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읽는 시간
이유진 지음 / 오티움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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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도 죽음에도 따뜻한 외투가 필요하다.


내 삶이 고귀하고 귀중한 한 생이라는 것을 진정으로 깨닫는다면,

현재의 나의 삶, 너의 삶을 조금 더 사랑으로 보듬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9월 현재의 나는.

삶은 태어나면 그냥 주어지는 '당연한 '시간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기가 사고로 한 쪽눈을 너무 크게 다치고,

뜻하지 않은 고통에 죽고 싶은 몸서리까지 쳐질 정도로 힘든 때에,

이 비참한 상황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나름대로 궁구해서,

삶의 시간을 붙드는 것이 사람으로 태어난 의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삶을 쉬이 포기하면 나야 너무 편한 길이겠지만,

또다른 카르마를 만들어냄과 동시에, 그렇게 쉬이 포기하라고 태어난 것이 내 목숨이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이 희미하게 드는 거다.


이 때 다산북스 계열사 오티움 출판사에서 이유진 님의 <<죽음을 읽는 시간>>이 찾아왔다.

죽음을 목전에서 본 적은 없지만, 딸의 신체의 일부가 다시 살아나기를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어미인 나에게는,

그 개념이 어렴풋이 아주 어렴풋이는 마음으로 알 것 같다는 느낌이다.

어쩌면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버리고 다만 아픈 상황의 호스피스 환자들을 돌보며,

저자 이유진 님이 느낀 삶의 단상들은 곳곳에서 '헉'소리 나게 아프고 애달팠지만,

그래서 내가 한 번 주어진 이 삶을 어떻게 보살피며 살 수 있을지를 생각하는 것으로 연결되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그저 거저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

나는 좀 더 인류에, 너무 거창하다면, 주변인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치며 한 생을 살다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그냥 포기하기에는 내가 너무 아깝다고...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58쪽

그는 힘든 일이 있어도 누구에게도 속을 털어놓지 않는 사람이었다. 늘 완벽한 모습으로 남들 앞에 보이기를 원했으며 힘든 감정을 표현하는 건 남자가 해선 안 되는 나약한 행동이라 믿고 살았다. 그 과정 속에서 암이 자기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보거나 감정을 들여다보지 않은 것이다. 머리로는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은 힘들었을 수 있다. 그는 강한 이성으로 자신의 마음을 속이는 데도 성공했다. 하지만 스스로 알아봐주지 못한 마음의 고통은 온전히 몸으로 감당해야 했고 슬프지는 않은데 눈물이 멈추지 않는 독특한 증상을 보였던 것이다.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서

31쪽

나는 그가 주요우울장애나 적응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적응장애란 새로운 환경이나 큰 스트레스를 맞닥뜨렸을 때 겪는 행동과 감정의 변화 때문에 건강할 때 잘 해내던 일들을 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33쪽

우리는 무언가 결핍된 상황에서 새로운 도전을 꿈꾼다. 모든 게 충족되어 만족스러운 환경에서는 살던 대로 사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주어진 환경에 결핍이 있고 그 결핍을 채워나가는 시간을 겪으면서 우리는 자기 자신을 좀 더 잘 알게 되고 세상을 배운다.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경험은 성패와 관계없이 인생의 큰 자산이 된다. 이 경험은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고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삶의 동력으로 화석처럼 남아 우리가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고 삶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나를 세상 밖으로 내어놓아야 한다. 나를 드러내고 표현하며 행동해야 한다.이런 경험 없이는 진정한 나를 알지 못하고 내가 어떤 삶을 살 때 행복한지 알 수 없으며 결국 내가 행복할 만한 선택을 하며 살 수 없다.

악몽같은 현재를 살고 있다면

299쪽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가는 우리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몸에 지니고 사는 것과 같다. 죽음은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든 갑작스럽게 찾아올 수 있다. 인간의 존재는 일시적이고 유한하며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질 우주의 먼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마음으로 깨닫게 될 때 우리는 자신의 존재 이유와 의미를 찾고 싶어 한다. 어차피 사라지고 마는 존재인데 왜 지금 살아 있어야 하며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수많은 사람들 중에 나와 내 삶을 가치 있게 하는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죽음이 가까워오고 기력이 쇠하여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줄어들고 병으로 인해 건강한 시절의 자아존중감을 잃어버렸을 때 삶은 더욱 가혹하고 집요하게 이런 질문들을 던진다. 이것이 실존적 고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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