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나 늑대였다
애비 웜백 지음, 이민경 옮김 / 다산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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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이 책, 나에게 심상치 않은 기운을 안겨줄 것 같았는데 진짜 멋진 책이다.

어떻게 지금의 나에게 딱 이 시기에 내 품에 왔니. 애비 웜백, 다산북스, 우리는 언제나 늑대였다 고마워요. :)

책 크기가 작고 151쪽의 그다지 두껍지 않은 책이라, 삘 받았을 때 하루만에 단숨에 읽었다.

일단 책상에서 책을 펴들고 읽어내려가다가,

이거 흐름이 끊기면 안된다는 직감이 와,

반신욕하면서 땀 빼면서 읽는데,

반신욕으로 몸도 뜨거워지고,

<<우리는 언제나 늑대였다>>로 마음도 뜨거워지고,

여러모로 핫한 밤이다, 오늘밤은.

애비 웜백은 올림픽 금메달을 두 차례 쟁취한 미국의 전 여자축구 국가대표 선수다.

나는 처음 들어보는 선수인데,

여자인 그녀가 남자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시상대에 올라갈 때까지

여자로서의 힘을 얼마나 쥐어짰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축구선수로서의 인생에서 은퇴 후 현재는 리더십 회사를 차려 운영중이다.

그녀가 동성애자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며,

젊은 날의 자신을 축구로 데려간 뒤,

그 곳에서 물러나,

전 세계의 여성들에게 "깨어나라. 도전하라. 요구할 걸 당당히 받아내라. 당신의 (늑대) 무리를 찾아라."고 깊은 울림을 주고 있는 점은

아주 흥미로웠다.

현업에서 열심히 뛰다가 은퇴하면 대중에게 잊히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녀는 대중들에게 "나를 잊어라."고 말하며,

제2의 인생을 불태우고 있다.

 

<<우리는 언제나 늑대였다>>를 한 명의 축구선수에게 받는 좋은 에너지라고 설명한다면 너무 부족하다.

페미니즘이나 여성들의 자기계발을 권하는 책이라고만 하기에는,

정말 흥미로웠고, 그 흥미의 기저에는

가정에서건 사회에서건 여성이 부당한 위치를 세뇌당한 채 주어진 규칙 속에서 주어진 역할만을 해낼 수는 없다는 강력한 확신이 있었다.

 

 

내가 현재 13개월 뽁이를 키우는 육아휴직 맘이기에,

"슈트 케이스 대신 아이를 안고 동료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들이 당신을 뒤에 미루어둔 느낌을 받을지도 모릅니다."(74쪽)라는 대목을 읽으며, '이거 완전 내 이야긴데. 내 느낌인데.' 싶어 욱-하고 감정이 올라왔다.

 

그녀가 세 아이의 엄마인 한 여자와 결혼했기에,

그녀가 직접 남성축구리그와 여성축구리그간의 갭(연봉, 보상 등)을 겪었기에,

그녀가 한 마리 한 마리의 외로운 늑대(여성)들을 불러모아

늑대 무리로 이끌어주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에,

그녀의 이야기가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여느 자기계발서적에서는 느껴지지 않던 내 안의 심지를 발견하게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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