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의 한자 공부 시읽는 가족 10
박방희 지음, 안예리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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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정화를 해야 하는 날이 있다. 팍팍하게 살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 순수함과는 거리가 멀어져있다고 생각되는 때, 낡아빠진 가방같다는 느낌이 들 때 말이다.

그럴 때 동시집을 읽으면 마음 한 켠의 때가 깨끗하게 닦이는 것 같다.  동시가 줄 수 있는 동시만의 힘인 것 같다. 

때로는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동시도 있고, 때로는 빙그레 웃음이 짓게 만드는 동시도 있고, 때로는 끄덕끄덕 하게 만드는 그런 동시도 있다.

내일 비가 와서 / 소풍 못 간다는 / 선생님 말씀!
무너지는 소리 / 아이들 가슴에서 / 와르르 와르르 / 무너지는 소리
와르르 와르르 / 교실이 무너지고 / 학교가 무너졌다
- 와르르 와르르

신종플루 덕분에 소풍을 가지도 못한 우리 둘째의 안타까운 심정이 여기 고스란히 들어있었다^^

나를 / 노려보는 / 눈초리/
눈초리 속에 / 회초리가 들었어
- 눈초리

읽으면서 혹시 내가 아이에게 그렇게 비춰졌을까봐 조마조마하게 했던 시이기도 하다^^

등 굽은 할머니가 / 리어카를 끌고 간다
리어카에 쌓인 / 폐지 더미 / 산봉우리처럼 솟았다

 /산을 끌고 가는  / 할머니 굽은 등은 / 또다른 산

끙끙 작은 산이 / 큰 산을 끌고 간다
- 폐지 줍는 할머니

가슴이 알싸해지는 시였다. 힘겹게 리어카를 끌고 거리를 다니시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말이다.

동시를 읽다보면 저절로 마음이 정화되고, 뭔가 한 켠에 숨어 있던 해묵은 때들이 다 훌훌 털어지는 그런 느낌이 든다.

아이들도 꼭 읽어야 하지만, 어른들도 정말 동시를 꼭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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