 싶다. 내 생각도 엄청 붙박이고 고정적이니까 말이다.^^

늘 용감한 재민이를 부러워하던, 마음은 착하지만 약간은 겁쟁이였던 원호와 어린 시절 상처를 가슴에 품고 그 상처를 감추기 위해 일부러 삐딱하게 행동하던 범수는 재민이를 구하기 위해 배꽃 아줌마와 아름드리 집과 같이 여행하면서 조금씩 성장하게 된다.

서로를 이해하고 걱정하고 염려해주면서 그렇게 세 아이들은 훌륭하게 성장한다. 물론 중간중간 만났던 여러 집들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이야기이다.  아이들을 격려해주고 올바르게 이끌어주었던 배꽃 아줌마와 집수리공 할아버지의 말씀도 심금을 울린다.

"폭풍이 심하게 칠 땐 사방이 어두컴컴하단다. 하지만 비가 그치면 무지개가 뜨는 법이란다. 아이야, 길 위에 뜨는 무지개는 아주 아름답단다. 그리고 나 또한 네가 띄울 무지개를 기대하고 있단다."

"상처 입고 추위에 떠는 새를 치료하려면 먼저 친해져야 한다"고 배꽃 아줌마가 원호에게 살짝 일러주신 말씀도 곱씹어봐야 하는 말씀이다. 물론 원호는 범수를 두고 하신 말씀이란 걸 처음엔 몰랐지만 말이다. 

상처입은 아이 범수는 정말로 원호와 친해지면서 조금씩 조금씩 자신의 껍질 속에서 나오게 된다. 그리고 원호도 폭풍우를 겪으면서  더이상 겁많은 아이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적극적이고 용기있는 아이로 변해가고 말이다.

비록 처음 등장한 재민이가 의외로 잡혀간 것외에는 달리 이야기 속에 등장한 일이 없어서 약간 실망스러웠기는 했지만, 범수가 스스로 자신의 속에 있는 이야기를 꺼내고 원호가 힘을 보태겠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정말 아이들이 훌쩍 컸다는 것이 느껴졌다.

판타지 동화이지만 아이들의 성장의 모습도 같이 보게 되는 그런 동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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