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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은 아름다워
루시아 자몰로 지음, 김경연 옮김 / 사계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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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춘기 여자 아이들의 생각을 닮았다. 강렬하고, 직설적이며, 두서없이 의식의 흐름을 따른다. (차례가 책의 마지막 장에 있는 것까지 그렇다.) 어느날 팬티에 묻어나올 피가 두려운 소녀들이 마음 졸이며 책을 펼친 뒤, “빨강은 아름다워”라는 목소리를 듣고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눈빛으로 책장을 덮을 것 같다.

당대 최고의 철학자라 불리던 사람들도 여성의 월경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많은 헛소리를 남겼다. 생물학적인 현상을 열등함, 불결함으로 정의하고 여성을 배제해온 남성 중심의 사회가 얼마나 비합리적이었는지를 보여준다. 다행스럽게도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생리와 관련된 터부들은 많은 여성들의 노력으로 깨지고 있다. 생리대 광고에서 ‘그날’이 아니라 ‘생리’라고 말하고, 푸른 액체 대신 빨간 액체로 생리대 사용 실험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그렇다. 당연한 것을 입에 담지 못했던 날들이 너무나도 길었지만, 변화는 시작되었고 앞으로 월경은 더욱 더 눈앞에 드러날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소녀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누구 앞에서든 월경을 월경으로 말할 수 있고, 생리용품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길 바란다. 세상의 절반이 겪는 일에 대해 이해와 배려를 구하지 않아도 되길 바란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소녀들뿐만 아니라 그들과 함께 살아갈 소년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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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생태사상가 - 2020 우수콘텐츠 선정작
황대권 외 27인 지음, 작은것이 아름답다 엮음 / 작은것이아름답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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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환경교육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여러 가지 활동들을 시도하고, 행동을 강조할 때면 그 운동 너머에 어떤 철학으로 중심을 잡아야 하는지가 과제처럼 남곤 했다. 우리의 행동이 목적 없이 지속되다 어느 순간 소모되지 않도록, 더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쉽지 않았다. 보통 철학이나 사상가에 대한 책들은 번역서로 자주 접해서 늘 부담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지 못한 한자어 번역이나 문맥으로 인해 이해하기가 어렵고, 광범위한 내용을 배경 지식 없이 장황하게 설명하는 탓에 몰입감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다양한 인물을 소개하는 책, 특히나 공저로 쓰인 책들은 도전할 때마다 번번이 실패하곤 했다.

그런 점에서 <지구별 생태사상가>는 정말 반가운 책이다. 묵직한 이 책은 받아들며 여전히 ‘내가 다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벼리(차례)를 훑어보며 낯익은 저자들의 이름을 찾아냈고, 그들의 글을 읽어가며 한 인물씩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이름을 들어본 저명한 사상가, 에코페미니스트, 아시아의 사상가들. 이렇게 찾아가며 읽다보니 부담스럽지 않았고 또 어떤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있을지 기대하며 계속 읽게 되었다. 글들은 이해하기 쉬운 말로 풀어져 있어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해당 인물에 대한 전문 지식이 많은 저자들이지만 아는 것을 드러내는 글투가 아니라 가장 핵심이 될 만한 내용을 조곤조곤 이야기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각을 잡고 공부하듯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소파에 편하게 몸을 파묻고 읽게 되는 책이었다.

생태사상에 대해서 나 역시 잘 모르지만, 누군가가 이 분야의 책을 물어온다면 입문서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생태적 삶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나를 다독여줄 이 책을 두고두고 읽어볼 것 같다. 작고 불편한 것을 선택하며, 누군가의 위에 오르기보다 그들의 곁에 서길 청하며, 지구에 해를 덜 끼치는 삶으로 조금 더 다가갈 용기를 준 이 책을 읽게 되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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