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사춘기 여자 아이들의 생각을 닮았다. 강렬하고, 직설적이며, 두서없이 의식의 흐름을 따른다. (차례가 책의 마지막 장에 있는 것까지 그렇다.) 어느날 팬티에 묻어나올 피가 두려운 소녀들이 마음 졸이며 책을 펼친 뒤, “빨강은 아름다워”라는 목소리를 듣고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눈빛으로 책장을 덮을 것 같다. 당대 최고의 철학자라 불리던 사람들도 여성의 월경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많은 헛소리를 남겼다. 생물학적인 현상을 열등함, 불결함으로 정의하고 여성을 배제해온 남성 중심의 사회가 얼마나 비합리적이었는지를 보여준다. 다행스럽게도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생리와 관련된 터부들은 많은 여성들의 노력으로 깨지고 있다. 생리대 광고에서 ‘그날’이 아니라 ‘생리’라고 말하고, 푸른 액체 대신 빨간 액체로 생리대 사용 실험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그렇다. 당연한 것을 입에 담지 못했던 날들이 너무나도 길었지만, 변화는 시작되었고 앞으로 월경은 더욱 더 눈앞에 드러날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소녀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누구 앞에서든 월경을 월경으로 말할 수 있고, 생리용품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길 바란다. 세상의 절반이 겪는 일에 대해 이해와 배려를 구하지 않아도 되길 바란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소녀들뿐만 아니라 그들과 함께 살아갈 소년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