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 - 차별과 배제, 혐오의 시대를 살아내기 위하여
악셀 하케 지음, 장윤경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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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표지의 책이 나왔다.

코끼리가 있다.

책 제목도, 저자의 이름도 무언가 낯설다.

                            

절규하는 현대인

알베르 카뮈의 작품 <이방인>, <페스트>속 장면들을 오가며 현실과 알베르 카뮈의 세계를 비교하는 저자 악셀 하케.

'절규하는 현대인'이란 제목부터 강렬하게 나를 끌어들이더니,

역시나 저자는 깊은 울림을 준다.

내가 필요했던 문장을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만나는 기쁨이란!

짜릿하다.

지금의 흔들리는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말을 해주고 있었다.

"아니야, 인간이라면 이래서는 안 되는 거야. 인간은 스스로를 억제할 수 있어야 해. 그게 바로 인간이지. 그렇지 않다면..."

202쪽

. 인간의 삶 속에서는 언제 어디에서나 비동시성의 동시성이 일어난다. 갑작스럽게 기상천외한 행운이 닥칠 수도 있으며,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삶이 제멋대로 날뛰면서 우리를 괴롭힐 수도 있다. 206쪽

 

"이건 품위의 문제입니다. 비웃을지 모르겠지만, 페스트와 맞서 싸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품위입니다."

"품위가 뭔데요?"

"저도 그게 일반적으로 무슨 뜻인지는 몰라요. 하지만 제가 지금 처한 상황에선 품위가 무엇인지 알아요. 제 본분을 끝까지 수행하는 것이지요."

<<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206쪽. <페스트> 중.

. 시대가 시대인 만큼 당시에는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지극히 기본적인 품위와 존엄이 요구되었다. 카뮈에게 인생 철학은 그저 하나의 시민이자 인간으로서 인간다운 존엄과 명예를 갖추는 것이었다. 그는 "한 인간이 그 무엇도 하지 않고" 무심코 시대를 지나친다면 아무런 가치도 없다고 여겼다. 207쪽

. 우리는 이 책을 시작할 때만 해도 품위라는 개념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릴 수 없었다. 그런데 여기까지 다다르니 그 개념에 조금은 가까워진 듯하다. 한 인간이 스스로를 통제하는 행위라고 말이다. 아니면 살을 좀 더 붙여서 이렇게 표현하는 건 어떨까. 품위란 다른 이들과 기본적인 연대 의식을 느끼는 것이며, 우리 모두가 생을 공유하고 있음을 느끼는 것이라고. 또한 삶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은 크든 작든 모두 동일하게 중요하며, 이를 일상의 모든 상황 속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208쪽

현대인으로서 현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이미 지칠 대로 지쳐버린 환경 속에, 사람마저 지쳐가고 있는 이 세계에서,

이 책은 나의 갈증을 해소해주기에 충분했다.

이런 책이 다 있었네.

심리학이나 의술만으로는 현대인의 신체, 정신적 질병을 완전히 치유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가 이렇게 아픈 이유는 인간 사이의 공동체, 연대 의식이 끊겨있음을 지적하는 저자 악셀 하케.

결국 '연대감을 느끼는 능력'이 현재를, 미래를 살아갈 인간들에게 필요한 능력이었던 것이다!

난 결국 이 페이지를 만나기 위해 <<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을 만났나 보다.

책을 읽는 이유, 우리가 시대의 흐름에 휩쓸려 놓치지 말고 깨어있어야 하는 이유다.

지금 우리는 지식의 과부하에 시달리고 있어! 지금보다 뭔가를 더 모르던 시대로 회귀할 수는 없지. '원칙적으로' 오늘날 우리는 거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어. 네가 어제 먹은 아보카도를 생산하는 데 엄청나게 많은 양의 물이 소모되며, 아보카도가 자라는 경작지를 위해 숲 하나가 통째로 개간된다는 사실도 너는 잘 알고 있을 거야. 겨울 휴가철마다 네가 가족들과 경주를 벌이는 스키 활주로는 알프스 산맥의 환경과 생태계를 뒤흔들었고 그 지역에서 삐걱거리던 산업을 완전히 바꾸었어. 이 역시 잘 알고 있겠지. 현재 우리에게 벌어지는 거의 모든 일들에 대해 알고 있거나 혹은 마음만 먹으면 모든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어. 그리고 넌 이 지식을 바탕으로 품위 있고 올바른 삶을 추구할 수 있어. 어떤 것은 하고 또 어떤 것은 하지 않고 빠져나가면서 너는 때론 뿌듯함을 느끼고 또 가끔은 불쾌한 기분을 느끼겠지. 하지만 내면에서 벌어지는 모든 감정의 충돌을 온전히 소화하고 화합시키는 일은 그리 쉽지 않아.

209쪽

감사합니다. :)


. 현대 사회는 박탈감을 통해 인간이 자신의 쓸모없음을 실감하기에 거의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215쪽

. 고유의 관심사 외에 아는 것이 없는 현대인은 사적인 어려움 또한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서 해결하지 않고 홀로 풀어내려 한다. 215쪽

. 인간의 감정과 본능은 수만 년 넘게 소규모 지역 공동체 안에 머물며 형성된 것이다. 이 공동체는 인간에게 안락함과 안전을 보장해주었다. 하지만 이 공동체를 잃으면서 인간은 상처와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다. 인류의 이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는 현대 사회에 닥친 수많은 문제들을 제대로 해석할 수도, 풀어낼 수도 없다. 2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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