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영선에게 깊이 공감하며 단숨에 책을 읽었다. 나 또한 영선처럼 빚의 무서움을 보며 자라 대출을 두려워하고, 간소하게 살면 2년 마다 이사하며 사는 것도 분위기 전환 겸 괜찮지 않을까 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가정을 꾸리며 느끼는 안정감과 늘어난 살림은 비례했다. 집 계약이 끝나가며 집주인과 실랑이를 벌이고, 집을 구하려고 발품을 팔며 모르는 사람들의 집에 들어가고, 짐을 싸고 나와 새 집에 들어가는 일은 너무 고된 일이었다. 어딘가에 정착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게 생겼다. 2년 전 매매가가 오늘은 전세 보증금밖에 되지 않는 현실은 이제 크게 놀랍지도 않다. 나도 영선처럼 포기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다음 이사 땐 꼭 내집 마련을 하자고 다짐했는데 몇 억씩 하는 집을 과연 내가 가질 수 있을지 늘 의구심이 든다. 주 대리는 대출을 받는 걸 ‘거인에 어깨에 올라탄다’고 했다. 내 노동으로 몇 백 걸음을 힘들게 걷느니 대출 한번으로 거인의 한 걸음을 딛어 시간을 아끼라는 말이다. 솔깃한 말이다. 어차피 내가 번 돈만 가지고 집을 사는 건 불가능한데 대출을 나쁘게 볼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집을 산 사람들이 “화장실만 내 거고 나머지는 은행 거야.”라고 말하는 걸 보면 그 마음도 편해보이진 않던데. 아니 근데 나는 내가 사는 집의 어떤 부분도 내 것이 아닌데? 잠깐, 내가 사는 집이 내 것이어야 할 이유는? 머릿속 갈등은 끊이지 않는다. 그러는 동안 집값은 또 오르고 있겠지. 출퇴근길엔 어김없이 아파트를 세워 올리는 공사장을 보게 된다. 끊임없이 집을 짓는데 왜 집값은 오르기만 하고 내 집은 없을까. 폭탄 돌리기 같은 부동산 시장이 쉬이 이해되지 않으면서도, 작가의 말처럼 이 땅에 발 딛고 사는 한 여기서 빠져나갈 수는 없다. 책을 덮는 마음이 복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