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바침 - 결코 소멸되지 않을 자명한 사물에 바치는 헌사
부르크하르트 슈피넨 지음, 리네 호벤 그림, 김인순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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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내 마음을 끈 책.

부르크하르트 슈피넨의 <<책에 바침>>.

쌤앤파커스에서 책과 예쁜 코르크 코스터가 함께 도착했다.

이름을 한 번에 외우기도 힘든 독일인 저자.

책을 얼마나 사랑하기에 책에 대한 헌사를 책으로 낸 것일까?

기발하고 독특한 상상력이다.

제목부터 마음에 훅-하고 들어와서,

기대하고 펼쳤는데, 역시나.

첫 페이지부터 책을 손에 들고 있는 내 자신이 좋아지고, 그 시간이 행복했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벅찬 행복을 주는 책이구나.

전자책이 시장에서 괜찮은 호응을 얻고 있는 시대에, 종이책이 그 명맥을 영원히 이어갈 수 있을까?저자는 이러한 질문을 던진다.

나는 전자책은 눈에 피로감이 들어 일단 못 읽겠다. 알라딘 중고서점에 전시되어 있는 전자책 리더기에 도전했다 약간 어지러워서,

역시 난 종이책이다 싶었다.

종이책은 종이책 자체로 고귀한 존재감이 있다.

상상도 못했는데,

책의 역사, 그 역사가 펼쳐지던 시대의 책을 읽던 사람들의 모습, 풍경, 문화, 언어, 그 고고한 정신을 이어받은 현대의 우리 독자들까지, 행복한 옛날여행에 잠시 갔다

겨우 현재로 돌아온 듯한 황홀한 느낌이 든다.

책이란 사물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던 견해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 공감갔다.

이 책을 읽지 않으면 알 수 없었을,

알프레드 폴가르,

오스트리아 작가 페터 알텐베르크 등을 들어보는 계기도 되었다.

생각해 본 적 없는, 책이란 우리의 주인공이 처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

예를 들어 서평용 견본으로서의 책의 신분(위치)라든가, 학대를 당한 책이라든가,

버려지게 된 책이라든가 하는 것들은

흥미로웠다.

무의식적으로 독자인 내가 주인공이지,

책이 주인공이란 생각을 해본적은 없는 것 같다.

아마도 저자처럼 책을 책장에 엄청나게 모아놓으며, 책을 모시기 위해 사람이 있는 건지, 사람이 책을 데리고 사는 건지, 헷갈리는 경지가 될 때에야 저러한 생각에 도달하게 될 것 같다.

결국 이 세상의 수많은 사물 중 '책'과 친해질 수 있었던 내 상황에, 내 처지에, 내 성품에 감사하게 된다.

이런 멋진 나로 클 수 있게 한없는 사랑을 베풀어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게 된다.

그리고 책 읽는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동생을 낳아주신 부모님께 다시 한 번 더 감사하게 된다.

동생은 정말이지 나의 영혼의 동반자이다.

 

책이란 귀한 물건을 만들어내기 위해,

보이는 곳에서,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과 자원이 동원되는지,

새삼 깨닫는다.

이렇게까지 세밀하게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출판사 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 대단하시다.

새 책은 새 책대로, 헌 책은 헌 책대로 매력이 있다는 저자.

새 책에서는 새 것의 냄새가 난다는 책 속 구절을 읽을 때는, 나도 모르게 <<책에 바침>>의 냄새를 킁킁 맡아보았다.

새 책의 좋은 냄새가 난다.

잉크냄새인지 종이냄새인지 모르겠는,

신선하고 상쾌한 냄새.

마치 책 자신이 되어 책이 사는 곳, 잠시 머무르는 곳, 영원히 잠자고 있는 곳에서의 책의 특성, 책의 기분을 설명해주는 듯한 저자의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재밌기만 하다.

그리고 역시 서점, 헌 책방, 중고서점, 도서관 등 책이 있는 곳에 당장이라도 가고 싶어진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콕중이지만.

내가 집에서 책을 펼쳐들고 있는 그 순간에 존재의 행복감을 전해준 <<책에 바침>>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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