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 - 메이지 이후의 일본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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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중 교수님은 대학교 재학 시절, 그의 일본 사설을 학과 수업 시간에 읽으며 처음으로 알게 된 분이다.

재일한국인으로 도쿄대학 정교수님으로 계시던 마음에서 존경하던 분이다.

그때는 그의 논평보다는 일본어 자체를 공부하기 위한 목적이 컸는데,

그의 시간이 나왔다 하여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동일본 대지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건 등,

일본의 어두운, 안타까운 사건들을 보며 일본이란 대체 어떤 나라일까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다.

투명하고 이중적이며 선진국이라는 이미지의 일본은,

일련의 사건들을 숨기기에 급급하고 국민들을 제때에 제대로 돌보지 않는 민낯을 드러내면서,

내가 알고 있던 일본이 맞나?라는 의구심을 일으켰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돌기 시작할 때,

크루즈선 위에 바이러스를 산 채로 두며 둥둥 떠다니게 한 그 끔찍한 면모는 충격적이었다...

평소 NHK 다큐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편인데,

그때 동일본 대지진 등 일본의 현실을 보여주는 다큐를 자주 봐왔었다.

강상중 교수님의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은 딱 그런 느낌을 주었다.

현실을 정확하게 찔러 조금씩 아파오는 그런 느낌.

알고 있지만 무심코 지나쳤거나 관심을 안 가지려 하는 부분을,

강상중 교수님은 현장을 찾아다니며 르포, 기행기, 논평 등 여러 가지 성격이 섞여 빛나는 책을 펴내어 주셨다.

'사색의 여행'이라는 방법

비극은 어디에서 왔으며 누구의 책임인가. 무엇을 해야 비극 안에서 한줄기 희망의 빛을 찾을 수 있을까. 비극이 되풀이되는 이유를 밝히지 않고, 한갓 자연재해로 치부하고, 망각이라는 안전지대로 도망가서 희극적 일상을 계속하는 것이 일본 근대의 패턴이란 말인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뒤처리 방식도 이 패턴이 압축 재생된 또 다른 예가 아닐까? 20쪽

인재를 만드는 궤적

학력을 통해 지위와 신분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가운데 대학의 힘 또한 쇠약해져만 간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라는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그로 인해 텅 비어버린 부분을 어떻게 채워야 할까? 낡아빠진 부국강국이라는 말로는 불가능하다. 66쪽

천재지변이라는 숙명

일본의 방위비는 해마다 치솟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생긴 오염수조차 완전히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2020년 도쿄올림픽을 개최한다고 한다. 제한된 가치가 제대로 배분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잘못된 정치는 지역과 시민의 활력을 갉아먹고 지역의 힘을 감퇴시킬 것이다. 대지진을 비롯한 천재지변은 가치의 권위적 배분에 관련된 일본 정치의 존재 방식에 관하여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 83쪽

동맥의 망치소리-소세키의 예견

문호 나쓰메 소세키는 마치 이를 예견이라도 한 듯, 명작 '산시로'에서 히로타 선생의 입을 빌려 "무너지겠지"라고 말했다. 소세키는 철도, 기차, 문명, 그리고 근대 일본의 위태로움을 알아챘던 것이다. 1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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