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페스토, 신뢰가 권력이다
서인덕 지음 / 책과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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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총선이 무사히 끝났다.

작년말, 4.19가 언제 오려나 했는데, 벌써 투표를 끝내고 4월 말이 되었다.

수많은 정당과 후보자들 중에, 구체적이고 실천가능한 공약을 내세우고 당선된 후 훗날 그것을 실천하는 것까지 지켜보는 과정이 선거라는 생각이 든다.

투표란 내가 한 표를 던지는 것, 그리고 그 한 표가 제대로 된 곳으로 흘러가고 있는지까지 확인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사실, 나는 정치에 무관심한 편이다.

그런데 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가 태어나고 이 아이가 자신의 목소리를 공적인 자리에서 표현할 줄 아는 아이가 되기 위해서는,

엄마인 나부터 수련해야 함을 알았기 때문이다.

책과나무에서 서인덕님 지으신 <<매니페스토, 신뢰가 권력이다>>를 읽게 된 것은 필연이다.

똑똑한 시민이자 유권자로서 살아가기 위해, 정치인들의 공략이 진실한지, 한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옹알이에 불과한지 독서를 통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저자 서인덕 님은 대한민국 선거 사상 최초 매니페스토를 도입, 설계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실무 책임자다.

선거연수원, 대학, 정당, 시민단체 등 매니페스토 이해와 실천을 주제로 한 특강은 물론 국내외 선관위, 시민단체, 언론이 주최한 토론 및 심포지엄에 참여하고 매니페스토 운동을 직접 전개하는 등 매니페스토 확산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매니페스토를 이해하기 쉬운 한 마디로 말하면, '약속' 정도 될까?

원래 영국이나 일본처럼 매니페스토를 실천하는 주체는 정당이나 후보자이고 이들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맞는데,

우리나라에서 매니페스토를 처음으로 도입한 2006년 5.31지방선거 당시는 의아스럽게도 매니페스토를 선거관리위원회가 주도적으로 도입, 추진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후보자가 아닌 선관위 중심이 되어 추진됐다. 그러다 보니 매니페스토의 본래 의미인 '정권공약'에 충실하기보다는 선거 의식과 문화 개선, 정치 개혁 등 거시적인 목적을 달성하자는 운동의 성격으로 시작됐다. 즉, 정당과 후보자, 유권자 모두에게 초점을 맞춰 그동안 선거 과정에서 사라지지 않는 고질적인 선거병폐인 혈연, 지연, 학연 등 연고주의와 비방, 흑색선전 등 네거티브 선거문화를 타파하고 정책 중심의 포지티브 선거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차원에서 출발됐다.

<<매니페스토, 신뢰가 권력이다>> 서인덕. 29쪽

 

선거라는 법과 제도 자체도 그러하지만,

영국, 일본 등의 우리보다 앞서 매니페스토를 이행하고 있는 나라들에서 매니페스토 제도를 도입하되,

우리나라 실정과 특색에 맞게 창의적으로 도입, 활용하고 있는 우리나라.

아무리 좋은 법과 제도가 도입되어도,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그에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회적 혼란만 가중될 뿐이라는 것을 알기에, 국민의 일부인 정치인들의 선거공략 및 이행문화 개선, 국민 전반의 선거문화 개선 등을 타겟으로 한국형 매니페스토가 진행되었다는 것을 지켜보았다.

저자에 따르면, 매니페스토는 협약사회로 가는 길이다.

책 속에서 매니페스토 협약서, 협약문, 그 의미와 의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보면 대부분의 지도자들이 성실, 준법, 정직, 공평, 약속 지킴, 일관됨 등과 같은 주요한 행동양식 가치들을 실천하는 노력이 부족해 불완전한 리더십으로 현대사의 질곡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매니페스토 운동이 지도자의 리더십의 확충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당파싸움, 금권싸움에서 벗어나 내가 사는 지역사회, 나아가 우리나라가 더 살기 좋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역사의 한 과정이 매니페스토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 만들어진 매니페스토란 무엇인가? 잘 팔리는 매니페스토란 무엇인가?

매니페스토 피라미드(정치 이념>최중요정책>우선정책>구체적인 정책),

각 후보자별 정책구성요소(정책명, 정책순위, 정책 실시기간, 예산, 스케줄, 정책분류),

정당별 정책비교시트,

공략 만들기 단계 및 사례 분석,

매니페스토 검증방법 분석법 등 다소 원론적인 내용을 통해 국민 모두가 조금 더 성숙한 정치문화를 받아들이는데 참고할 만한 내용이 나온다.

다양한 매니페스토 평가지표 측정을 통해 내가 뽑은 정치인이 제대로 할 일을 하고 있는지,

다음 선거에 그 후보가 또 나온다면 투표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결정하면 된다.

구체성

측정가능성

달성가능성

적절성

시간계획성

지속가능성

자치역량 강화

지역성 반영

이행평가

실현성

반응성

효율성

저자 서인덕 님은 일생생활 속의 매니페스토 사례들을 책의 끝부분에서 보여주고 있는데, 흥미롭다.

결혼식에서 서로가 지키고자 하는 약속조항을 만들어 읊는 커플,

청소년들의 금연 맹세,

연인간 사랑 10계명 작성,

나의 꿈목표계획서 작성 등,

매니페스토가 반드시 정치적인 목적이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에서 생활정치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들이 이토록 많다니.

새로웠다.

이렇게까지 해본적은 없는데 말이다.

도전해 볼만한 내용이다.

요즘 뉴스만 보면, 개개 사건별로 쪼개어져서 전체 맥락이 잘 정리되지 않는 현상이 있다.

그래서 혼자 신문이나 정치 관련 서적을 보며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거대한 흐름에 부딪쳐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지 못하는 오류에 빠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공부하는 시민, 공부하는 정치인, 공부하는 유권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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