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어록 - 인간과 권력의 본질을 꿰뚫는 문장들 사기 (민음사)
김원중 지음 / 민음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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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2학년 때 학과 전공수업에서 '사기본기' 원문을 교수님과 해석하며 한 줄 한 줄 해석해 내려가는 수업을 수강한 적이 있다.

일본어를 공부해둔 덕분에 한자는 남들보다는 수월하게 읽었는데,

그래도 한자가 빼곡한 원문을 읽는다는 것, 게다가 해석해서 내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엄청난 작업이었다.

그땐 내가 왜 그걸 하고 있어야 하나 했는데,

어른이 되고 보니 그런 경험 대학교에서 하지 않았으면 어디서 했겠나?

감사하다, 젊은이들 중 몇 안 되는 귀한 기회를 얻은 것이.

'사기'는 참으로 많은 분들이 추천해 주시는 고전이다.

20대 초반에 '사기'번역본을 사서 집에 꽂아만 두었는데,

이번에 민음사에서 김원중 교수님께서 쓰신 <<사기어록>>이 나왔다고 하여 읽어보았다.

고전에서 난세를 헤쳐나갈 힘과 용기를 얻고자.

코로나 19가 전 세계에 창궐하는 이 때에, 차분히 고전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집콕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고생하시는 모든 분들, 조금만 더 희망을 가지고 버티시고, 나중에 꼭 큰 행복이 함께 하시기를 희망하며.

하루종일 육아전쟁하고 뽁이 재워놓고 책 한 줄 읽는 이 시간이 귀하고 감사하다.

하루라도 책을 펼치지 않으면 마음이 편안하지가 않다 이제는.

나와 조용히 아무 말없이 마주하는 귀한 시간이다.

뽁이 물론 아주 아주 귀엽지만, 엄마이기 이전에 나는 '나'이기 때문에, 내가 있어야 뽁이도 있는 것이기에,

내가 먼저다.

김원중 교수님과 첫 페이지에서부터 만나는데 마음이 뭔가 뭉클하다.

나에게 꼭 필요했던 말을 김원중 교수님께서 따뜻한 음성으로 전해주시는 듯 하다.

 

만일 지금 치욕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다면 곱씹으며 그것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어려운 때일수록 정도를 걸어야만 연꽃처럼 고결한 뜻을 견지할 수 있다.

어떤 상황에 놓여도 한결같은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다.

<<사기어록>> 김원중. 13쪽

 

인간관계에 지친, 삶에 지친,

내가 바르게 열심히 하는 데도 악운이 끼어들어 삶이 힘들기만 한 사람에게,

사기어록은 내 앞길을 비춰줄 꽃잎과 같이 흩날렸다.

'아, 나 원래 이런 힘이 있는 사람이었지. 내 길은 이게 아니지.'하는 잊고 있었던 원칙들을 되새겨보는 시간이 되었다.

마음이 어지럽고 세상이 어지러울 때 마다 책을 아무쪽이나 펼쳐서 읽으면 한 줄기 빛으로 다가올 것이다 분명히.

힘들 땐 책을 펼쳐라.

그럼 살 것이다.


. 사람을 거울로 삼아라

물을 거울로 삼는 자는 얼굴 모습을 볼 수 있고,

사람을 거울로 삼는 자는 길흉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 범저. 채택열전

화를 입지 않는 방법은 끊임없이 역사 속 인간 군상들에게 자신을 비춰 보는 것뿐이다. 64쪽

. 어려운 때일수록 정도를 걷다

군자는 곤궁함을 지키지만 소인은 곤궁해지면 곧 넘치게 된다. -공자세가

군자란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자신의 길을 벗어나지 않으며 어려운 때일수록 정도

를 걷는다.

늘 일정하기에 평정심을 유지하고 고요한 내면에서 깊은 사유가 우러나온다. 날뛰다가 수그러들기를 반복하는 삶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78쪽

. 막다른 길이라면 도전하라

지금 도망쳐도 죽고 큰 계획을 거사해도 죽는다.

똑같이 죽는 것인데 나라를 위하여 죽는 것이 옳겠는가? -진섭세가

. 문제가 터럭같이 작을 때 파악하라.

가을 터럭 끝같이 작을 때 치지 않으면 장차 도끼를 써야 한다. - 소진열전

현명한 군주라면 눈앞의 분쟁이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분쟁의 여지를 미리 파악해서 대비해야 한다. 140쪽

. 원칙이 있어야 과감하게 결정한다

지혜로운 자는 때를 거슬러 유리한 때를 놓치지 않고,

용감한 자는 죽음을 겁내어 명예를 훼손시키지 않으며,

충성스런 신하는 자기 한 몸을 앞세워 군주를 뒤로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 노중련. 추양열전

평소 지니고 있는 원칙이 분명하게 있어야 어려운 때를 만나 그대로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198쪽

. 누구에게나 삶은 고단하다

하물며 중간의 재능을 가진 사람으로 어지러운 세상의 혼탁한 흐름을 건너자면 얼마나 힘들겠는가?

그들이 재앙을 겪는 경우를 어찌 이루 다 말할 수 있겠는가! - 유협열전

위대한 인물들도 이런 고초를 겪는데 일반 사람들이 겪는 드러나지 않는 비극이 얼마나 많겠는가 하는 질문을 통해 삶의 보편적인 고단함을 갈파하고 있다. 2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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